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다양한 해시태그(#)를 통해 이미지를 교류하는 방식인데, 이미지를 올린 후 #여행스타그램(여행) #셀스타그램(셀카) #일상스타그램(일상) #먹스타그램(음식) #럽스타그램(커플) 등 카테고리에 맞는 해시태그를 넣으면 해당 카테고리를 검색한 유저들에게 내 이미지가 공개된다.

나는 책과 관련된 내용을 올리기 위해 새로 계정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서 읽었던 책들의 리뷰를 꼭 적어보자는 다짐이 있었고, 공개된 공간에 올리면 좀 더 글 다운 글을 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겨 시작하게 되었다. 계정을 만든 후 게시글마다 ‘#북스타그램’을 달았고, 팔로잉도 주로 북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단 유저들을 추가했다. 시간 날 때마다 북스타그램을 검색해 다른 유저들의 게시물들을 읽으며 그들의 서재도 구경했다. 그렇게 북스타그램 유저가 되었다.

 

읽는 사람들의 장(場)

‘2019년 국민 독서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종이책+전자책)은 55.4%(7.3권)로 2013년 이후 매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참고로 경북의 연간 독서율은 31.9%로 가장 낮다).

반면 독서하는 사람들의 평균 독서 시간은 평일 주말 모두 합하여 2017년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2년 사이 책 읽는 사람은 줄었으나 읽는 사람들의 평균 독서 시간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월말이 되면 여러 북스타그램 유저들은 한 달 동안 읽었던 책 목록을 올리며 월간 독서 결산을 한다. 대개 10권은 거뜬히 넘는 걸 보며 어떻게 저렇게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지 놀라웠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그 읽는 사람들인 것 같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되면서 독서 모임에 나가지 않아도 읽는 사람들의 독서 기록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다. 가까이서 보면 한 개인이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식으로 독서 기록을 남기는지를 알 수 있고 멀리서 보면 요즘 사람들은 주로 어떤 책을 읽는지, 책과 관련된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사람들의 독서 동향을 엿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3개월째, 올려야 하는 책 리뷰는 안 쓰고 북스타그램을 관찰하고 있다. 읽는 책도 성향과 직업도 제각기 다른,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책’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모여드는 이 장(場)이 신기하고 새롭다. 이 마음을 담아 북스타그램 유저이자 관찰자로서 만난 이야기들을 나눠 보고 싶다. 그 첫걸음으로 북스타그램이라는 장(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북스타그램 서평단

북스타그램을 검색하면 다양한 책들이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미술관 작품처럼 타임라인에 전시되어 있다. 출판사에서 올린 이미지도 있지만, 일반 유저들이 직접 찍어 올린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깔끔한 배경 가운데 책이 놓여 있고 주변으로 꽃이나 커피, 조명 등과 같은 소품들이 자연스레 배치되어 있는데, 패션 잡지로 이야기한다면, 책은 멋진 옷을 입은 모델이고 배경은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소품이랄까.

내가 올린 책 이미지는 안 예뻐서 리뷰도 읽지 않는 것 같다고 투덜대다가도 사진작가 뺨치게 잘 찍은 사진을 발견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좋아요’부터 누를 정도로 예쁘다. 많은 출판사가 책을 홍보하는 방법으로 북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주는 자극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데다가 아름다움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소비 욕구를 자극하니까. 책이 예뻐야 팔리는 시대라는데, 여기 북스타그램에는 패션 잡지에 나올 법한 이미지들이 제법 있다.

 

▲ 북스타그램 감성으로 찍어 봤으나 실패한 사진. ⓒ 이숲

출판사들이 북스타그램을 홍보에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자사 계정에 올리는 방식의 직접적인 홍보와, 일반 유저를 통해 홍보하는 간접적인 홍보다. 간접적인 홍보도 두 가지 정도로 방법이 나뉘는데, 공식적으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방법과 비공식적으로 파워유저(팔로워가 많은 유저)에게 책을 보내고 리뷰를 부탁하는 방식이다.

공식적인 서평단 모집 인원은 경험상 평균 5명에서 10명 사이가 가장 많았는데 최대 300명까지 모집하는 것도 봤다. 리뷰 제출 마감 시한이 되면 북스타그램과 온라인 서점 곳곳에 서평단 인원만큼의 리뷰가 등장하는데, 이미지를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경우 서평단 인원 규모가 클수록 해당 책의 이미지가 북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장악한다. 북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했던 무렵엔 이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이구나 생각해 평소라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책이었음에도 괜히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나와 또 다른 유저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같은 책으로 리뷰를 썼는데 우리 두 사람을 팔로워 하던 다른 유저가 우리 리뷰를 읽고 해당 책에 관심이 생겼다며 읽어보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실제 그 유저는 그 책을 구입했다!). 책을 선택하는데 텍스트로 된 리뷰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진 몰라도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책의 존재를 인지하고 신뢰하게 하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대형 서점 가판대에 진열된 책에 눈길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발적인 노출로 승부하는 홍보도 있지만, 파워 북스타그램 유저를 통한 홍보도 있다. 출판사나 작가가 파워 유저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리뷰 제의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정도의 파워 유저는 아니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제의가 들어오고 어떤 대가가 지급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파워 유저가 본인에게 하루에도 2~3건씩 리뷰 제의가 들어온다고 했던 말과 파워  유저들의 계정에서 종종 동일한 책으로 올려진 리뷰 끝에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되었습니다’라고 적힌 문장을 보며 리뷰 제의가 있었음을 추측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계정은 팔로워가 몇천, 몇만 수준이며,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책이나 유저 성격에 따라 좀 다르지만) 보통 열 개 이상, 많으면 몇십 개의 댓글이 달린다. 북스타그램의 경우 하루에도 몇백 개씩의 이미지가 올라오며 텍스트를 읽지 않고도 넘기기 쉬운 형태이다 보니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플랫폼은 아니기에 이 정도 피드백의 가치도 크다.

예를 들어, 내 계정은 팔로워가 400여 명이 조금 덜 되는데 반사적으로 눌러지는 ‘좋아요’는 평균 100개 이상이지만 댓글은 한 개조차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꾸준히 댓글이 달린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글을 읽고 신뢰하는 독자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파워 유저가 올린 책 리뷰는 그만큼의 신뢰와 영향력을 얻는다. 믿고 읽는 유저가 된다. 이 역시도 유명인이 자신의 SNS에 읽고 있는 책 사진을 올렸을 때 화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출판사 직원은 아니기에 북스타그램을 통한 홍보 방법들이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명의 유저로서 이미지 노출 빈도가 높은 책일수록, 파워 유저가 읽고 있는 책일수록 신뢰도와 친밀감을 갖게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책이 아니더라도 어떤 상품이든 리뷰가 많고 유명인이 광고하는 상품이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지 않을까.

 

▲ 결국 꾸미는 건 포기하고 모던함을 선택한 사진. ⓒ 이숲

북스타그램이 만드는 영향력

물론 인터넷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철저히 자본의 영향에 따라 움직이는 현실 세계와 달리, 작은 출판사의 책이나 독립 출판물이 북스타그램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 책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주목받기도 한다. 좋은 책을 만들었지만 홍보할 방도가 없었던 이들에게 책을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이 되는 것이다. 독자로서도 북스타그램을 통해 몰랐던 좋은 책을 발견한다는 것은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 책이 한 북스타그램 유저에게 읽혀 리뷰로 쓰이게 되는 것, 그 리뷰가 다시 또 다른 유저에게 발견되어 다시 그 유저가 그 책을 읽고 리뷰를 쓰게 되는 것, 그렇게 쓰인 리뷰들이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 묻히지 않고 살아남아 또 다른 유저들에게 읽히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진 않을 뿐이다.

북스타그램이라는 장(場)이 자본과 규모의 경쟁이라는 현실 세계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빈번하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스타그램에선 거대하고 획일적인 영향력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 영향력을 획득하기 위해 현실 세계의 많은 자본이 투여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온전히 자유롭게 책 리뷰를 나누는 공간이라 여겨지긴 어렵다.

나 또한 자의든 타의든 영향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동조하면서도 다시 그 영향력을 받으며 책을 선택해 읽고 리뷰를 쓰고 있다. 타임라인에 노출된 이미지를 통해 책 정보를 습득하고 다시 검색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었는지 올라온 이미지들의 수를 확인하며 책에 대한 신뢰를 쌓은 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책을 선택해 읽고 책 이미지와 함께 리뷰를 올리는 식으로 북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게시물은 다시 이 책에 대한 신뢰로 쌓여 누군가에게 하나의 영향력으로 발휘하게 된다.

 

또 다른 영향력

구조를 단순하게 적어 내려가다 보니 북스타그램 유저는 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객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술한 것 같아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단호하게 적은 글은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에선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가 주체로 바뀌는 순간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 믿고 있으며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제 겨우 북스타그램 유저 3개월 차가 쓴 글에서 나타나는 한계가 아닐까. 또 다른 형태의 영향력, 그 영향력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관찰할 거리가 쌓여 간다. 언젠가 그런 순간을 꼭 기록할 수 있길 바라본다. 그동안은 면밀한 관찰과 생생한 경험을 잘 쌓아 두는 것이 우선이라 여기며 오늘도 북스타그램 태그를 건다. #북스타그램

 

 

글 _ 이숲 본업보다 책을 읽고 리뷰 쓰는 일에 더 열을 올리는, 언젠간 책방을 여는 게 꿈인 북스타그램 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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