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권리 보장인가? 보건의료 적정치료인가?

 

우리 사회는 ‘몸’에 대한 편향된 특정 인식을 갖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 이런 속담은 우리 사회가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말이다.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고 치료되지 못한 ‘몸’은 자유경쟁 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으므로 장애가 발생하면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를 두려워하고 장애가 생기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과 교육, 노동, 문화, 여가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일상화되고 배제되는 사회구조이기에 그렇다.

장애란 불특정 다수에게 우연히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런 우연성에 의해 갖게 된 장애로 차별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를 보장하지 못한다. 개인의 몸, 신체 기능의 손상이나 특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배제된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좋은 사회가 아니다.

결국 ‘몸’이 아프거나 장애가 발생해도 사회적 장벽을 없애 모두가 참여 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들면 개인 ‘몸’의 문제는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가 있으면 장애인도 전국 여행이 가능해지고, 이동에 제약이 없을 것이다. 또 인지 기능에 제한이 있는 발달장애인 경우에도 지원인력과 시각적 인식이 가능한 표지판이 제공된다면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 구성원에게 위험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대응체계를 정부에 요구하고, 실제로 많은 법률과 제도로 그것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보장기본법에선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소득, 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사회보험은 보험의 기전을 이용하여 질병, 상해, 실업, 출생 등으로 인한 생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가 법에 따라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으로, 기여금을 부과하거나 보험료를 갹출하여 실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제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참여하고 기여하는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 사회보험제도는 국가의 연대성 원리를 기초로 하는 공공부조제도 형식이기에 그렇다. 이런 사회보험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국가나 사회가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건강보험, 의료급여, 산재보험 등이 있다. 그래서 사회보험으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누구에게나 타당하고 이해가 되어야 한다. 또 서비스를 받는 개인의 특성이 고려되고 보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많은 병원에서 장애인에 대해서 재활치료를 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볼 때 어린이 재활병원이나 기관은 매우 부족하여 일부 부모들은 장애 아동을 위해 재활병원이나 의료재활기관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 아동에게 재활은 치료보다는 발달권, 건강권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고 이 요구는 타당하다. 현재 장애 아동에 대한 재활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수가가 낮아 많은 병원에서 소아 재활을 꺼리고 있으며 언어재활은 언어치료란 이름으로 비급여로 제공되고 있다.

앞서 논했지만, 장애는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애 아동은 발달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재활이 필요하고, 뇌병변 등 특정 장애는 근육의 유지와 운동을 위해 지속해서 운동이나 재활을 해야 할 경우가 있으므로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고 어린이 본인부담율,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 확대, 건강권을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 매우 미흡하지만 조금씩 변화는 확인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최근에 복지부는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 공모를 했고, 적합한 보험 수가를 위해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했다. 그래서 여태 비급여로 제공되었던 언어치료를 위한 검사와 1 대 1 언어치료를 건강보험 급여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상당히 유의해서 지켜봐야 할 내용이다. 왜냐면 언어는 치료되는 것이 아닌데,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한다는 것은 장애가 치료된다는 편향된 인식을 계속 갖게 하고, 장애 아동과 부모를 병원에 붙잡아 둘 경향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언어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복지부는 발달재활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장애 아동에게 언어재활을 사회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언어재활은 의사소통,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익히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으로 지속해서 받아야 할 서비스이다. 그런데 이것을 의료영역에 포함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언어재활이 언어치료라는 이름으로 병원에서 건강보험 급여화되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에 파생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병원, 재활기관에서 아주 극소수의 장애 아동과 장애인의 언어영역에 대한 필수 처치, 의료 행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 후천적으로 신경언어장애, 마비말장애, 삼킴장애, 언어발달 및 지연장애, 조음음운장애, 유창성장애 등 여러 영역 중에 섭식과 삼킴에 대한 부분은 일반적인 언어재활기관에선 제공하기 상당히 곤란한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필자 딸/단비(가명) 위루관 교체술 병원 입원 중
▲필자의 딸 단비(가명)가 위루관 교체술을 받으려고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사진. 단비는 삼킴, 섭식재활이 필요하지만, 현재 어느 기관에서도 제공해 주는 곳이 없다. ⓒ김신애.

중증, 중복 영유아, 이른둥이부터 다양한 질병이 있는 아동들, 희귀병이나 장애 특성으로 목도 못 가누고 석션, 위루관, 산소 호흡기가 필요한 장애 영유아들이 있는데, 부모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일반적인 언어재활기관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할지는 의문이다.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의문이다. 현재 법률에 따라 교육권이 보장된 학교에서도 건강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안전을 이유로 거부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어재활을 의료영역에서 제외한다면 이들은 여전히 비급여로 병원에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아동들은 사실 가장 먼저 급여화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충돌이 있어서 지금까지 장애 아동의 부모들은 비급여로 경제적 부담을 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었다.

언어재활 관련 업계에서 이런 욕구를 가진 장애영유아에 대한 대안 없이 생존권만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업계의 무조건 반대는 일부 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며, 현재 병원에서 눈물 흘리며 아기를 돌보는 부모들의 마음을 얻지도 못할 것이다. 또 아무리 발달재활제공기관에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급성기, 집중 치료기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생각된다.

공공어린이의료재활기관 지정과 시범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니 정부는 이제라도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논의의 장에 장애인과 가족, 보호자가 참여해야 한다.

 

 

▣ 비급여 정보 (분류/항목/코드/비용 순)

- 세브란스 병원 소아재활병원

 물리치료료 언어치료(단순,성형외과)(소6) MZ006 53,000원

 물리치료료 언어치료(복잡,성형외과)(소6) MZ006 69,000원

 물리치료료 언어치료비(복잡)(소6) MZ006 72,000원

 물리치료료 언어치료비(단순)(소6) MZ006 57,000원

 물리치료료 음성언어치료비(회당)(소6) MZ006 58,000원

 물리치료료 청각장애용 언어치료(소6) MZ006 58,000원

 - 서울대병원

 이학요법료 언어치료 MZ006 60,000원 123,600원 

 - 서울아산병원

 물리치료료 언어치료 MZ006 37,000원 123,000원

 - 서울재활병원

 신경계 기능검사 섭식장애평가 FZ685 35,000원

 신경계 기능검사 언어전반진단검사 FZ6890000 21,000원 56,000원

 신경계 기능검사 영유아발달검사(한국판덴버발달검사) FZ6930000 40,000원

 이학요법료 언어치료 MZ0060000 48,000원 88,000원

 * 출처 :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재활병원 홈페이지

 


글 _ 김신애 울진사회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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