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앞두고 합숙훈련 중이던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학생은 이번 대회 메카트로닉스 부문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메카트로닉스는 ‘밀링, 선반 등 공작기계와 수기가공으로 금속 및 비철금속재료를 사용하여 각종 부품을 가공, 측정을 하여 조립한 후 수동, 공압 또는 전기식(PLC) 방법에 의해 작동되도록 완성하는 직종’이다. 사진 출처=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난 4월 8일, 경북 S공업고등학교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21일 경북교육연대를 포함한 경북지역 43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은 성명을 통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기능경기대회가 소중한 목숨을 잃게 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된 학생은 기능경기대회 전기전자분과 메카트로닉스 직종 참여를 위해 교내 합숙훈련 도중 사망했다. 올해 지방기능경기대회는 4월 6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5월 11일로 한차례 연기한 바 있으며 지난 9일에는 6월 1일로 개최 연기를 발표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전국의 모든 학교가 휴교한 상황에서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합숙훈련을 강행한 것을 비판하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코로나로 4차례에 걸쳐 등교 개학이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가혹한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방학과 학기 구분도 없이 매일 진행되는 혹독한 기능 연마는 성장기 학습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좋은 등수를 위한 반복 훈련은 직업교육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숙련노동자의 기술적 기능 능력을 평가하는 기능경기대회가 현실에서는 ‘산업체가 원하는 기능 인력을 배출하는 통로’이자 ‘교육이 경제적 목적으로 치환되는 과정’으로 전락했다며, 교육부가 기능훈련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해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들은 유독 경북지역에서 두드러지는 기능훈련 문제와 관련해 경북교육청의 관리 부실을 꼬집었다. 

일부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훈련과 단체급식 시행 사실을 확인한 경북교육단체들은 4월 1일,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으로 개학 연기인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집단생활과 단체급식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북교육청에 행정지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문제 상황을 알고 나서도 기능대회의 중요성만 언급하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야 모든 직업계 고등학교 합숙훈련을 중지했다. 

이에 대해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코로나19 감염병을 예방한다며 도교육감이 매일 영상을 띄워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면서도, 학생들이 겪는 혹독한 경쟁에 대해선 구경만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북교육청도, S공고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직업계고 교육과정 정상화와 교육 활동 회복, 불평등한 교육 해소 및 삶을 위한 교육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 공고문. 원래 4월 6일부터 4월 1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6월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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