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슬프도다.

어찌 이리도 매정한 현실이 반복되는가? 정부는 노동 현장에서 직업적 단련으로 형성된 기능을 평가받는 자리가 기능대회라고 설명한다. 아니다. 현실과 멀어진 대회는 산업체에서 외면받았고, 지금은 학생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기능대회 개선안을 낸 교육부는 2007년 고 황준혁, 2020년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으로 보여준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메달 경쟁 때문에 희생된 학생들의 모습은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죽음의 사슬을 끝내지 못하고 오늘 또 연장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부가 왜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교과 동아리’ 기능반은 통상적인 학교 동아리가 아니다.

직업계고등학교에서 왜 소수 학생을 선발하여 기능반이라는 학급이 아닌 소집단을 만드는가? 기능반은 일상적인 교육 활동이 아니다. 학생의 진로 선택이 넓어지거나, 취업의 문이 열리는 등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학생의 선택과 특별할 것도 없는 학교 선발 과정이 혼합되어 있지만, 기능반 활동에 억압적 요소가 발생하는 구조는 무엇인가? 수없이 많은 질문과 의문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기능반은 학교 교육과정의 ‘동아리’다. 구체적으로 동아리 형태를 구별 짓자면 ‘전공 교과 동아리’로 분류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일반 동아리와 다른 결의 무늬를 갖는다. 기능반 학생 선발은 일찍 한다. 통상 고등학교 1학년에 선발되지만, 기능 중심으로 운영하는 몇몇 학교의 경우 중학교 3학년 입학 예정자를 선발하여 관리하고 있다. 메달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을 조기 선발하여 소수 정예화된 기능반을 운영한다.

17세부터 24세까지 참여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2년 주기로 열린다. 그래서 매년 열리는 전국 대회 우수자 2명이 출전권 획득 ‘평가전’을 추가로 시행하는 구조이다. 전국 대회 우승자는 세계대회 평가전에 참여권을 획득한다. 결론적으로 세계대회 메달을 목표로 16세(고1)부터 20세까지 4년의 기간 동안 훈련을 한다.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의 정상적인 학습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직종별 대회 과제와 시간은 차이가 있다. 통상 3일 동안 15시간~20시간 과제이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는 일반 훈련과정과 다르다. 느슨한 기능 학습이 아니라 모의고사를 보는 고강도의 집중력과 신체 한계에 도전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단순 기능만 반복적으로 훈련하였다. 기능대회 전까지 메달 따는 기계가 되어서 학생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강도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훈련과정은 기술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현상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반복적인 기계적 행위만 남는다. 어찌 이를 두고 실무능력 배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장시간 기능훈련으로 학생들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수업 시간 중 훈련 등으로 수업권을 침해당한다는 사실이 전교조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응답 조합원의 65.7%는 ‘기능반 하루 평균 훈련 시간이 6시간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훈련을 마친다는 답변은 86.9%에 달했다. 통상 기능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조합원은 28.8%에 불과했다. 기능반 학생 10명 중 7명은 ‘일부 수업만 참여(30.3%)’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40.9%)’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쉼 없는 반복 노동은 가혹 행위와 다르지 않다. 대회 상위권 입상이라는 화려한 찬사로 가려진 기능대회 준비과정에 따르는 훈련과 혹사에 대해 교사들과 학생들이 거듭 그 고통을 호소해 왔다. 기능반 학생들은 고등학교 기초 교과목 학습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는 ‘고등학교의 존재 의미’를 망각한 것이다.

 

1% VS 99%, 또 다른 공간에서 경쟁교육이다.

지난해까지 지방기능경기대회에 28만 7000여 명이 참가해 6만 9000여 명의 입상자를, 전국기능경기대회는 7만 2000여 명이 참가해 9000여 명의 우수 산업인력을 배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의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제조 산업의 강국으로 발전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공헌한 핵심 숙련기술인이다(윤정식 한국기능올림픽연구원장, 2020.06.02. 한국경제 기고 글). 참가 인원은 전체 직업계고 학생의 5% 미만이다.

기능반의 문제는 1%를 위해 99%의 학생은 버려지는 구조에 있다. 기능대회 수상은 결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2007~2016년 통계) 전국 기능대회 입상자 중 1470명이 대기업에 입사했을 뿐이다. 그나마 2007년부터 특정 대기업이 기능대회를 후원하고 입상 선수를 뽑고 있다. 지방대회 참가 인원이 매년 약 5천 명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전국 대회 입상자가 진학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일반 수업을 빠진 상태에서 고교 3년간 훈련해도, 메달을 따서 대학에 진학하여도, 대학교육에 적응할 방안은 없다. 이는 소외되는 시점만 뒤로 밀릴 뿐이다.

 

반교육적 행태를 보이는 학교에서 학생이 무엇을 배우는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 학생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학교가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인가? ‘침묵의 자살’은 닫힌 세상에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그 고통을 외친다. 한 생명이 무엇으로 죽음에 내몰리게 되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말이다.

그런데 학교는 이준서 학생의 극단적 선택의 진상을 제대로 알려 하지 않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이제는 기능 담당 교사 한 명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방대회 입상 성적을 언론에 자랑하는 학교들도 많다. 이런 현실을 목도해야 하는 직업계고등학교 교사로서 나는 참담할 뿐이다.

소수 정예를 선발하고 이들의 성적을 통해 학교의 명성을 드높이고 차별화하려는 교육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학교가 다수 학생을 소외시킬 뿐만 아니라 수혜 당사자에게도 고통과 차별을 감내하게 만든다. 직업계고등학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몰렸는지 전 사회적 차원에서 심도 깊이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되었다.

 

글 _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


※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에 기고한 글을 공동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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