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아닌 ‘죽음의 메달 경쟁’ 끝내야…”

 

“아들이 죽음을 선택하여 지금 큰 슬픔에 빠져있다. 준서가 없다면 이 학교 메카트로닉스(2인 1종) 직종이 없어질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수십 차례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학교가 묵살하고 강요와 설득을 통해 기능 훈련을 받게 했다. 아이가 심한 압박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지만 학교는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 이준서 학생의 아버지 이진섭 씨의 말에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5월 13일 오전 11시 경주 S공고 교문 앞에는 경북뿐만 아니라 서울,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비통한 마음을 안고 달려온 시민, 사회, 인권, 노동단체 활동가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4월 8일 이 학교 기능반에서 훈련을 받던 이준서 학생의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기능반 운영 실태를 밝혀 다시는 교육이 꽃 같은 우리 아이를 죽게 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준서가 고통스럽게 절규했던 곳에서 행동을 시작하려고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서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진상 규명과 직업계 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을 선언했다. 민주노총,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6개 전국 단위 단체와 경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포함한 45개 경북지역 단체가 함께 했다. 이준서 학생의 죽음이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우리 교육이 망가진 결과가 빚어낸 참사라는 걸 확인하며 고 이준서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눈부시게 푸르른 5월을 맘껏 누려야 할 우리 학생들은 계속되는 경쟁으로 희생만 되고 있다. 준서 학생이 우리 곁을 떠나가 안타깝다”는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학생이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베일에 가려진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준서 학생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잘못된 교육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이용기 지부장은 “현장실습과 기능경기대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추모를 넘어 진상 규명과 직업계 고등학교 정상화로 교육적이지 않은 교육을 끝내자”고 주문했다. 

2017년 11월 9일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한 고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 이상영 씨도 오늘 공대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상영 씨는 “지난 2년 동안 국회로, 청와대 앞으로 쫓아다니며 민호와 같은 사고가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계속 사고가 나더라. 왜 사고가 날까 질문을 던져도 답이 없었다”며 통탄했다. 

이어, “현장실습이라는 미명 아래 특성화고 애들을 돈벌이 도구로 삼는 기업과 이에 편승해서 놀아나는 정치인들, 교육감 교육청 교육부 다 똑같았다”고 하면서 “조사해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지쳐서 쓰러지길 기다리는 게 공직자들이다. 장관과의 면담 약속도 파기해놓고 약속은 약속일뿐이라고 무시하는 게 교육부”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상영 씨는 “꿈 많고 피지도 못한 학생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장을 바꾸려면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 나라에 맡겨놔도, 학교에 맡겨놔도 안 바뀐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내 자식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는 어른이 되고 똘똘 뭉쳐 천 번 만 번 부딪히고 싸워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공대위의 진상조사단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학교와 교육청은 자율적인 상황에서 훈련했고 어떤 강압도 없었다는 해명에만 급급하다. 특별반으로 편성된 기능반을 군대식으로 운영하고, 인권침해 요소가 짙어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유가족이 요구하는 사망원인과 기능반과 기능경기대회의 부조리와 의혹들, 합숙훈련과정에서 기숙사 관리의 문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 활동을 철저히 하여 억울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 이준서 학생의 아버지 이진섭 씨가 발언하는 모습.

고 이준서 학생의 아버지가 한 지적 역시 새겨들을 내용이었다. 이진섭 씨는 “아들은 갔지만, 특성화고등학교의 문제를 개선하고 싶어 어렵게 이 자리에 섰다”고 하면서 “기능반에 들어가면 1학년에서 3학년까지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하고 기능 훈련에만 열중해야 한다. 학과 수업 빠졌다고 담임교사에게 반성문 써내야 하고, 기능 담당 교사는 수업 들을 필요 없다고 해서 중간에서 아이가 힘들어했다. 기능반 특별 관리 때문에 아이가 느낀 압박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그 나이의 학생들이 받아야 할 기본적인 교육을 전혀 못 받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대위는 죽음을 통해 한국교육의 가장 아픈 지점을 성찰하게 해준 고 이준서 학생을 애도하며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실규명과 철저한 수사, 고인과 유족에 대한 교육 당국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직업계 고등학교 기능반 폐지 및 교육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13일,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에 이어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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