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죽음에도 “경축 기능경기대회” 라니...
학생 죽음에도 “경축 기능경기대회” 라니...
  • 은영지
  • 승인 2020.06.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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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기능경기대회 열리는 구미 금오공고에서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 기자회견 개최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6월 8일. 오후 2시가 가까워져 오자 경북지역 시민사회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삼삼오오 구미 공단에 있는 금오공고 앞에 모여들었다.

포항과 안동, 경주에서 이곳 구미로 한달음에 달려온 그들은 지난 4월 8일 신라공고 이준서 학생을 죽게 한 문제투성이 기능경기대회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버젓이 열린 사실에 분노했다. 대회는 6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얄궂게도 준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딱 두 달이 된 날, 일말의 양심도 고민도 없는 경북교육청은 대회를 강행했다. 준서가 죽음을 통해 폭로하고자 했던 기능경기대회가 아니었던가. 준서 학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전혀 없었다. 코로나19 유행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교육 당국은 별일 아니라는 듯 지방기능경기대회를 열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음의 메달 경쟁’이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직업계 고등학교 기능반 훈련은 지옥의 훈련이었다. 정규 수업을 내팽개친 채, 청소년기의 정신적 신체적 성장도 무시한 채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창의성 없는 단순 반복 손작업을 기능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지난봄 훈련을 받던 준서는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어했고,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이 자리에 모인 단체 활동가들은 교육 당국의 비교육적인 관행과 무개념을 성토했다.

자본을 물신으로 떠받드는 우리 사회가 늘 문제의 근원이었고, 모순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었다. 교육현장은 ‘산학 연합’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자본과 교육 관료들의 미시적인 성과주의에 매몰돼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고도 그들은 도무지 반성이라는 걸 할 줄 모른다.

직업계고 기능반은 ‘1%를 위해 99%의 학생들이 버려지는 구조’였다. 기능대회 수상 역시 결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전국기능대회에서 지난 10년간(2007~2016년 통계) 입상한 학생 중 1470명만이 대기업에 입사했다. 지방대회 참가 학생이 매년 약 5천 명인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치다. “소수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수 학생을 들러리를 세우는 비교육적이고 불평등한 교육”이라고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진단했다.

2007년 2월 3일 황준혁 학생도 그 과정에 희생되었다. 훈련과정 중 냉각기가 폭발해 냉각장치 뚜껑이 가슴을 쳐서 비명에 스러졌다. 지난해에도 직업계고 학생이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열악한 현장으로 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끔찍한 사고로 죽어 나가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여는 발언에서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교육부가 기능경기대회 개최를 방치했다”며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채 죽음의 메달 경쟁으로 몰아넣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고 질타했다.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이찬교 소장은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지 학생들을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금오공고 앞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경축 경상북도 기능경기대회’라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찬교 소장은 “소수의 기능반 학생들을 가혹한 훈련으로 죽게 했다. 기능반에 들어가지 못한 다수 학생을 방치하는 교육을 조장했다. 기능대회를 어떻게 ‘경축’할 수 있겠냐”며 “경축이라는 글자를 당장 떼라”고 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졸업자가 오면 학교에서 어떤 기능을 어떻게 익혔는지 선배 노동자가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현장이 팽팽 돌아가고 있다”면서 ”노동 현장에 가면 학생이 메달을 땄든 안 땄든 처음부터 다시 기술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기능경기대회 맞춤형 교육을 해왔다는 사실이 한심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직업계 고등학교는 제발 기본 교육과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고,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은 이동욱 김천교육너머 대표와 김서영 참교육학부모회 구미지회 부지회장의 회견문 낭독으로 마무리했다. 2007년 사망한 황준혁 학생과 이번에 목숨을 잃은 이준서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교육받는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죽음의 기능경기대회와 기능반 운영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7개 전국 조직과 경북노동인권센터 등 46개 경북 단체가 결성한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진상 규명과 직업계 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교육부 장관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기능경기대회 즉각 중지와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 및 직업계고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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