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가?
행정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가?
  • 김신애
  • 승인 2020.04.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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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어디로

 

지난 4월 중순, 죽변면을 가로지르는 도로 옆 가로수 왕벚나무들이 그루터기만 남은 채 처참하게 발견되었다. 밤새 안녕이라고, 나무들은 그렇게 무참히 잘려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잘려나간 나무를 바라보며 몇몇은 눈물을 글썽였고 몇은 살아있는 나무를 쉽게 죽이는 행정을 원망하기도 했다. 나무를 베어낸 쪽도 미안했던지, 사람들 안전을 위해서인지 몰라도 주황색 칼라콘을 덮어 놓았다.

죽변면은 2001년 플라타너스를 베어내고 왕벚나무를 심었다. 가로수도 유행을 타서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변경된다. 당시는 플라타너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새로운 품종을 이식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나무를 이식하는 비용도 상당해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나무를 베어버리고 새로운 가로수를 심는 방식을 선택한다.

처음 앙상했던 벚꽃나무는 세월이 흘러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고, 4월이면 꽃잎을 흩날리며 아름다운 항구도시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죽변 입구에서 차를 타고 들어오면 벚꽃나무가 맞아주고 바람이 불 때 바람에 날리는 꽃잎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도 선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삭막했던 우리에게 올해 벚꽃잎은 오래도록 흩날려 위로가 되기도 했다.

 

만개한 벚꽃
만개한 벚꽃

가로수는 사람에게 주는 유익이 많다. 기후 위기인 작금의 시대에 나무 한 그루가 에어컨 10대에 맞먹는 효과를 발휘해 한여름 그늘을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푸름은 사람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유익에도 불구하고 인구 6500명의 작은 항구도시 주차난과 교통난 해소를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거나 대안을 모색하지 않고 순식간에 잘라버린 것이다.

행정은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부 체제에서 행정은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구로 지역주민의 삶을 위해, 계획하고 관리하고 조정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행정은 이제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나가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 효율성만 따지고 다수의 편익을 위해 집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공공적 가치, 소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행정의 구현,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주민참여제와 주민자치가 행정에 도입되고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정치, 행정의 통치, 관리 시스템에서 민관의 거버넌스, 협치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기 때문이다.

가로수를 제거한 것은 죽변면 도시계획도로 정비 사업은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된 사업은 가로수를 잘라 인도를 좁히고 주차를 많이 하려고 계획되었다. 사업 추진 과정에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무를 잘라내고 인도의 폭을 120cm로 줄이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도로의 구조 및 기준 시설에 관한 규칙에서 제한하고 있는 유효 폭 200cm를 위반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지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150cm로 조정이 가능한 점에 비추어보아도 명백한 위법이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는 주민의 보행 안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시설물의 설치, 차량의 소통 등 보행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제도 및 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제도 및 사업 등에 따른 편익보다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게 되어있다. 또 노인, 임산부, 어린이, 장애를 입은 사람 등 스스로의 힘으로는 보행이 불편한 사람이 차별 없이 보행자 길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변경하려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이러한 사항이 잘 지켜졌는지? 인도의 횡단, 종단 경사는 법적 사항에 맞게 지켜지고 있는지도 미지수이다.

울진군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다수 주민의 민원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행정 편의주의식 도로정비 계획임이 틀림없다. 몇몇 주민들의 항의에 다행히 울진군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고려하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잘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이제 행정도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다수의 편익을 위해 마구잡이식 정비보다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서로에게 유익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한다. 가로수 베어내는 단순 행정에서 좀 더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차원 높은 행정 기술이 필요하다.



글 _ 김신애 울진사회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