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소년 아메드”
[이 영화를 보라!] “소년 아메드”
  • 김상목
  • 승인 2020.07.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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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시선이 포착한 유럽의 현실, 극단의 풍경

 

"소년 아메드" 포스터 이미지

1. ‘칸영화제’, 그리고 다르덴 형제


72회 칸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기억에 남겠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역대급 명작들이 즐비하게 경합했던 대박 시즌이기도 하다. 황금종려상의 <기생충> 외에도 심사위원대상 <애틀란틱스>(마티 디오프, 프랑스), 심사위원상 <레 미제라블>(라드지 리, 프랑스)·<바쿠라우>(클레버 멘돈사 필로 외, 브라질), 남우주연상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각본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셀린 시아마, 프랑스) 등 열거한 수상작들은 웬만한 영화제 몇 년 치 결산 목록을 보는 듯하다.

그 외에 <배신자>(마르코 벨로치오, 이탈리아), <마티아스와 막심>(자비에 돌란, 캐나다), <미안해요, 리키>(켄 로치, 영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미국), <시빌>(쥐스틴 트리에, 프랑스), <데드 돈 다이>(짐 자무쉬, 미국) 같은 쟁쟁한 작품들이 빈손으로 돌아갔으니 실로 ‘역대급’ 2019년 칸이 아닌가.

칸영화제는 문화예술이라면 한 콧대 하는 프랑스적 선입견의 상징과도 같다. 칸영화제는 애초에 일반인들이 표 한 장을 구하기 어렵고, 안내 가이드 또한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제의 목적은 영화의 탄생부터 시작된 프랑스 영화(와 유럽 영화)의 우수함을 만방에 과시하고,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성을 갖는 ‘예술영화’를 홍보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프레스’와 ‘마켓’에 집중한다. 영화제의 타깃이 언론사 취재진과 영화를 수입 배급할 바이어들에게 맞춰져 있으니 자연히 일반인 관객들은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와 최초의 ‘픽션’ 영화를 만든 멜리에스 모두 프랑스인이었기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칸영화제는 ‘영화란 이래야 한다!’는, 자신들이 창조하고 고수해온 기준에 철저하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대립각을 세우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영화제일 만큼 칸의 태도는 고답적이고 오만하게까지 비칠 지경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칸영화제는 예민하게 ‘영화’란 매체의 위상을 확장, 향상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처신하며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여전히 전 세계의 감독들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영화상에 대해 ‘동네 시상식’이라 언급한 것과는 반대로) 자신의 영화가 전 세계에, 그리고 영화의 역사에서 인정받는 최종 목표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떠올린다. 그런 칸영화제는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감독을 편애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첫 순위에 꼽히는 이들이 이번에 소개할 다르덴 형제다.

다르덴 형제는 칸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번 수상한 몇 안 되는 존재이며, 지금까지 8번 경쟁부문에 올랐다. <로제타> (52회) 황금종려상·여우주연상, <아들>(5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더 차일드>(59회) 황금종려상, <로나의 침묵>(61회) 각본상, <자전거 탄 소년>(64회) 심사위원대상, <내일을 위한 시간>(67회), <언노운 걸>(69회), <소년 아메드>(72회)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실상 신작이 나올 때마다 칸에서 예약하는 격이다. 그리고 올해 7월, 칸이 애정을 숨기지 않는 다르덴 형제의 신작이 도착했다. <소년 아메드>가 바로 그 영화다.

 

다르덴 형제 이미지
다르덴 형제 이미지


2.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세계, 유니버스 : 기술편


흔히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유럽 예술영화로 소개된다. 소수의 열광적인 애호가를 제외하면 이들의 영화는 예상보다 적은 관객에 그치곤 한다.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다르덴 형제의 스타일을 추종하는 경향이 2010년 이후 워낙 지대하기에 기이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다르덴의 영화를 보는 이보다, 다르덴의 영화적 표현의 중력 안에 놓이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2010) 이후 다르덴 형제의 영화 특성들은 국내에서 하나의 소우주를 이룰 만큼 끊임없이 현재도 어딘가의 촬영장에서, 편집실에서, 카페의 한구석 시나리오 노트북에서 변주되고 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특정하는 요소가 몇 가지 있다. 흔히 그 촬영 스타일을 떠올릴 것이다. ‘핸드헬드’기법이라는, 무거운 카메라를 삼각대나 받침대에 고정하지 않고 촬영자가 손에 들거나 어깨에 받쳐놓은 채 등장인물들을 따라 걷고 달리며 최대한 근접해 포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렇기에 다르덴의 영화 촬영감독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스타일에 따른 호흡을 맞추는데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흔들리고 거칠지만, 후술할 다르덴의 영화에서 인물 묘사에 최적화를 선사한다.

그다음은 ‘롱테이크’ 방식이다. 요즘 드라마나 광고의 휙휙 지나가는 장면 전환에 익숙한 이들에게 가능한 한도 내에서 한순간을 길게 호흡하며 최대한 화면 구석구석을 보여주거나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위를 관객에게 상세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동네에서 일상 풍경으로 벌어질 것 같은 다르덴 형제 특유의 ‘영화 속 현실’ 묘사를 극대화하고, 감독이 화면 여기저기 깔아놓은 의도와 장치를 관객들이 숨바꼭질하듯 찾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유럽 예술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지만, 철저하게 감독이 구현하려는 이미지와 맞아떨어져야 하고 감독과 스태프, 배우의 호흡이 절묘해야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라 웬만큼 훈련되지 않고는 그 참맛을 뽑아내기 어렵다.

세 번째는 등장인물의 뒷모습과 걷는 행위의 부각이다. 누구나 영화에서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의 얼굴 클로즈업을 기다린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선 화면을 꽉 채운 주인공의 얼굴도 절묘하지만, 감독이 주인공을 형상화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은 오히려 어딘가로 향하는 배우의 뒷모습일 경우가 흔하다. 마치 등짝이 말을 하는 것처럼 다르덴의 영화 속 주제와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뒷모습 장면이 뇌리에 남는다. 영화 전개에서 배우의 동선과 관객의 몰입도가 받쳐줘야 가능한 효과다.

앞에서 언급한 핸드헬드와 롱테이크 기법은 배우의 신체와 행동으로 표현되는 하나의 윤곽선-움직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테크닉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다르덴 형제는 가능한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고, 영화 속 인물과 현실 세계의 배우가 유사한 조건에 있기를 바란다. (이는 켄 로치의 방식과도 통한다) 뛰어난 감독은 물론 검증된 배우의 스타성을 잘 활용하지만, 다르덴은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발굴하거나 비전문 배우를 통해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이 분야에서 마스터 급이다. (봉준호 감독 또한 <기생충>에서 박명훈과 이정은 배우 등을 전 세계에 소개한 것처럼) <소년 아메드>에서 다수의 배우가 비전문 또는 신인 배우다. 그만큼 전문 배우의 연기력에 기대지 않고 감독 자신의 역량으로 영화를 완성하고 신인 배우의 연기를 활용하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이런 ‘거장’의 전매특허 장기와 고유한 방식은 그러나 감독이 영화를 통해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기술’에 불과하다. 20대 시절 벨기에 노동조합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던 것처럼,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의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십 년간 무공을 갈고닦은 이들이니까.


3.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세계, 유니버스 : 내용편


한국 영화계에서 다르덴 형제의 영향력은 기술적 부분에 치우쳐 소개되곤 한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먹히는 스타일이니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런 호기심이 다르덴의 세계로 젊은 영화학도들을 이끈다. (비슷한 경우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켄 로치 등이 되겠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영화 세계 정수는 그런 스타일과 기술적 완성도를 통해 표현하려는 영화 속 현실의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다르덴 형제는 프랑스어 문화권인 벨기에의 소도시 출신으로, 형제의 작품 속 배경은 거의 전부 고향 소도시를 담는다. 그렇기에 풍경은 단조로울 만큼 일상적인 동네를 구경하는 느낌이다. 비전문 배우 위주의 출연자들 또한 길거리에서 흔히 지나칠 법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형제는 그런 배경과 인물들로 세계 어디에서 상영해도 보편적 공감대와 윤리적 고민을 던질 수 있는 이야기를 제시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불행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면 지나치기 일쑤일 사건들이 다르덴의 영화들에서는 핵심이 된다. 신문 검색하면 스쳐 지나칠 단신들, 하지만 개인의 불행과 사회적 풍경이 어우러지는 소재를 다르덴 형제는 포착하고 끄집어내 비로소 우리가 인식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를 만든다.

이들 형제는 젊을 적 프랑스와 벨기에 노동자를 위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기나긴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극영화를 작업했기에 다르덴의 영화를 접하는 이들은 그런 배경을 모르더라도 영화가 ‘다큐멘터리’ 느낌이 난다고 말하곤 한다. 정확히 짚었다.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이동했지만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세상은 현실의 그것과 그대로 통한다. 억지 과장도, 거짓 희망도 없는 그 세상에는 현실에서 오히려 놓치는 ‘현실’이 고스란히 농축되어 담겨 있다. 관객에게 자신들의 영화가 현실의 반영과 성찰로 쓰임 받도록 하려는 의도에서인지 다르덴의 작업은 상영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전작 <언노운 걸>이 106분으로 가장 길며, 본작 <소년 아메드>는 84분, 그것도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는 부분 빼면 거의 80분으로 끝난다. 생각할 거리 몇 개만 간직한 채 얼른 현실로 돌아가라는 감독의 가이드 같은 지점이다. 해고 위협에 처한 여성 노동자, 평균적인 모부 가정의 보호받지 못하는 소년·소녀, 이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던 다르덴 형제는 신작 <소년 아메드>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는 걸까?


3-1. 유럽 속 이슬람 극단주의의 풍경


아메드는 13살 무슬림 소년이다. 무슬림 인구 비율이 10%에 가까운 프랑스-벨기에이다 보니 한국보다는 훨씬 더 이주민 공동체나 사회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아메드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영화 속에서 부재함에도 여러 자녀를 키우며 가족을 꾸리고 있다. 누나들과는 달리 아메드와 그의 형은 반항적이고 겉돈다. 형제는 동네의 젊은 이맘(이슬람 성직자)에게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형제의 사촌은 자살폭탄 테러를 통해 이맘의 표현에 따르면 ‘순교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메드는 사촌을 동경하며 이맘이 설파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최근 흠뻑 빠져드는 중이다.

아메드에게는 돌봄 교실에서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준 교사 이네스가 있다. 이네스는 아메드를 잘 보살펴 난독증을 고치는 등 가족 이상의 영향력을 지닌 존재다. 이네스의 돌봄 교실은 벨기에 지역사회에 무슬림 이민자 2세 자녀가 적응하도록 ‘세속’적 교육을 채택하려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부정하는 노래를 이용해 아랍어를 쉽게 배우도록 하려는 새 커리큘럼은 돌봄교실 학생의 모부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다. 이맘은 무슬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이네스의 시도를 방해하도록 아메드를 선동한다. 이네스는 그렇게 휩쓸리는 아메드와 종종 언쟁을 벌이게 된다. 마치 아메드를 놓고 이네스와 이맘이 세속주의와 근본주의 두 길 중 하나를 택하라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영화 초반 학부형들의 논쟁 장면은 유럽에 자리 잡은 무슬림 이민자 커뮤니티의 현실을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일자리를 얻거나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어릴 적에 아랍어를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실용 노선과 아랍-무슬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쿠란을 통한 훈고학적 아랍어 교육이 절대시되어야 한다는 근본주의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모부와 자녀들 또한 두 패로 나뉜다.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이런 갈등은 이슬람만의 배타성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실은 이미 다른 종교들이 걸어왔던 경로다. 유대교는 기원 전후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을 앞장서서 탄압했다. 성경에 그대로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 탄압을 겪은 기독교는 중세에서 근대에 걸쳐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을 유럽 전역에서 탄압했다. 상업에 종사해 부를 축적한 유대인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정부와 교회는 유대인들의 원죄를 소리 높여 외쳤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그런 유럽의 반유태주의의 최종 결과물이었다. 이런 유대인 차별이 개선된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시민사회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유대인들은 우리 역사의 ‘향소부곡’ 같은 차별 구역인 ‘게토’를 벗어나 “베니스의 상인” 속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처럼 부정한 장사 외에 교사나 학자 등 존경받는 직업에 진출하게 되었다. 유대인들은 유럽 사회에서 시민권을 얻는 장밋빛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드레퓌스 사건’은 여전히 유대인 차별은 수면 아래 유서 깊음을 입증했다. 방청석에서 불공정한 재판을 취재하던 테오도르 헤르츨이라는 유대인 기자는 분격해 ‘시오니즘’의 제창자가 된다. 차별받는 유럽을 벗어나 선조들의 땅으로 돌아가자는 유대민족주의 운동의 결과물은 다들 알다시피 기나긴 중동전쟁과 무슬림 극단주의의 발호다. 이렇게 역사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차별은 차별을 낳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이슬람에게 넘어와 있을 뿐이다.

기독교 문명권의 유럽은 십자군 전쟁부터 제국주의 시대에 걸쳐 끊임없이 이슬람 문명권을 침략했고 강압적 선교와 개종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슬람 세계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오스만 제국은 유럽 깊숙이 진격했고, 발칸반도를 비롯한 동유럽에 유럽계 무슬림 사회는 지금도 상당한 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보스니아 내전 같은 ‘인종청소’ 전쟁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흐름이 도래했다. 독립했지만 빈곤하고 혼란에 시달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풍요하고 안정된 유럽으로 합법·비합법을 막론하고 이주노동자와 난민이 몰려든다. 부족한 노동자를 메우기 위한 산업정책,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으로 정착한 이민자 커뮤니티의 유입, 그리고 근래 국제면 기사를 휩쓰는 다양한 경로의 난민들로 유럽은 이슬람 공포증에 휩싸여 있다. 극단주의에 기반을 둔 사건들은 이런 혐오를 확대 증폭 중이다. 다르덴 형제는 늘 ‘현실’의 은폐되어 있거나 간과하고 지나치는 이야기들을 영화화해 왔다. 이런 이슬람 극단주의에 몸살을 앓는 유럽의 ‘현실’은 언제고 다뤄질 성격의 것이었다.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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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극단주의가 싹트는 배경에 대한 깊은 고찰


물론 유럽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다루는 영화는 적지 않게 등장했고,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소년 아메드>는 극단주의에 휩쓸리는 유럽의 무슬림 2·3세 청소년들의 탄생 과정과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해 문제의 본질과 해결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바라는 ‘출발’의 영화로 의도되었다.

아메드에게는 아버지가 부재하다. 어머니는 헌신적으로 자녀를 양육하지만, 생계를 위한 일에 매달리고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한계가 존재한다. 그 공백을 메워온 게 이네스의 돌봄 교실이다. 이네스는 헌신적으로 수많은 ‘아메드들’을 돌보며 지역 커뮤니티에 영향력을 떨친다. 이네스의 느리지만 통찰 있는 사회화 과정과 달리, 이맘은 근본주의 선동으로 결핍된 소년을 이끈다.

영화 속에서 이네스와 이맘의 대립 외에 특이점은 여성 캐릭터들이 능동적이고 실제로 아메드에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들은 실제로는 큰 도움이 못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아메드의 형은 아메드와 마찬가지로 근본주의에 이끌리지만, 우유부단하고 적당히 타협하는 존재다. 이맘은 아메드를 선동하고 적절히 이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발뺌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존재다. 굳이 이슬람 극단주의가 아니라도 현실에서 선동정치를 하는 수많은 존재와 겹쳐 보이는 유형이다. 아버지는 애초에 부재하며, 순교자로 불리는 사촌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전달 외에 실제 행적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반면, 아메드의 어머니는 비록 바쁜 생업 때문에 한계는 있을지언정 부양과 교육을 등한시하지 않는다. 이네스는 아메드의 삐뚤어짐에 속상하고 화나지만, 인내심을 갖고 그의 갱생을 바란다. 그 외의 여성 캐릭터들 또한 실제 이맘을 제외하면 공기 같은 주변의 남성 캐릭터들에 비교해 어떤 식으로 건 실제 아메드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특이점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교리의 진실성이나 실제 필요성보다는 자신들이 가지던 권위나 기득권의 상실을 두려워하는 수구세력의 필요에 의한 ‘발명’에 가깝다는 측면과 일맥상통한다. 여성 캐릭터가 선보이는 유연성과 의지들은 실제 다양한 종교와 인종, 문화의 공존에 필수적 요소이다. 이는 유럽의 무슬림 커뮤니티에서 현재 문제가 극대화되어 두드러지지만 사실 거의 모든 현대사회에서 발생했거나 일어날 수 있는 요소이다.

본래 이슬람 교리가 폭력적이고 배타적이기보다는, 중동 현지에서 유럽 이민 출신의 극단주의자들이 더 강경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들에서 보듯 현재 중동 각국의 불평등과 독재, 유럽에서 적잖은 규모를 차지하는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유럽 각국의 정치·경제적 차별과 부적응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정확한 분석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양극단 세력은 그런 분석과 성찰이 달갑지 않다. 그런 공포와 불안이 계속 유지되어야 정치적 선동과 세력화가 쉬울 테니 오히려 더 자극적인 언사를 퍼트리며 이익을 챙긴다. 하지만 극단적 추종자들이 저지르거나 그들이 방조하는 사건이 터지면 재빨리 손절매하고 자신들은 그런 행동을 시킨 적 없다고 (영화 속 이맘처럼) 공식 입장을 드러내기 일쑤다.

결국, 영화 속 아메드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은 관용과 인내, 재사회화를 위한 교정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우여곡절이 따른다. 하지만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되돌아온 ‘엄벌주의’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회적 한계에서 비롯된 증오와 혐오의 어두운 그림자는 햇볕을 쬘 때 멸균 소독되게 마련임을 인정한다면 <소년 아메드>에서 이네스가, 그리고 교정 시설에서 시행하는 관용적 조치와 교육에 대한 의지가 결국 변화를 끌어낼 것이다. 징벌은 오히려 모순을 감추거나 강화한다. <소년 아메드>에서 다르덴 형제는 개방된 유럽을 단절시키는 무슬림 극단주의의 공포를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더 나아가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소년 아메드” 영화 스틸 이미지


4. 다시 개인의 용기와 성찰을 북돋는 다르덴의 영화


물론 모든 결핍된 배경이 그대로 일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년 아메드> 또한 환경결정론으로 귀결될 리 없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상세하게 언급하진 않겠으나, ‘안경’과 ‘사다리’는 중요한 키워드로 영화 속에서 활용된다. 아메드는 안경을 꾹꾹 눌러쓰고 늘 어딘가를 오르려 한다. 넉넉하지 않은 이민자 가정의 초라한 자신을 초월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 영웅이 되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극단주의 선동은 이맘이 만든 배경화면 중앙에서 싸구려 후광에 휩싸인 ‘순교자’ 사촌의 사진으로 집약된다. 아메드는 영화 내내 거기에 종속되어 사고를 친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작 아메드가 영화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몇몇 장면은 안경을 벗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들이다. 물론 그 순간들 또한 당위적으로 설정되는 게 아니라 우연적 혹은 일시적으로는 더 사태를 악화시키는 기제로도 비친다. 하지만 13살 아메드에게 좌충우돌의 시간은 당연하지 않을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제와 감시가 아니라 인내와 관용으로 이끄는 가족과 교육자, 사회의 시스템이 받쳐준다면 말이다.

<소년 아메드>는 극단주의의 탄생이라는 암흑 신화와 그러한 어둠을 물리칠 마법까지 풀코스로 ‘거장’이 완성한 성찬 같은 영화다. 칸영화제가 인정한 세계적 거장의 독립예술영화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접근을 가로막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길지도 않고(!) 이야기도 단순하며(!!) 배경지식 없이 봐도 이해하는 데 별 무리가 없다(!!!). 매우 흥미롭고 지적이며 가족과 함께 봐도 될 만큼 수위도 절제되어 있다. 7월 30일 개봉이다. 극장을 검색하자.

 

작품 정보

 

소년 아메드 Young Ahmed, Le jeune Ahmed


벨기에·프랑스, 드라마, 2019

2020.07.30. 개봉, 84분, 12세 관람가, 수입·배급 (주)영화사 진진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주연 이디르 벤 아디(아메드)

출연 미리암 아케듀(이네스), 클레어 보드손(엄마), 빅토리아 블록(루이즈), 오스만 모먼(이맘)


72회 칸영화제(2019) 감독상

64회 바야돌리드국제영화제(2019) 각본상, 편집상

68회 멜버른국제영화제(2019) 초청(헤드라이너)

38회 밴쿠버국제영화제(2019) 초청(컨템포러리 월드시네마)

57회 뉴욕영화제(2019) 초청(메인 슬레이트)

32회 유럽영화상(2019) 경쟁(EFA 장편영화 셀렉션)

21회 리우데자네이루 국제영화제(2019) 경쟁(파노라마)

60회 데살로니키 국제영화제(2019) 초청(특별상영)

45회 세자르영화제(2020) 경쟁(외국어영화상)

74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2020) 초청

 

- 다르덴 형제 작품 연보(FILMOGRAPHY)

2016 언노운 걸|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2014 내일을 위한 시간|6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49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2011 자전거 탄 소년|6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008 로나의 침묵|61회 칸영화제 각본상

2005 더 차일드|5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002 아들|5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올리비에 구르메)

1999 로제타|5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에밀리 드켄)

1996 약속|32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23회 LA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