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시행령에 따라 행해진 법외노조 통보는 무효이다.’라며 고등법원으로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하였다.

이로써 7년간 끌어오던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전교조의 주장과 투쟁이 옳았음을, 나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멍에를 벗게 되었고 해고자들은 그리운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게 되었다. 그런데도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전교조 조합원들과 해고자들의 착잡한 심경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그동안 전교조는 시행령의 법률적 근거가 없음을 꾸준히 주장했다. 하급심 법원과 헌법재판소 심리에서 다루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 판결문은 그 부분에 대해 너무나 명쾌하여 허탈감을 넘어선 분노가 일어난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거래로 전교조 법외노조는 재판 거래의 대상이 되었고 그 피해는 오롯이 전교조의 몫이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과 사법부가 어떻게 국정과 사법 정의를 농단하였는지 밝혀지고 그들은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전교조 법외노조 상태는 계속되었다.

전교조 소통방에는 매일 아침 충북의 한 조합원이 4가지 항목에 대해 날짜를 헤아려 올리고 있다. 대법원 판결일인 9월 3일은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2,506일째, 박근혜 정권 전교조 법외노조 588일!!, 문재인 정권 전교조 법외노조 1,212일째!!!, 해직교사 해직 기간 1,688일이다. 매일 올라오는 날짜의 합계는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결의를 다잡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참 가슴을 아리게 한 것은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기간은 588일로 멈춰있는데 문재인 정권의 법외노조 일수는 박근혜 정권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언과 정권 초기 조속한 시일 내 해결이라는 약속을 미루던 청와대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이유이다.

2016년 말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촛불 혁명으로 타올랐고 그 속에서 문재인 정권은 ‘촛불 정부’임을 자처하며 들어섰다. 그러나 이후 현 정권의 이해와 일반 시민, 특히 노동자의 이해는 간극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입시에서 자신의 대선공약을 거스르면서까지 수능을 강화하는 반개혁적 방향으로 가는 것을 비롯해 정권 창출에 유리한 방향만을 선택하는 중도보수 정권임을 보여주었다. 개혁의 과제는 정치적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 차원까지이고 특히 경제, 노동의 문제는 자본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2일, ‘법외노조취소 해고자원직복직 마지막 선전전’ 모습. 사진 출처=전교조 홈페이지.

문재인 정권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사이 전교조는 법외노조 7년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그동안 대학입시-대학 서열 폐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무상교육 확대 등 교육혁명의 과제는 공론화도 현장 실천도 지연되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 대법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 판결에 따른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발 빠른 후속 조치를 기대하지만 절대 생색은 내지 말기 바란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판결과 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함’ 공문으로 전교조는 합법성을 쟁취하였다. 그러나 ILO와 OECD에서 권고하는 단체행동권과 정치 활동의 자유는 여전히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기보다 교사·공무원의 정치 중립이라는 프레임에 던져놓고 또 국민을 핑계로 뒤에 숨어 있다. 여당은 야당 시절 정치 활동의 자유와 단체행동권 일부를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에 대해 발의해 놓고도 전혀 손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공무원의 정치 활동, 노동3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서 ‘법안 발의만 해 주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아직도 대법원 판결에 대한 흥분이 남아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것도 알고 있다. 3년 반 동안 대법원 뒤에 숨어서 행정부가 할 수 있고 대통령이 약속한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방치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교조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한, 국가폭력에 의해 7년의 세월을 고통당한 전교조와 해직교사 34명의 고통에 대해 원상회복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또한 사법 농단으로 7년의 고통을 당하고, 특히 대법 판결의 지연된 정의로 인해 고통을 당한 전교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었다. 기본권 쟁취를 위한 요구를 국가나 보수단체에서 아직도 경직된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것을 여론으로 포장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유보하려는 행태를 멈추고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은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기본권 확대에 대해 모두의 과제라는 공감을 바탕으로 개입해 들어갈 수 있도록 정책 참여가 필요하다.

대법원 뒤에 숨어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은 세력은 그 열매도 탐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 승리의 벅찬 가슴을 기억하며 교육노동자의 힘으로 교육혁명과 온전한 노동3권 쟁취라는 과제를 다시 제기한다.

 

쉽지 않은 이 길. 함께 가면 또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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