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각



그는 일흔을 넘긴 할머니였다.

이른 봄날 산에 나물을 찾아 나선 것일까. 봄나물을 캐다 말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중일까.

사진은 아무 말이 없다. 그 안에는 꽃도 피어 있고, 숲도 우거져 있으나, 이곳이 어딘지 또 언제인지 저 할머니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물며 사진의 바깥을 알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사진을 보고, 보여준다. 사진을 붙잡고 말을 하고 있다.

사진 속 할머니는 이제 팔순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이명을 앓고 있고, 많이 야위었다. 저 꽃밭은 사라지고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있다. 나무가 잘려나가고 노인들의 비명소리가 울리던 골짜기는, 이제 사진처럼 고요하다. 많은 할머니들이 사라졌고, 밀양 송전탑 싸움의 바깥을 우리는 보지 않았다. 아니, 듣지 않았다.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그러나 여전히 밀양은 말하고 있다. 2014년 6월 11일 대규모 공권력이 자행한 ‘행정대집행’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남아있는 주민들의 지나온 시간이, 이 사진의 바깥말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 밀양 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에서는 6.11 행정대집행 6주년 온라인 집회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신청은 다음 링크를 통해 가능합니다. http://bitly.kr/q5K8ImWs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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