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김해나 배우를 아시나요?”
[이 영화를 보라!] “김해나 배우를 아시나요?”
  • 김상목
  • 승인 2020.06.1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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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어떤 영역’에 대한 짧은 이야기

 

김해나 배우전 포스터 이미지

1_ 독립영화에서 단편과 배급, 배우들이란?


한국의 독립영화 ‘씬’에서 매년 집계조차 힘들 만큼 많은 수의 단편영화가 만들어진다. 장르 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데,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에 비해 ‘드라마’ 혹은 ‘극영화’로 불리는 장르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러 분야의 많은 인력과 장비, 시나리오 등의 준비가 요구된다. 현실의 배경을 활용하더라도, 일상의 현실과 구분되는 ‘영화적 현실’이라는 픽션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들여야 할 공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장편영화보다는 단편으로 대개 영화 작업을 시작하게 마련이다. 전국에 산재한 영화학과부터 대도시 곳곳의 교육기관에서 단기 워크숍이 드물지 않게 진행되고, 방과후 학교 과정 등을 통해 중고생들까지 간단한 형태의 영화 제작이 가능해졌다. 그런 영화들은 오프라인 영화제와 상영회, 온라인 업로드 등을 통해 관객을 만날 기회를 기다린다.

하지만, 예전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다양한 경로로 영화가 제작되고 있음에도 이런 독립영화들이 관객과 실제로 접하기까지는 바늘구멍 같은 좁은 문을 지나야 한다. 여전히 단편 독립영화가 검색 대상이라도 되려면 영화제 등이 가장 유효한 창구가 된다. 수많은 영화제에서 단편 분야 공모가 이뤄지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관객을 만나 유의미한 성과, 아니 혹평일지언정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장편영화처럼 개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약간 있는 배급의 경우에도 주로 영화제 수상이나 다른 부각점이 있지 않으면 개봉이 쉽지 않은 노릇이다. 특히 한국처럼 2차 시장(IPTV, TV, DVD/BLURAY, VOD 등)을 통한 수입의 비중이 희미하고, 극장 상영에서 대부분의 이윤이 창출되는 경우 단편은 시장성이 없다고 배제되기 딱 좋은 운명에 처해있다.

<인디스토리>, <시네마달>, <인디플러그> 같은 어느 정도 알려진 중견 독립영화 배급사들은 대부분 장편 위주의 라인업과 홍보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센트럴파크>를 시작으로 <호우주의보>, <퍼니콘>, <씨앗>, <포스트핀> 등 단편영화에 비중을 둔 소규모 배급사들이 10년 전부터 서서히 탄생하기 시작했다. 개인 혹은 소규모 인원으로 다른 분야와의 협업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만치 않은 경험을 쌓아나가는 이들 단편 전문 배급사들의 활약은 단편 독립영화 소개와 활용에 기여하고 있다. 수익이 제대로 나기 힘든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최소 인력으로 출판-전시-상영 행사 및 공간 운영 등과 연계하는 이들 배급사의 행보는 향후 독립영화 ‘씬’에서 반드시 평가되어야 할 측면이다.

배급사 외에도 <오렌지필름>이나 <낫띵 벗 필름>, <시스터스 필름> 등 다양한 기획으로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소집단 혹은 개별 활동가들, <씨네소파> 같은 지역 영화 전문 배급사와 전주의 <무명씨네>, 부산의 <영덕스클럽> 등 새로 탄생한 상영회 기획그룹의 활동은 가랑비처럼 서서히 독립영화계에 스며들고 있다. 기존의 독립예술영화 전용 극장이나 소수의 시네마테크들과의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척박한 독립영화 소개에서 계속 주시해야 할 장면들이다.

이런 시도 가운데 코로나로 인한 악재를 뚫고 최근에 진행된 단편배급사 <필름다빈>의 19번째 기획전 <김해나 배우전>을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너 같은 사람" 영화 속 김해나 배우 이미지
▲ “너 같은 사람” 영화 속 김해나 배우

2_ ‘김해나’란 배우와 ‘필름다빈’이란 회사, 들어보셨나요?


김해나 배우는 독립영화계의 마당발이다. 2010년 <도약선생>부터 2016년 <더 킹>, 2017년 <악녀>, 2019년 <82년생 김지영> 등의 장편 상업영화에 ‘단역’과 ‘조연’으로 경력을 쌓고 있지만, 그녀의 이미지와 연기를 각인하게 해준 작품은 독립단편영화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2017년, 김나경 감독의 <내 차례>와 2019년, 김현정 감독의 <입문반> 같은 그해 독립영화계 대표 단편들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이름을 각인시켰다. 최근 개봉작인 최창환 감독의 <파도를 걷는 소년>에서도 주인공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을 맡았다.

독립영화에 출연할 때는 장편에선 주로 주인공과 대립 구도 혹은 조력자로서 준 주연으로, 근래 제작된 단편들에선 주연 역할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큰 키와 시원시원한 외모에 어울리는 역할을 맡는 편이지만, 다양한 장르와 설정에 융화되는 유연성이 돋보이는 배우이기도 하다.

또한, 흔히 ‘핫 플레이스’라 불리는 홍대 연남동 일대에서 상영회 등 여러 행사를 기획하는 복합공간 “남국재견”과 “연남가든” 등을 운영하는 기획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에너지 넘치고 아직 보여주지 못한 연기가 많이 남은, ‘독립영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들어 봤음 직한’ 김해나 배우이지만 아직 그를, 그리고 비슷한 상황의 독립영화배우 유망주들을 아는 관객은 많지 않다.

단편 전문 배급사로 시작해 근래 장편 배급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필름다빈> 또한 많은 이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독립영화 배급 현장에서는 주목받는 1인 배급사이다. 단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백다빈 대표의 ‘촉’으로 좋은 작품을 발품 팔아가며 수집해 소개해왔다. 지난해에는 단편 옴니버스 상영으로 극장 개봉을 시도한 <오늘, 우리> 프로젝트를, 올해 들어서는 정가영 감독의 <하트>와 심혜정 감독의 <욕창> 등 화제가 된 장편 작품을 개봉하는 중이다. 소규모 회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름다빈은 다른 기획자 그룹과 연계해 홍보 마케팅 등을 분업하는 시도와 아울러 단편영화 소개를 위한 독자적인 일상 상영 공간 <공간 현기증>을 운영하는 등 몸이 여럿이라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19번째가 된 기획전은 아직 덜 알려졌지만, 유망주인 독립영화 감독과 배우의 이름을 내건 프로젝트로 해당 시기 독립영화계의 트랜드를 알게 해주고, 주목받기 어려운 독립영화인의 인지도를 작게나마 올려놓는 등 여러 부가 효과를 내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이번 기획전 역시 각 지역의 소규모 상영 공간과 독립예술영화 전용 극장을 횡단하며 관객을 만나고, 개별 영화로만 만날 경우 찾아내기 힘든 영화의 색다른 맛을 옴니버스 상영 기획으로 풀어내는 시도이다. 재주꾼 김해나 배우가 촬영한 사진과 짧은 글들을 엮은 사진집 <하해 : 큰강과 바다들> 현장 판매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및 장르 콜라보를 모색하는 기획전이기도 하다.

 

필름다빈 백다빈 대표, 김해나 배우, 현기증 홍미정 대표(필자촬영사진)
▲ 왼쪽부터 필름다빈 백다빈 대표, 김해나 배우, 현기증 홍미정 대표 (필자 촬영 사진)

물론 이번 기획전 역시 수익을 내기보다는 손해를 덜 보는, 손익만 맞아떨어진다면 더 바랄 나위 없는 이벤트일 것이다. 영화학과에서 영화를 전공한 배급사 필름다빈의 백다빈 대표는 참 열심히 괜찮은 영화를 만드는 동료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게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그리고 ‘동지’적 관계인 공간 현기증의 홍미정 공동대표는 마구잡이로 일을 벌이고 수습하는 게 천성에 맞다 하면서 이 무모한 도전에 함께 했다.

김해나 배우는 한창 개봉 중인 <파도를 걷는 소년> 부대행사 일정과 자신이 운영하던 연남가든의 피날레 상영회들과 함께 삼중고를 치르며 이번 전국 순회에 함께 하는 지경이다. 돈 벌려고 하면 애당초 발 들여놓아선 안 될 일에 신나 하며 뛰어드는 이들, <필름다빈 유랑단>의 모습은 과거의 ‘독립군 영화’와는 결이 다른, 자본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할지언정 가능한 변화와 자유를 희구하는 2020년의 독립영화 스타일의 한 단면일 테다.


3_ 배우전 상영작들

김해나 배우전의 상영작은 총 4편으로 <기쁜 우리 젊은 밤>, <건우와 덴마크>, <내 차례>, <너 같은 사람> 순서로 상영이 이뤄졌다. 4편을 합친 상영시간은 95분으로 어지간한 장편영화를 소화할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빠져서 아쉬운 작품이 꽤 있지만, 필름다빈 배급 라인업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김해나 배우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들로 알차게 짜인 라인업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자기 회사의 ‘상품’도 아닌 영화를 끼워서 상영 기획을 짜는 건 돈도 안 될뿐더러 실무가 갑절로 늘어나는 피곤한 노릇일진저, 김해나 배우의 2020년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조건 아래 최적의 구성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뭔가 짠한 감정이 올라오게 만든다.

 

김해나 배우전 상영작 소개 이미지 1

이번 배우전의 첫 번째 주자는 김은성 감독의 2017년도 작품, <기쁜 우리 젊은 밤>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김해나 배우를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단편영화에선 드물게 시도한 입체적 구성과, 마치 ‘운수 좋은 날’처럼 반어법이 돋보이는 영화다. 요즘 헬조선 청년세대의 군상을 각각 심부름센터 배달 라이더, 연극배우와 투잡을 뛰는 대리운전기사, 신입 영업사원 세 주인공이 얽히고설키는 설정이 참신했던 이 작품에서 김해나 배우는 연극배우와 대리운전기사를 오가며 설정의 중심에 선다. 코미디 요소를 적절히 활용해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후반부 판타지 같은 풍경을 통해 작은 위안을 던지는 적절한 시작 주자이다.

두 번째는 배우 본인의 애착이 크다는 2016년 정승민 감독 작품 <건우와 덴마크>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동생 건우의 친구가 자꾸만 누나에게 찾아와 죽은 동생의 마지막 소망이라며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화를 내면서도 반신반의하던 누나는 하루 동안의 여정을 시작한다. 사회적 참사와 유가족의 상실감을 은유하며 특히 세월호와의 연결고리가 은근한 작품이다. 배우에게는 인상에 남는 첫 주연작에 가깝기에 꼭 포함하고 싶었다는 작품.

 

김해나 배우전 상영작 소개 이미지 2

중간을 책임지는 2017년 작, 김나경 감독의 <내 차례>는 이번 기획전 라인업 중 독립영화 좀 본다는 이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품일 것이다. 간호사 사회에 만연한 인습, ‘임신 순번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소개한 아마도 국내 최초의 작품일 <내 차례>는 그해 최고의 단편영화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단편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마지막 주자는 2019년에 소개된 오혜주 감독의 <너 같은 사람>이다. 김해나 배우의 평소 당당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약간 비틀어 이미지화한 연출이 돋보인다. 역시 요즘 청년세대 내부의 간극을 미묘한 감정선으로 표현한 단편이다. 활발하고 인정받는 이들이 놓치기 쉬운,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품었을 감정을 따라가는 과정을 담았다. 역시 독립영화계 블루칩으로 주목받는 우지현 배우, 곽민규 배우와 함께 인상적인 조합을 펼쳐 보인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노도현 감독의 <스타렉스>와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작, 김현정 감독의 <입문반>,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단편부문 경쟁작인 강정인 감독의 <각자의 입장> 등 점점 더 배우의 익숙한 이미지를 변주하며 연기 활동이 확장되는 와중에 이번 김해나 배우전이 상영을 맞았다. 개별 작품만 봤을 때는 찾기 어려운 숨은 모습들을 발견하고, 단편 위주의 제약 속에 펼치고 싶은 연기를 미처 다 선보이기 힘든 독립영화 배우들이 자신을 드러내 보일 소중한 기회일 것이다.

 

오오극장 김해나 배우전 후 관객과의 대화 현장
▲ 오오극장 김해나 배우전 후 관객과의 대화 현장

4_ 황량한 사막에서 지혜를 모아 찾아내는 오아시스로의 길

필름다빈과 김해나 배우가 함께한 기획전은 약 3주간 7곳의 상영 공간에서의 단출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준비하느라 몇몇 사람은 코피가 날 정도로 고생했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김해나 배우와 그의 출연작을 새롭게 발견한 이들은 그다지 많은 숫자는 아니었을 테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젊은 영화인들이 돈보다는 인생을 걸고 열정적으로 전국을 순회한 기록은 단순한 손익 계산서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새롭게 대두되는 감독과 배우, 작품 경향에 대한 예민한 포착과 협력을 통한 기획과 홍보의 극대화, 돈은 안 될지언정 우애는 기억에 남을 상영회의 순간은, 삶의 반영 혹은 성찰의 매개로서 자리 잡아갈 것이다.

상업영화와는 구분되는 독립영화라는 존재는 만들어지는 시간뿐 아니라 상영, 즉 관객을 찾아다니는 유랑의 과정 또한 영화의 한 부분으로, 그 영화를 완성하거나 제작 과정에서는 포착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명민하게 활용해야 한다. 필름다빈의 19번째 기획전, “김해나 배우전”을 비롯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배급사와 기획집단, 상영 공간들의 명멸하는 시도는 조금 더 널리 소개될 효용이 충분한 도전들이다.

 

김해나 배우전 포스터 이미지


상영작 정보


기쁜 우리 젊은 밤

2017, 코미디, 27‘27“

감독 김은성, 출연 김희, 김해나, 권오성

 

건우와 덴마크

2016,  드라마, 25‘25“

감독 정승민, 출연 김해나, 문지홍, 정재용

 

내 차례

2017, 드라마, 14‘59“

감독 김나경, 출연 주가영, 김해나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관객상(2017)

제21회 토론토릴아시안국제영화제, 에어캐나다 단편영화상(2017, 캐나다)

제23회 드라마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2017, 그리스)

제11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관객상 작품상(2017)

제17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상(2017)

제1회 충청남도 인권영화제, 대상(2017)

제1회 신필름예술영화제, 최우수작품상(2017)

제6회 경찰인권영화제, 최우수상(2017)

제20회 쇼트쇼츠 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경쟁부문(2018, 일본)

제47회 모로디스트 - 키예프 국제영화제, 학생경쟁부문(2018, 우크라이나)

제15회 뭄바이 국제영화제, Best Short Fiction Film(2018, 인도)

제30회 파리 레즈비언&페미니스트 국제영화제, 초청(2018, 프랑스)

 

너 같은 사람

2019, 드라마, 24‘28“

감독 오혜주, 출연 김해나, 우지현, 곽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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