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역사 이야기] 지키는 것과 기억하는 것
[근현대 역사 이야기] 지키는 것과 기억하는 것
  • 강철민
  • 승인 2020.08.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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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율아!


장마를 뚫고 찾아온 무더운 여름이다. 더운 여름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얼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구나. 이번 휴가 때는 시원한 계곡으로 물놀이 가자!

여름이면 친구들과 동네 도랑에서 늘 물놀이를 했어. 길가에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조각을 송편 빚듯 이리저리 돌려 만지고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꽂으면 돛단배가 만들어져. 거기에 근사한 이름을 붙이면 별다른 것이 없어도 해가 질 때까지 종일 신나게 놀 수 있었지.

뱃놀이도 슬슬 지겨워지면 골목길 끄트머리에, 항상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앉아 있는 ‘국자’ 가게로 달려갔어. 달고나 설탕 과자를 우리는 ‘국자’라고 불렀어. 지금 생각해 보면 한 평도 채 안 되는, 말 그대로 구멍가게였는데 없는 게 없었어.

항상 어두침침했던 그곳 한쪽에는 국자를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있었어. 하드가 가득 담긴 아이스크림 냉장고, 그 위에 ‘국자’ 재료가 담긴 닳아빠진 나무 상자, 땟물이 찌든 나무 선반 위에 형형색색의 장난감들, 먼지 쌓인 돼지 저금통, 각종 뽑기 놀이 상자들.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음을 모두 빼앗아버린 과자집, 뺨치는 환상의 놀이터였어.

사십 원을 주고 설탕 가루가 들어 있는 막대 설탕과 지우개보다 약간 더 큰, 분필 촉감을 가진 옅은 코발트색 덩어리(당시 그냥 그건 덩어리 ‘국자’ 재료였어)를 샀어. 굵은 철사를 모기향처럼 돌돌 말아 얹은 연탄불을 중간에 두고 긴 나무 의자 양쪽에 참새처럼 앉았어.

숯검정과 달고나 찌꺼기가 녹아있는 구정물에 국자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마음에 드는 국자를 골라 연탄불 위에 척하고 얹은 다음 물기가 날아가길 기다리지. 이내 물기가 끓어오르는가 싶더니 안개처럼 사라지면 ‘국자’를 진행하는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지. 모두 조용했어. 아이들은 집단의 경험으로 완성된 약속을 잘 알고 있었지.

 

“시작!”

긴장을 깨고 모두에게 시작을 알렸어. 경건한 마음으로 미리 찢어둔 설탕 가루를 부어. 보석처럼 빛나는 설탕 가루가 단내 나는 국자 위에 쏟아지고, 이내 새하얀 눈처럼 녹아들어 가는 설탕을 나무젓가락으로 살살 거들어줘. 찐득하게 녹아 물처럼 되면 연탄불 옆 깡통에 들어 있는 소다를 콕 찍어 설탕물에 개어줘.

마술처럼, 캐러멜의 부드러운 냄새를 풍기며 새살처럼 부풀어 오르는 국자를 쳐다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어. 맛 또한 기가 막혔지.

올해 초만 해도 8.15 광복절 75주년을 앞두고 근사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기획전이 무산되었어. 무척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구나. 코로나 종식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오늘은 일제강점기 당시 자위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앞서 편지들에서 언급했듯이 일제는 조선 민중들의 반일 항쟁을 막기 위해 수많은 친일 정책과 친일단체를 조직했어.

그중 대표적인 단체가 ‘자위단’이야. 자위단은 1907년 ‘자위단 규칙’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1945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일제에 의해 체계적으로 조직, 시행되었어.

 

▲군위경찰서장 자위단장 임명장. 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 소장 자료.
▲군위경찰서장 자위단장 임명장. 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 소장 자료.

위의 사진의 임명장은 경북 군위군 소보면 자위단장 임명장인데 1939년 10월 1일에 경북 군위경찰서장 명의로 발행된 것이야.

다음은 예전에 편지 보냈던 것 중에 소개했던 자료 중 하나인데, 중일전쟁 시기인 1938년 10월 자인면과 자인면 경찰관 주재소의 통고문이야. 여기서도 자위단의 역할이 등장해.

 

▲자인면, 자인경찰관주재소 통고문. 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 소장 자료.

통고

◎ 현재의 비상시국에 있어서 생업 보국의 정신으로 우리 농가에서 금년부터 실시할 다음 사항에서 특히 유의할 점

1. 산미(産米) 개량

2. 맥작(麥作) 개량

3. 도난 방지

 ...

(1) 농작물 반입을 특히 도작(벼농사)에 한하여 일몰 후에는 운반 엄금, 물건 무게 경계, 자위단(自圍團) 조직

(2) 도난을 당할 때 지체 없이 당국에 신고할 것


제는 조선에 대한 침략, 강제병합 전시기에 걸쳐 ‘자위단(自衛團)’을 조직·운영 관리하였는데 특정 사건, 시기에 따라 그 활동이 활발했어.

먼저 항일 의병 활동 시기야. 이때 일제는 의병 활동을 폭도로 규정하고, 이를 진압한다는 구실로 자위단을 조직·운영했어. 이완용을 비롯한 일진회 간부 등 친일파들과 함께 “자위단 규칙”이라는 법을 만들어 아주 체계적으로 탄압했지.

다음으로는 3.1만세운동을 회유, 진압하기 위해 일제는 역시 친일파들과 함께 ‘자위단’ 혹은 ‘자제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만세운동을 탄압했어. 그 중심에는 ‘박작대기’라고 불렸던 대구 출신 중추원 참의 박중양이 있는데, 죽을 때까지 일제에 충성했어. 해방이 되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이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이냐.

 

▲조선일보 1940. 5. 14. 석간 2면 기사(사회). 출처=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일제하 자위단의 군사 행동 사례. 조선일보 1940. 5. 14. 석간 2면 기사(사회). 출처=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김일성 비 백명(金日成 匪 百名)

삼장대안 내습(三長對岸 來襲)

경방단(警防團)이 용전격퇴(勇戰擊退)

함경북도 삼장(三長) 건너편 안도현 목조돈(안도현 목조둔, 安圖縣木條屯)부락에 지난 12일 오전 영시 반경에 돌연히 김일성(金日成) 일파 약 100여 명이 습격하였으므로 같은 지역의 경방단과 자위단은 용감스럽게 응전하였는데 격전 한 시간 만에 김일성 일파는 사망 6명 부상자 12명을 버리고 달아났다. 같은 지역 경방단원 1명도 전사하였는데 이 급보를 받은 만주·일본 군경은 곧 출동하여 김일성 일파를 추격하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1930년대 말 중일전쟁 시기, 일제는 만주 지역에서 조선인들의 항일투쟁을 막기 위해 조선인들로 구성된, 그중에서도 백선엽이 장교로 활동한 *간도특설대라는 것을 운영했어.

만주 지역에서 활동했던 항일무장투쟁 세력을 진압하는 목적과 함께 조선인과 조선인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식민지 정책을 더욱 공고히 하는 민족 분열 정책의 하나였지.

일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자위단을 대대적으로 조직해 조선인에 대한 탄압과 회유를 동시에 진행했어. 특히 자위단은 조선 병참 기지화의 최말단 행정수단으로의 역할을 다했지.

이렇게 자위단은 식민지 시기는 물론 항일 의병 시기에도 그 역할을 바꿔가며, 때로는 민간인의 모습으로 유사시는 일제 군경의 모습으로 지역의 여론을 만들고 정보를 보고하고 치안을 유지했어. 결국, 일제 식민정책의 첨병 역할을 해왔어.


스스로 지킨다는 자위(自衛).

일제를 위한 自衛가 아닌 조선의 독립과 해방을 꿈꾼 진정한 自衛가 올바르게 평가받는 날을 그려본다.

 

 

* 간도특설대 : 간도특설대 또는 간도특설부대는 일본 제국의 괴뢰국인 만주국이 동북항일연군 · 팔로군 · 조선의용대 등 중국 공산당 휘하의 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 중심으로 조직하여 1939년부터 본격적인 작전을 수행하였으며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존속한 800~900여 명 규모의 대대급 부대였다. 150여 명의 조선인이 간도특설대의 장교로 복무를 했다. 이중 알려진 인물은 다음과 같다.

강재호, 김찬규, 송석하, 김석범, 신현준, 이용, 윤춘근, 김홍준, 박창암, 마동악, 백선엽, 최남근.

(위키백과 발췌 요약)

 


글 _ 강철민 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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