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처리량 전국 1위인 경북지역 곳곳에서 신규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시설(소각장) 설치가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대구환경청은 김천, 안동, 포항 3개 지역 의료폐기물 중간처리시설 신규 설치를 위해 민간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안동, 포항에 이어 김천은 올해 초 대구환경청에 의료폐기물 소각장 신설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주가 폐기물중간처분시설 설치 관련 사업계획서를 해당 환경청에 제출하면 폐기물관리법상 적합 여부 검토 절차를 거친다. 적합 결정이 나면 사업 허가 신청이 가능해진다.

불법 의료폐기물로 논란이 일었던 고령지역 소재 아림환경도 소각장 증설에 나서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불법 보관 의료폐기물 적발과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 공론화 활동을 벌여온 정석원 아림환경반대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아림환경이 일고의 반성 없이 소각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불법 의료폐기물로 주민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서 증설까지 한다는 건 폐기물 업체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조차 없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규탄하며 “무법천지 업체를 처벌 못 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허가 취소를 해야 한다, 영업정지는 잘못”이라고 대구환경청을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대구지방환경청은 ‘총 16회’에 걸쳐 1300여 톤에 이르는 의료폐기물 불법 보관이 적발된 의료폐기물 중간처분 업체 아림환경에 대해 폐기물관리법 위반(제9항 제1호, 제2호)이라며 2019년 12월 15일부터 2020년 10월 14일까지 영업정지처분을 통보했다. 아림환경은 이에 불복해 2019년 11월 18일, 영업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을 이유로 아림환경이 제출한 영업정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대구지방법원이 인용하면서 현재까지 계속 영업 중이다. 

 

지난해 ‘아림환경반대추진위’ 주민 활동, “의료폐기물 문제 공론화” 

폐기물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의료폐기물 감소.. 코로나19 의료폐기물 대란 막아내

25일부터 교육환경보호법 개정령안 시행 “병원 내 자체멸균처리시설 설치 가능”

의료폐기물 소각장 신증설이 이어지는 한편, 대구·경북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에도 ‘의료폐기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회용 기저귀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면서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대폭 감소한 때문이다. 

지난 3월 환경부는 코로나19 폐기물 안전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며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020년 2월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898톤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래 표 참조)

▲ 지난해 10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감염성이 낮은 일회용 기저기가 일반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면서 올해 2월 의료폐기물 총 발생량은 지난해 보다 감소했다. 자료 이미지 출처=환경부, 코로나19 폐기물 안전 관리 특별 대책(2020.3.2).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감염성이 낮은 일회용 기저귀가 일반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면서 2019년 같은달보다 하루 74톤의 여유가 생겼다”며, “최근 코로나19 관련 의료폐기물은 하루 20톤 규모로 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성 의료폐기물 배출이 증가했지만 의료폐기물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경희 대구환경청 환경관리과장은 의료폐기물 처리 현황에 대해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폐기물 업체별로 처리율을 매일 조사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즉시 처리할 수 없는 경우 지정폐기물 소각장에서 ‘예외소각’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라며 “코로나19로 병원을 찾는 일반 환자의 수가 줄면서 의료폐기물 물량이 더욱 줄었다”라고 말했다.

법령 개정을 통해 전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대폭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의료폐기물 장거리 이동 관련 대책 마련은 아직 시작 단계다. 

지난해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이어, 올해 9월부터는 의료기관 내에 의료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는 멸균 분쇄처리 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이하 교육환경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시행된다.

앞서 지난 3월 개정된 교육환경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설치를 금지한 폐기물처리시설에서 ‘규모, 용도, 기간 및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제외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이다.

시행령 개정령안과 관련해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박경훈 주무관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25일부터 바로 시행 예정”이라며 “의료폐기물을 병원 내에서 처리를 못 하다 보니 소각장으로 장거리 이동하는 위험이 있었다. 병원 내에서 자체 멸균 처리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감염성 의료폐기물 “당일 처리 원칙”

환경단체, “감염병 시대에 지자체 차원의 공적 의료폐기물 처리 시스템 필요”

코로나19 감염 환자에 의한 의료폐기물은 발생 즉시 수거 및 소각이 원칙이다. 대구환경청은  코로나19가 유행 중임에도 의료폐기물 장거리 이동 차단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대구환경청 임경희 과장은 “환경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비해 의료폐기물 장거리 이동을 제한하고 최단거리 내 처리하라는 지침으로 전달했지만, 일부는 경북지역 소각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폐기물 이동 현황>

의료폐기물 이동 현황.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자료 갈무리(2019).
▲ 경북지역 3개 의료폐기물 소각장으로 200km 이상 떨어진 타 지역 의료기관에서 운반한 의료폐기물이 유입되고 있다. 자료 이미지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지표로 보는 이슈 제144호(2019).

경북지역은 현재 의료폐기물 처리량 전국 1위이다. 전국 의료폐기물 전체 처리량의 30% 이상을 경북 경주·경산·고령 3개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처리한다.

경북지역에서 소각하는 의료폐기물에는 서울, 강원, 전남 등 장거리 이동을 통해 유입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위의 표 참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서울을 비롯해 전북, 강원, 제주도에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없다. 의료폐기물이 전국을 떠돌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감염병 유행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전국 의료폐기물 3분의 1을 처리하는 경북지역에 또다시 민간업체 소각장 신·증설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라고 우려하며 “의료폐기물 처리 공적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5월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에서 “전염성이 현저한 의료폐기물의 장거리 이동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소각장이 없는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 처리 방안 논의’와 ‘배출 단계부터 자가멸균하여 전염성을 낮춰 이동’할 것을 향후 과제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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