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들과 살고 싶었다.
나는 가족들과 살고 싶었다.
  • 아리
  • 승인 2020.07.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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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사회의 문제

 

ⓒpixabay

집단 수용시설에서 죽은 많은 장애인이 있다.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족들이 더는 돌보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었다. 장애인 시설에서의 생활은 동물원의 창살 없는 공간 안에 갇힌 동물처럼 똑같은 일상이었다.

어린아이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나이를 먹은 사람, 인생을 전부 보내는 할머니, 혹은 아프다가 죽은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렇게 일생을 보낼 줄 알았다. 돌봐주는 가족이 없고, 갈 곳이 없는 나를 받아준 곳이 장애인 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현실은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9살 때,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솔직히 나는 양가족을 보면, 양부모님의 자녀들이 부러웠다. 그런 양가족의 모습은 드라마에 나온 가족처럼 같이 살고, 밥을 먹고 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었지만, 나는 부러웠다.

한 번씩 양부모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시설로 돌아오면 마음이 허하고, 울적한 마음에 울고 싶어도 울음을 참아야 했다.

시설 안에 있는 거주인들은 내가 양부모님 도움으로 다른 거주인들이 겪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욕심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시설에 보낸 가족들이 다시 데리러 오지 않고, 같이 살지 않은 것을 속으로만 원망했다.

지금은 시설을 나와 혼자 살고 있다. 혼자서 살아가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가족이 나를 돌보는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의 형편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를 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던 것처럼 만약 나에게 자녀의 돌봄이 전가되었다면 어쩌면 똑같이 되었을 것 같다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왜 그렇게 되는지’를 고민했었다.

장애인 시설에 있으면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무기력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삶을 벗어나고 싶었다. 거주인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연기를 해야 하고, 개인의 존엄성이 없는 돌봄에도 사회 때문에 다른 공간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을 향한 시선들이 싫어서 시설을 나왔다. 나와 같이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도 많다. 시설을 나와서 잃어버렸던 삶을 내가 스스로 찾아가는 게 좋다.

그러나 대부분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밥을 하는 것이 어려워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돈이 부족해 전기세, 가스비를 미납해서 공급이 중지되는 악순환의 생활이 반복되는 장애인들도 많다. 나를 포함하여 여러 장애인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기력함을 벗어나거나, 우울감에 익숙해지는 과정들이었다. 시설 안에서는 수직적으로만 형성되던 관계에서 갑자기 새로운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낯설어 우울증을 앓게 된 장애인이 많았다.

그러나 사회는 ‘시설을 왜 나와서? 다시 시설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뿐, 개개인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사회의 기준으로 혼자서 다시 삶을 만들어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회의 시선은 이런 존재들을 귀찮게 여기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한 곳에 있길 바라는 것 같다. 그렇게 수용시설은 계속 유지되는 것 같다.

한편, 사회는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하고, 여성의 역할로만 부여해 왔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 사건, 그리고 최근 연이어 벌어진 발달장애인 자녀와 부모의 죽음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과 생활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벌어진 일들이다.

떠나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돌봄의 몫을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또다시 삶의 마지막 벼랑에서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장애인 시설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돌봄의 책임을 사회가 나눠 갖지 않고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더는 가족들이 헤어지지 않고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이 공적이고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튼튼히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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