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노동절 풍경… 노동자들의 위기 보여줘

 

29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는 세계노동절 130주년을 맞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농민, 여성, 장애 운동 단체 회원 등 2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안전망의 대폭적 확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극복, △해고금지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확대, △생활임금과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 할 권리 보장,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를 요구했다.

김태영 본부장은 “3월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이 코로나19로 지난해 대비 수십 배가 급증했다. 민주노총은 130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모든 해고의 금지와 총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고용안정과 대폭적인 사회안전망 확충을 촉구했다.

이어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50주 년이 되는 해이다.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일하는 형태에 상관없이 노동법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태일 법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는 그 책임이 문재인 정부와 역대 최고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정부와 민주당이 전태일 법 도입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창훈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의장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전경련 등에서 탄력 근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다. 위기의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자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 보듯 정부는 재난지원금은 찔끔 주면서, 재벌에게 천문학적 돈을 퍼주겠다고 하고 있다”라며, “위기가 올수록 노동자, 농민 등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 돈을 기업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 서민들 삶의 대책 마련을 위해 노동자·농민이 단결해서 맞서 싸우자”고 밝혔다.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대표는 “지난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으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투쟁선포식을 개최했다. 코로나19에 장애인도 예외일 수 없다. 경상북도가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코호트 격리였다”라며 “장애인과 시설 노동자의 의견은 한마디도 묻지 않고 시행했다. 대규모 수용시설에 격리되어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또 격리하고, 지역의 복지관과 주간보호시설, 보호작업장이 무기한 이용 중단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작업장 이용이 중단되면서 그나마 최저임금조차 안되는 돈을 받던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복지 일자리가 중단되면서 노동에서 밀려났다”고 전하며 “최저임금 적용 예외 폐지와 노동 현장에서 장애인이 손쉽게 제외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투쟁 발언에 나선 최재소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대란 등 하루에 수십 번씩 반복해서 듣는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 전부가 코로나19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로 확대되고 있을 뿐”이라며, “자본은 코로나19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 한다. 코로나19로 해고와 생존의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학교에는 많은 노동자가 있다. 학교 비정규직, 행정직, 교사 노동자가 같이 일한다. 코로나19로 너무나 다양한 임금 압박, 해고 위협에 내몰리고 있지만, 학교 노동자들은 고용안정 지원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긴급돌봄을 하라고 하면서도 긴급돌봄 교사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학교 비정규직의 문제, 교사 문제 등 노동자를 도구로 생각하는 현실을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동절 행사는 코로나19로 경북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기자회견으로 축소되거나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89년부터 매년 이어오던 대규모 집회와 가두 행진 형식의 풍경마저 바꾸었다.

참가자들은 김용수 포항지부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는 무차별적인 개발과 환경 파괴가 부른 참사로 피해가 재난 취약층과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부과되고 있다”라며,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극복, 해고 금지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 확대, 생활임금과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 할 권리 쟁취,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로 평등 세상 쟁취를 결의한다”고 밝혔다.

 

 

노동절 유래

1886년 5월 1일,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미국 전역에서 파업에 나섰다. 같은 날 시카고에서도 평화적인 파업이 진행되었다.

5월 3일 시카고에서 경찰이 파업 중이던 노동자들에게 총을 쏴 4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 30만 명이 참가하는 집회가 ‘헤이마켓 광장’에서 열렸다.

이때, 누군가가 폭탄을 던졌고, 폭탄을 투척한 범인을 찾지 못하자 노동운동 지도자 수백 명을 체포해 7명은 사형, 1명은 15년의 징역형에 처했다.

이후 1889년 7월, 파리에서 세계 25개국의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위대한 투쟁을 확산’시키고자 5월 1일을 국제적인 ‘노동자 단결의 날’로 정했고, 1890년 첫 노동절 행사를 열면서 전 세계로 확산하여 열리고 있다.

7년 후 헤이마켓 폭탄 사건은 자본가들이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국의 노동절

한국에서 노동절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동맹 주도로 2천여 명의 노동자가 모여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열린 행사가 그 출발이다.

해방 직후에는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전평)’ 주도로 노동절 기념행사가 열렸고, 전평이 강제 해산된 이후에도 5월 1일에 열렸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1958년부터 ‘대한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 10일 열리게 되었고, 박정희 군사쿠데타 이후 1963년에는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조직된, 전국노동조합대표자협의회(전노협)이 중심이 되어 1989년 4월 30일 연세대학교에서 ‘세계노동절 100주년 기념 한국노동자대회’를 열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4년 법이 개정되면서 5월 1일이 되었으나, 명칭은 여전히 ‘근로자의 날’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해의 주요 요구를 중심으로 노동절 기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딱 한 줄뿐이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有給休日)로 한다”로 대한민국 법률 중 가장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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