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인가? A장애인생활시설 직원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는데 사실이란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난 너무 힘이 들어 한참 동안 멍~때렸고,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시설 직원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얘기가 나오면 내 몸의 온 신경들이 가시처럼 곤두서고, 치가 떨리고, 반감이 아주 크다. 그래서 아주 불쾌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같이 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설 직원들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구타(폭력)를 당했다. 욕설과 조롱과 차별과 억압, 공포 속에서 살았다. 다른 생활인들도 힘들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이었다. 아니!! 지옥보다 더한 삶이었다.

각 방마다 직원 한두 명이 많게는 16명의 생활인을 케어하는 힘든 일이었기에 그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풀었는데, 단순한 화풀이는 뭐 이해해야 하지 않겠냐마는…. 어찌 됐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내가 겪었던 일들은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라 분명한 고의다! 고의로 날 괴롭힌 것이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당했다.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감정들도.

말도 안 되는 죄(욕, 도둑질, 폭력, ‘19금’ 등등)를 만들어놓고 나에게 “니가 그랬지? 바른대로 말해!”라며 벌을 주었고,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두들겨 맞아야만 했다. 그렇게 실컷 맞고서도, 그래도 덜 맞을까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여도 “왜 그랬어? 어?”라며 계속해서 두들겨 팼고, 성장이 다 된 몸이었는데도 한겨울에 몇 번이나 알몸으로 바깥에 내쫓기곤 했다. 감히 반항도 할 수가 없고,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 수치와 치욕이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죽고 싶었겠나? 아무도 없는 뒷산에 가 한없이 울고만 싶었다. 그렇게 직원들 눈치를 보며 사느라 바빴고, 찍소리도 못 내고, 죽은 듯이 살아왔다.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너무 분하고 너무나 억울해서 잊을 수가 없다. 어찌 잊을까? 이렇게 해서 나는 참고, 또 참고, 또 또 참으며 그 힘든 나날들을 견디어 왔다. 대단해~ㅜ.ㅜ;;

내 부모에게 원망도 많이 했었다. ‘왜 날 낳아서 이런 고통을 겪게 만드냐’고….
시설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왜 우리한테 그런 몹쓸 짓들을 했는지를….
우리에게 이러한 행동을 해놓고서는 잘 살고 있을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또한, 이거는 꼭 밝혀야겠다. 저녁엔 사무실 사람들이 퇴근하면 각 방에 직원들이 한 방으로 모여 각 집에서 싸 들고 오거나, 아니면 배달시켜서 자기들끼리 음식을 먹곤 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데도… 거의 매일 그렇게 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 동물인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내가 두 번이나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깡그리 무시했다. 정말 진심으로 살인 충동이 생겨 모두 다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느라 괴로웠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의 다가 그랬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봐라, 이게 이해가 되는 일인가?

내 마음이 불편하고 반감이 이렇게나 큰데 어떻게 같이 연대를 할 수 있겠는지? 왜냐하면, 인권 운동을 하는 우리가 그걸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의 고민에 대해 누군가는 말했다, “우리가 적어도 인권 운동하는 사람인데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그래, 물론 같이 싸워야 하는 건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아직 아픈 상처가 많이 남아 있는데 어떡해? 우리가 시설 직원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사과를 받아야겠다.

난 솔직히 따지고 싶다.
“참 못됐고, 이기적이다…. 우리에게 온갖 몹쓸 짓들을 해놓고서, 지금 자기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니까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것이 타당한 일이냐? 말도 안 된다. 이렇게 하기 전에 시설 노동조합 집행위 몇 사람이라도 우리와 생활인들에게 먼저 와서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순서가 아니냐”라고. 그리고 또 민주노총에서도 이런 말을 시설 노조 조합원에게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을까? 본인들이 잘못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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