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8일은 고 이준석 학생의 부모님에게는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죽임을 당한 자식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는 날이 되고 말았다. 다 큰 자식을 먼저 보낸 학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것도 전인교육과 민주적 시민의식을 기르는 교육의 장소인 학교에서 일어난 반교육적인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난 6월 23일(화) 국회 소통관에서 있었던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진상조사단의 중간보고 기자회견에 따르면 ‘얼차려를 1시간 동안 받거나, 쇠파이프로 맞은 학생, 팔과 젖꼭지를 꼬집어서 팔과 가슴에 멍이 자주 들었고, 담배 심부름 등’ 기능반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가운데 학교 폭력이 일상적으로 대물림되고, 학생 간 언어폭력과 폭행은 물론 성희롱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또, 기능반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과도한 훈련을 받아야 했고 한다. ‘신라공고 학생들은 기능반 학생들이 훈련 때문에 새벽 3시에 자기도 하고, 밤을 새우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 경북 지역 학교에 등교 금지 권유가 내려졌을 때도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에게 합숙 훈련을 받게 했다.     

이 밖에 진상조사단은 ‘학교로부터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포섭용 금품을 요구받았다.’라는 학부모의 증언과 ‘비공개 채점에서 점수가 말도 안 되게 깎이는 등 누가 봐도 의심할만한 수상 결과가 있었다.’라는 기능경기대회 출전 학생의 증언 등도 중간보고서에 담았다.

이러한 보고서에 나타난 모습이 신라공고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모든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의 현실이다. 성과 중심의 교육, 학생과 학부모의 자발적 의사가 배제된 강제 교육, 선·후배 간의 위계에 의한 비인간적인 폭행과 도제식 교육이 만들어 낸 반교육적인 모습이다.

 

7월 24일(수) 교육부와 노동부는 경주 신라공업고등학교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78일 만에 기능경기대회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개선안은 금메달 상금을 1,2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조금 낮추고, 학생부와 일반부 분리, 정규 수업 후 저녁 10시까지 기능훈련, 기능반은 전공 심화 동아리로 운영하고, 방학 때 대회를 운영하며, 단기 해외 기술연수로 보상하고 전국 대회 참가 학생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교육부의 개선안은 기능반을 이름만 달리하는 ‘전공심화 동아리’로 계속해서 존속시키겠다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땜질식 개선에 불과하다.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차별로 불평등한 교육을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교육부 지침으로 내려간 내용을 그대로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무책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대책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한다.

2007년 2월 고 황준혁, 2020년 4월 고 이준석 학생의 죽음은 비인간적이고 반교육적인 우리 교육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내준 사건이자 사회적 죽임이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직업계고등학교의 ‘기능반을 폐지’하고 ‘직업계 학교의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고인과 유가족의 작은 소망이자 바람이다. 이젠 죽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글_ 임혜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경북지부 대외협력실장



 


※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에 기고한 글을 공동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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