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살면서 독서모임에 나가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변에 그런 모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선뜻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가 드는데, 이제는 참여해보려고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상태라 조심스럽다(물론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책을 읽고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잘 몰랐고 굳이 알려 하지 않았다. 나에게 책 읽는 모임이란 순서에 맞춰 책 내용을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으니, ‘읽어야 할’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닌 독서모임은 아득할 뿐이었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고 나서는 책 읽는 사람들과 모여 책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갖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나의 북스타그램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북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게시물도 적었고 팔로워 수도 적었을 때라 리뷰를 올려도 반응이 없는 건 당연지사였던 시기. 북스타그램을 시작만 하면 다 잘 될 거란 마음은 어디에서 왔던 걸까. 반응이 없어서 흥미를 잃어갈 참이었다. 그렇게 흥미를 잃어 외면한 일들이 한 트럭일 듯. 그래도 반응은 없지만 리뷰는 쌓이지 않겠느냐고, 읽은 책을 기록하는 의미에 더 집중하자며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그냥 책 사진과 리뷰를 올려서는 주목을 받기 어려우니 이번엔 정성스러움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나의 꼬질한 삶까지 공개하면서 썼다.


그게 먹혔던 걸까. 리뷰를 업로드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평소에는 딱히 교류한 적이 없었던 유저 한 분이 내 리뷰를 잘 읽었다며 내가 쓴 문장이 마음에 맴돈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다. 지금이야 감사한 마음이지만 처음엔 ‘왜 이런 댓글을 다셨지’ 하며 당황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내 리뷰에 정성스러운 코멘트가 달린다는 건 개수에 상관없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기쁜 일이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반응해준다는 점부터가 신기한데 댓글까지 달아주신다니! 그 기쁨을 알고 나니 다른 유저들의 리뷰도 예사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기쁜 만큼 다른 유저들도 나의 진심 어린 댓글을 기뻐할까. 이번에도 올려야 하는 책 리뷰는 쓰지 않고 댓글을 적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리뷰들은 되도록 꼼꼼하게 읽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댓글을 적었다. 그런 나의 댓글에 대한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는데 이전의 나처럼 당황스러워하는 유저도 있었고, 고마워하며 진지하게 답글을 달아주는 유저도 있었다. 물론 아무 반응 없는 유저도 있었고. 반갑고 고마워하는 댓글을 달아주면 당연히 좋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진심 어린 댓글을 달기 위해 그들의 글을 관심 갖고 읽게 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닫게 될 때도 잦았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손쉽게 타인의 독서 감상을 읽을 수 있다니, 나의 세계가 그만큼 넓어지다니, 내가 다는 댓글은 그들의 리뷰에 대한 원고료였다. 그때부터 팔로어 숫자를 신경 쓰기보다는 북스타그램 유저들과 교류하는 게 더 즐거웠다. 내가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리뷰는 말도 못 하게 반가워 댓글을 달았고,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책들의 리뷰가 올라오면 기대감에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게시물이 올라오면 서로 애정을 담은 댓글을 달아주는 사이로 발전된 사람들도 생겼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 착하고 예쁜 마음을 보내는 사이. 그런 사이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나눈다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 최근에 개업한 북스타그램 유저의 책방.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업체등록 사진.

애정의 댓글을 주고받은 유저 중 한 명이 최근에 책방을 개업했다. 그 소식을 듣고 친구가 가게를 오픈한 것처럼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그 유저는 평소에 친절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분이었다. 책 사진도 예쁘고 글도 잘 쓰는데 친절까지 하다니! 나를 포함하여 그분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덕분에 전국 각지에 있는 북스타그램 유저들이 책방에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로 책을 주문했다. 나 또한 이렇게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게 될 줄 모르고 조만간 방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언젠간 가야지, 하는 마음이 아니라 진짜 방문할 계획이어서 그런지 괜히 설레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의 첫 만남. 어색한 순간이 올 때 책 이야기를 꺼내면 금세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책방 방문 계획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아쉬운 마음에 택배 주문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며칠 전 다른 유저의 북스타그램에 책방에서 주문한 책을 택배로 받았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받는 이의 마음도 헤아린 예쁜 포장,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이 적힌 카드에 오픈 기념 선물까지. 그분을 닮아 친절하고 아름다웠다. 책을 사랑해서 책방을 열게 된 마음도, 그 누구보다 기쁘게 책을 주문한 마음도 그리고 그 두 마음이 예뻐서 혼자 감동한 나의 마음도 모두 가득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불쑥 댓글을 달았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책방에 모여 북스타그램 유저들의 모임을 하고 싶다고.


나 혼자 너무 친한 척을 하나, 싶은 마음으로 답을 기다리는데 택배 후기 게시물을 올린 유저는 물리적 거리를 이기는 마음의 거리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답했고 책방 주인이 된 유저는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며 자신이 차와 맥주, 주전부리를 준비하겠다고 답해주었다. 나는 그들의 대답에 얼른 벌써 두근거린다는 댓글을 다시 달았다. 진짜 두근거렸다.


나는 이제 책을 읽고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안다.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너무 기대된다. 서로의 리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만남이 성사되는 날, 각자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들고 환하게 웃는 단체 사진을 찍고 싶다. 책 수다를 원 없이 떨고 싶다. 그리고 그 사진과 수다를 여기, 우리를 이어준 북스타그램에 남기고 싶다.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북스타그램 태그를 건다.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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