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 POST 3.11 영화 이야기

 

1_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10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음 날, 지진의 여파로 일본 동북지역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지고, 25년 전인 1986년 당시 구소련에서 있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버금가는 7등급의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자력의 통제 불가능한 공포를 상징하는 단어들,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의 반열에 “후쿠시마”가 추가되던 순간이다. 그리고 어느새 사건 발생 10년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POST 3.11”이라는 사회적·역사적 개념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만큼 이 사고는 일본 내에서 큰 재앙과 상처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의 야당 정권은 이 사고의 여파로 몰락했고, 이후 일본 사회 내에선 원전에 대한 위기와 사고를 악화시킨 관료와 기업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팽배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도쿄전력으로 상징되는 무사안일 거대 기업과 사고 발생 당시 격렬하게 대립하던 정권이 불신임당한 후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반세기 동안 집권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인재로 만든 그 체제의 상징, 자민당의 아베 정권이었다.

피폭국가임에도 원자력 대국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기묘한 나라,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의 분노와 사회운동의 활약으로 한동안 원전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기도 했었지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집권세력은 대안세력의 부재와 강력한 동맹세력들(언론-관료-기업)에 힘입어 장기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의 그림자를 지우려 혈안이 되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판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올림픽 업적을 향한 집착을 보이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끊임없이 체제의 치부를 드러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기억과 결별하고픈 집념의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영화 포스터 이미지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포스터 이미지


2_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영화들


“POST 3.11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2011년 이후 일본 사회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 한 세대의 사회문화적 체험인 만큼,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입장과 각도로 당시를 조명하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고 당시를 다룬 것들도 있지만, 발생 이후 희생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치유 문제나 이재민들의 애환을 다루는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초반에는 다큐멘터리, 그중에서도 과거 한국의 독립영화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일본 정부의 은폐와 무대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언론의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중 몇 편을 소개한다.

이와이 슌지는 국내에서는 <러브레터>나 <하나와 앨리스>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로맨스 영화의 대표 감독이다. 그런 그가 일본 현대사에 길이 남을 미증유의 재난에 직면해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여러 층위에서 관찰하는 형식으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Friends after 3.11>(2011)이라는 작품을 내놓는다. 사회적 논쟁보다는 애도와 동참의 정서로 사고 발생 직후에 달려가서 만들었고, 감독의 명성 덕택에 TV 방영 후 극장용 영화로도 제작·상영되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성찰로 이끄는데 활용된 작업이다.

 

"온화한 일상" 영화 포스터 이미지
 <온화한 일상> 포스터 이미지

<온화한 일상 Odayaka> (2012)은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의 불안과 후유증을 다루는 극영화이다. 도쿄의 이웃 두 여성 중 한 명은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불안 속에 어린 딸에게 방사능 후유증이 올까 봐 강박적인 집착으로 치달으며 주변 이웃들과 갈등을 겪는다. 다른 한 명의 여성은 동북지방인 후쿠시마와 인접한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 지방으로 이사할 궁리에 바쁘다. 신경질적으로 방사능 선량 측정기인 가이거 계수기에 매달리는 여성은 안쓰러워 보이다가도 별난 사람으로 비치곤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성적으로 보이는 다른 주인공 또한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자기의 조건을 활용해 멀리 떠나는 것 외엔 다른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 와중에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억지로 일상을 이어가려는 일본 사회의 서늘한 풍토를 잘 포착해낸 작품이다.

 

"선거 2" 영화 포스터 이미지
 <선거 2> 포스터 이미지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전작 <선거>(2006)에서 집권 여당 자민당이 선거를 앞두고 젊은 피 수혈을 위해 도쿄 교외도시인 카와사키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야마상’의 정치 입문과정을 담았다. 주인공 ‘야마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탈핵에 대한 소신으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지만 당내에서 고립되다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게 된다. 그 과정을 담은 <선거 2 Campaign 2>(2013)는 탈핵에 대한 원칙을 타협하지 않는 신인 정치인이 선거 과정에서 소외되고 몰락해가는 과정을 2시간 30분 동안 펼쳐내는 보기 드문 정치 영화이자 관찰 다큐멘터리이다. 정당이 자신들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반복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착취하는 과정이 전작에서 이어진다면, <선거 2>에서는 집권 여당의 당론과 배치되는 신진 정치인의 소신이 얼마나 무력하게 짓밟히는지를 볼 수 있다.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은 <핵의 나라 Nuclear Nation>(2012), <핵의 나라 2 Nuclear Nation II>(2014) 연작을 통해 후쿠시마 원자로 인근 후타바 현 주민 천여 명이 수용된 이재민 대피시설의 풍경을 다뤘다. 1편이 이재민들의 사연과 함께 일상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담았다면, 2편은 정부의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재난이 끝났다는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후타바로 돌아가기를 강요하는 중앙정부의 강요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 주민들은 정부 지원이 있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이들과 안전 문제를 걱정하며 수용시설에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로 갈라지고, 후타바 시장은 과거에 원전 유치를 찬동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중앙정부에 항의하지만 싸움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2011년 당시의 대처 과정에 대한 회고를 담은 영화들이 등장한다. <태양을 덮다 : 후쿠시마의 기록 The Seal of the Sun>(2016)은 정치 드라마의 형식으로 2011년 3월 11일부터 사건 일지처럼 그 당시로 관객의 시선을 이끈다. 영화라기보다는 TV 극화를 보는 것처럼 전개되는 본 영화는 후쿠시마 원전 내에서 우왕좌왕하면서도 목숨을 걸고 멜트다운을 막아내려던 현장 인력들의 희생과 함께, 정부 대책본부 활동의 상세한 과정 및 도쿄전력과의 갈등들을 담아내고 있다.

 <태양을 덮다> 포스터 이미지

본 작품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소개될 당시 실제 사고를 겪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방한해 소회를 풀기도 했었다. (간 총리는 이후 탈핵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는 다소 심심한 구성이지만 당시 사고 진행 상황과 재난대책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다고 평가받던 일본 정부의 사고 수습이 왜 저렇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참고 자료로서는 꽤 유용한 작품이다.

<태양을 덮다>는 당시 일본 민주당 정부의 입장과 자료 제공에 힘입어 완성되었다. 그 결과 비교적 자기 성찰적 면모와 탈핵의 당위에 입각한 데 비해, 이후 집권한 자민당 정부는 ‘먹어서 응원하자!’는 캠페인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등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기억을 덮으려 하고 있다. 멜트다운을 막기 위해 원자로에 주입했던 바닷물을 다시 방출하겠다거나 후쿠시마산 농산물의 안전성을 과시하기 위해 올림픽 선수촌 식단에 재료로 올리겠다는 발상들은 그런 입장하에서 강행되는 중이다. 당연히 홍보 프로파간다 영화가 등장할 차례이지 않은가? 역시나 엄청난 대작이 최근 등장했다.


최근 개봉한 <후쿠시마 50 Fukushima 50>(2019)이 바로 그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누르고 일본 국내 흥행 1위를 탈환했다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후쿠시마 50>은 와타나베 켄과 사토 코이치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50명의 현장 인원을 영웅시한 연출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소개된 작품들이 다룬 일본 정부와 기업의 관료적 행태 문제나 원전의 근본적 위험성에 대한 성찰 대신 영웅주의 드라마로 도쿄 올림픽 분위기와 엮으려는 프로파간다라며 일본 내 영화평론가들도 눈살을 찌푸리는 평이 대다수이지만 애국주의 열풍을 타고 아베 신조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의 묻지 마 평점과 관람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한다.

영화와 현실은 별개로 놓고 보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도 10년이 되어가도록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 내에서 사회적 합의와 역사적 평가를 통한 성찰로 제 자리를 잡기는커녕, 과거에 대한 반성이 지독히도 취약한 현대 일본 기득권 세력에 의해 왜곡과 미래에 대한 위협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와카마츠 세츠로우 감독의 근작은 <항공모함 이부키> (2019). 일본의 항공모함이 중국과의 영해 분쟁에서 대활약해 영토를 수호하는 ‘국뽕’ 만화가 원작이다!)

 

"후쿠시마 50" 영화 포스터 이미지
<후쿠시마 50> 포스터 이미지

 

3_ <집으로 간다>, 소리치지 않고 전하는 묵직한 성찰


<집으로 간다 Homeland> (2014)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향을 떠나 임시주택에서 기거하는 한 가족의 가정사이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애환과 재기의 의지를 담은 드라마 구성을 취한다. 대작은 아니지만, 사적 가정사와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 적절하게 잘 짜여 있어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쭉 따라갈 수 있다.

영화의 동선은 2개의 경로를 따라가며 마무리 단계에서 갈등의 해소와 가족의 화해가 이뤄지는 식이다. 첫 번째 동선은 노모와 아내, 어린 딸과 함께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고향 터전을 떠나 임시 주거시설에서 기거하며 방황하는 첫째 ‘소이치’와 가족들을 따라간다. 소이치는 자존심 때문에 정부가 제공하는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저항하지만 제대로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무능력한 남편이자 가장이라는 열패감에 빠져 있다. 친어머니가 아니라며 노모에게 선을 긋고, 남편 대신 생계를 위해 유흥업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인을 미행하며 안절부절못할 따름이다. 노모는 고향을 떠난 후유증 때문인지 치매의 전조를 보이고 고향 이웃들과의 관계도 썩 원만하지 못해 보인다. 반면에 아내는 유흥업에 종사하면서도 생활력과 의지가 강하다.

두 번째 동선은 어릴 적 모종의 사건으로 고향을 떠난 둘째 ‘지로’를 따른다. 도쿄에서 돌아온 둘째는 방사능 오염지대로 출입이 통제되는 고향 집에 나타난다. 인적이 없는 폐가가 된 시골집을 정리하고 농사지을 준비를 한다. 그런 그 앞에 야생으로 돌아간 돼지들이 무심한 듯 지나치고, 지로는 기르던 이들이 떠나 폐사한 가축을 땅에 묻으며 이름표를 묘비처럼 꽂아둔다. 그때 어릴 적 학교 친구가 나타나 둘은 고향 마을의 곳곳을 지나치며 잊어버렸던 고향의 추억담을 나눈다. 친구는 대도시에서 그럴듯한 회사에 자리를 잡고 성공했지만, 원전 사고 이후 방황하다 후쿠시마 원자로 복구 파견직으로 떠났고, 피폭 화상으로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왔다. 두 친구는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원전 유치의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던 고향의 분위기를 떠올린다.

농사 준비를 하고 인적 없는 마을을 돌아다니던 둘은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발각되고 소이치에게 지로의 귀환이 알려진다. 그리고 감춰졌던 과거의 사건이 드러난다. 형제의 아버지는 지로의 어머니와 지로에게 농사는 떠넘기고 선거에 나서는 등 바깥으로만 돌아다니던 사람이었고 소이치는 그런 아버지의 상대 후보인 이웃의 논을 망가뜨렸다. 사건이 커지자 장남이자 후계자인 소이치 대신에 지로가 책임을 뒤집어쓰고 고향을 떠나게 된 것이었다.

감정 표현이 서툰 소이치와 말수가 적은 지로, 두 형제는 지로가 갈던 밭고랑에서 싸움을 벌이고 속 시원하게 감정을 토로한다. 소이치는 얼마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트럭에 실린 고향의 흙, 방사능이 함유된 그 흙을 도쿄에 뿌려버리겠다며 지로와 함께 차를 몰고 떠난다. 하지만 끝내 흙을 투기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화해한 형제. 둘째는 고향을 떠나 치매가 악화되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마을로 돌아가 살고 싶다며 형에게 부탁한다. 그렇게 첫째네 가족은 다른 지방으로 농사를 지으러 떠나고, 둘째는 어머니를 모시고 주거가 금지된 고향으로 돌아가 모내기를 시작한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집으로 간다" 영화 포스터 이미지

그냥 이야기 전개만 놓고 보면 아주 심심한 가족영화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일본 영화계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스와 노부히로가 제작과 기획을 맡았고, 일본 영화계의 ‘국민 어머니’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다나카 유코와 마츠야마 켄이치, 안도 사쿠라 등이 연기를 펼친다. <집으로 간다>는 소리 높여 주의 주장을 펼치지 않고도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두 이야기 구조를 잘 조율해 가족물과 사회파 드라마 양 측면이 조화로운 준작으로 만만치 않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형제간의 갈등과 그 배경이 되는 가정사는 소이치라는 캐릭터를 형성하는 기원으로 작용하며, 동생 지로에 대한 죄의식은 소이치가 영화 내내 드러내는 불안과 초조를 설명하는 심리적 요소가 된다. 그런 불완전함 때문에 소이치는 주변 이웃들의 신뢰를 얻거나 가족들에게 충실하기보다는 그저 불평 불만자로 전락할 위기에 종종 처한다.

반면에 아내 미사는 비록 생계를 위해 유흥업에 몸담고 있지만, 그녀의 영화 속 주장과 발언들은 ‘우리가 잘못한 게 없고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당당한 자기 확신에 차 있다. 미사와 남편 소이치가 경원시하는 계모, 딸 나호까지 사와다 집안의 여성 삼대가 갖는 유대감은 후쿠시마 주민들이 삶을 이어가고 재기하려는 원초적 힘처럼 느껴지곤 한다. (안도 사쿠라는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서도 좀도둑 가족의 중심이자 의지로 명연기를 펼친다) 다나카 유코가 연기한 토미코는 평생을 계모, 심하게는 첩살이로 구박받으며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살았지만, 잃어버린 고향에서 실질적으로 마을을 지켜온 이들을 상징하는 땅의 정령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존재는 대도시에서 방황하던 둘째 지로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 중반에 고향 친구는 지로에게 왜 여기서 살려고 하는지, 피폭으로 정신적 자살을 하려는 생각이냐고 묻는다. 지로는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는 게 올바른 방식이라고 답한다. 국가나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제대로 사고도 막아내지 못했는데도 통제하는 것에 끌려가기보다 그들이 살아온 방식에 의지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는 지로의 바램은 영화 막판에 실현된다. 고향의 대지에 의지해 농사를 짓고 그리운 어머니의 노년을 함께 하려는 지로의 소박한 바람은 너무나 인상적인 엔딩 장면을 통해 감동적인 순간을 보는 이들에게 선보인다. 설명으로 온전히 그 장면을 표현할 수 없으니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할 수밖에 없는 명장면이다. <집으로 간다>는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는, 그리고 명백하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수습 과정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효과적으로 수행해내는 작품이다. (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등에서 1,000원에 다운로드 가능)

 

"집으로 간다"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집으로 간다> 스틸 이미지


4_ 영화로 보는 ‘POST 3.11’의 확장은 어디까지일까?


<집으로 간다>와 그 외 몇 편의 관련 영화들을 소개했으나 10년의 세월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적지 않은 관련 배경을 다루는 영화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에는 <집으로 간다>에서 아주 간략하게 선보인, 인간이 떠난 자리에 남은 반려동물과 가축들에 관한 이야기나 대지진과 원전 사고 당시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장애인 문제를 다룬 영화 등 다양한 초점과 시각으로 유의미한 작업이 적지 않다. 또한, 원자력 문제에 대한 관점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들이 논쟁적으로 계속 등장할 것이며 일본 사회의 이후 변화와 함께 그런 문화투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후쿠시마 이재민들이 대피 후 다른 지역에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어 수난당한 일화들은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인종차별과 지역 차별의 금기가 봉인이 풀린 것처럼 기승을 부리는 국내외 현실과도 통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또한, 국내 원전 관련 대응과 사회 갈등이 적지 않게 일어나면서 지역 공동체가 분열되고 파괴되는 것에 대한 반면교사로서도 참고할 바가 많다. 현재까지는 최대 등급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기록하고 토론하는, <집으로 간다>를 비롯한 관련 영화들은 토론과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유효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정보


집으로 간다 Homeland, 家路

일본, 드라마, 2014,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쿠보타 나오

주연 마츠야마 켄이치, 다나카 유코, 안도 사쿠라, 우치노 마사아키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14) 초청(파노라마)

11회 서울환경영화제(2014) 초청(그린파노라마 : 오래된 미래)

17회 상하이국제영화제(2014) 아시아 신인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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