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노동절에 참여했다. 해마다 꾸려져 두 달여간 가열하게 투쟁하는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이날 장애인 노동권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해단식을 진행한다. 그동안 노동절 집회에 참여하면서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

나도 노동자인데 이 사회는 날 왜 노동자로 인정해 주지 않지? 왜 만국의 노동절인데 장애인 노동자들은 연대의 틀 속에서만 행동해야 하는 거지? 여러 생각 끝에 ‘장애인도 노동자’라고 외치며 주체적으로 참여할 길은 노동조합뿐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장애인노동조합은 2년간 준비를 거쳐 지난해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에 맞춰 공식 출범했다.

장애인노동조합이 출범한 후 첫 노동절을 맞았다. 올해로 130주년이 된 세계노동절은 코로나19 때문에 축소되어 진행됐다. 장애인노조는 출범 뒤 처음 맞는 노동절답게 장애인노동조합 이름으로 사전집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기자회견만 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 =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

1일 낮 1시,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재난 상황 및 노동 현장 차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애인 노동자들은 재난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장애인노조 경북지회(준) 아리 활동가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장애인 노동자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던 장애인 노동자들이 그 작업장마저 폐쇄됨으로써 더 힘든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현직 동료지원가로 일하는 박종희, 김동호 조합원도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 노동자로서 겪어야 하는 힘듦을 발언했다.

재난 상황에서만 장애인 노동권이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장애인은 시설이나 집에서 실업 상태에 놓여 있고, 그나마 취업한 장애인 노동자 또한 노동 현장에서 부당 해고나, 정당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증 장애인 노동은 무가치한 것으로 낙인 되어 왔다.

130주년 세계노동절이 장애인도 노동자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자라고 하면 비장애인 위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헌법에 규정한 국민의 4대 권리와 의무 중 하나가 ‘노동’이다. 장애인도 이 땅의 당당한 국민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동을 할 수 없다거나,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재단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장애인 차별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장애인노동조합은 앞으로 장애인 실업 대책 마련, 현장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 장애인 노동의 새로운 정의 등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이다. 비록 이제 첫발을 내디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앞으로 많은 가시밭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노동조합은 모순덩어리 자본주의를 깨부수고 장애인 노동자의 당당한 권리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투쟁!



 

글 _ 정명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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