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간식 1편에서 이어집니다.

 

▲ 통학버스를 기다리며. ⓒ 내리리 영주.

이야기를 읽어주는 게 아니라 들려주려면 나도 조금은 외우고 있어야 하고, 토시 하나 빠짐없이 외우는 건 불가능해서 약간의 재창조는 저절로 되더라고요.

저의 기억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흥부가 다친 아기 제비를 봤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고쳐줬다는 것, 온 식구들이 제비가 무사히 낫길 기도했다는 것을 좀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박은 세 개를 타는 것으로 해서, 식(쌀)ㆍ의(옷과 이불)ㆍ주(집 지어주는 사람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요.

옛이야기는 주로 3ㆍ7ㆍ12의 상징을 보여주잖아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처지에서 그런 상징들이 기억하기 좋은 장치가 되었어요.

놀부는 그렇게 쫄딱 망했지

그 소식을 듣고 흥부가 달려왔대

‘아이고, 형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대박이지?

‘꼬소하다 요놈!’

안 하고 말이야!

놀부는 좀 부끄러워서 도와달라고도 못했는데

흥부가 자기 집으로 놀부네 식구들을 다 데려가서 함께 살았대

행복하게!

그 흥부랑 놀부네 집이 저기 저 산 너머에 있어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니, 열두 살 첫째의 첫마디가 “거~짓말!” 입니다.

하지만 여섯 살 셋째는 “정말? 저 산 너머에 마을이 있어? 우리도 가보자!” 하고요.

발달단계에 맞는 반응이래요. 제가 또 얼마 전에 통전교육연구소에서 하는 김희동 선생님의 발달론 강의를 들으며 함께 공부했거든요. (‘온라인’ 과정입니다)

​희동 선생님께서는 ‘인물이 전형적이고, 내용이 권선징악이고, 이야기 안에 반복적인 리듬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이갈이 이전 아이들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아이들의 의지를 기른다고요.

이갈이가 마무리되고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좀 더 머리를 써서 생각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진짜 책 읽기가 시작되고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하고요.

희동 선생님은 어린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 창작동화를 접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저 팔다리를 마음껏 흔들며 실컷 놀게 했으면 좋겠다고….

‘엄마 사람’으로서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 부담을 좀 덜 수 있는 게 좋더라구요.

​제가 책 읽는 건 진짜 좋아하는데, 애들한테 읽어주는 건 좀 힘들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도 했는데, ‘월급을 안 주니 이것도 재미가 없구나’ 했답니다. (^^)

별처럼 많은 육아서가 있잖아요, 집집이 사정이 다르고, 어떤 보호자는 책을 나누는 게 좋을 수도 있으니 이것만 맞다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그저 뭘 애써 안 해도 된다는 데만 밑줄을 그으며 ‘그렇지! 그렇지!’ 합니다.

 

▲ 7월에 만난 무지개 ⓒ 내리리 영주.

둘째는 형제가 사이좋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했어요. 늘 저와 다른 부분에 주목하는 재미있는 어린이예요.

첫째는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놀부가 혼자 다 가지려는 마음에는 진실의 한 조각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 저에게도 있고….

글만 읽다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밥벌이에 나선 흥부가 짠했어요.

흥부의 한결같이 선한 마음이 인간계에서 가능이나 할까 싶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결을 하늘로 삼고 살아볼까나… 해요.

 

흥부처럼 복 받고 싶어요!

(적고 보니 놀부 마음인가!^^)

 


덧붙임)

통전교육연구소와 김희동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기질론 온라인 강의가 진행 중이에요. 관심 있는 분들께 가닿길요!♥ 

http://cafe.daum.net/on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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