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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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출장 길에 나서면서 어깨엔 짐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작업화를 들고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또래 혹은 조금 더 연배가 있어 보였는데 다짜고짜 일 끝나고 돌아가는거냐 한다. 아마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본 모양이다.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다니 놀란 눈치다. 그는 양해를 구하고 이것저것 물어왔다. 나의 복장을 보고는 환복하고 귀가하는 줄 알았는데 혹시 무슨 일 하러 가냐길래, 나도 순간 멈칫하여 멀리 땅을 파러 간다고 했다.

그는 이해했다는 듯이 갑자기 삽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삽질이 제일 힘들다고 했는데 물건을 나르는 일은 쉬엄쉬엄할 수 있는데 삽질은 끝을 봐야 끝이라고, 그리고 요령이 없어 몸이 힘들다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참을 삽질 이야기를 하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그는 쿨하게 요금에 붙은 100원을 받지 않았고 더운 날씨에 고생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충북 보은군 아곡리.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들이 묻혀있을 어느 시골 마을에서 선생님들과 동료들이 땅을 파고 있다.

지나간 전쟁이 끝나지 않았듯, 누군가의 삽질도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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