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독립책방 계정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주로 책방 소개와 전경 사진 그리고 서점주인이 추천하는 책 소개가 올라오는데, 언젠가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요즘엔 택배 배송도 해주기 때문에 다소 먼 지역에 있는 책방이라도 마음에 드는 계정은 팔로잉한다. 그래서 그 전시 소식도 알게 되었다. 북스타그램을 하다가 팔로잉 해놓은 책방 중 한곳에 올라온 포스터. 모 지역 8개 독립책방에서 큐레이팅(Curating:다양한 콘텐츠를 카테고리별로 선별하여 전시하는 작업)한 책들을 한자리에 읽을 수 있는 전시였다.

2주 정도 진행되는 전시였다. 지역도 그리 멀지 않았다. 심지어 전시 시작 하루 전날 소식을 접했다. 그 사이, 왜 그리 일은 많이 생기고 몸은 피곤한지. 가야지, 가야지 마음을 먹다가 결국 전시 마지막 날 마감 시간 2시간 전에 전시장에 도착했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였을까. 전시장은 조용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8개 책방이 4권씩 각각 큐레이팅 한 책들이 책상에 진열되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우선 북스타그램 유저로서 책방 코너마다 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후에야 자리에 앉아 책을 살펴보았다. 엇. 제목부터 신선하다. 표지는 더욱더 신선하고. 책을 펼쳐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독립출판물이었음을. 큐레이팅 된 책 중에 독립출판물도 포함되어 있었던 거다. 독립출판물에 거리감을 느꼈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이숲

독립출판은 개인이 직접 원고 작성부터 기획과 편집, 제작, 판매까지 진행한다. 이 과정부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거대 출판사보다 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적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신,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담는다. 그래서 그동안 읽었던 책과는 달라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책들에 비교해 눈높이와 취향에 딱 맞는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장점을 잘 알고 있는 나조차 독립출판물을 선뜻 읽지 못했다는 거다. 변명을 해보자면 우선 독립출판물은 출간한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유통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판매자가 직접 판매경로를 확보해야 해서 독립출판물이 입고된 독립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다(최근엔 인터넷 펀딩 사전 구매를 통해 제작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책방에서 독립출판물을 만난다 해도 분야와 내용이 너무 다양하니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이건 비독립출판물도 마찬가지). 안타깝게도 내가 다녔던 책방에선 독립출판물 소개가 따로 되어 있지 않아 고르기 더 어려웠다. 매번 한두 권 무작위로 집어 들었다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내려놓았다. 이런 이유(또는 변명)로 독립출판물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서두가 길었지만, 그래서 이번 기회에 큐레이팅된 독립출판물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숲

전시대에는 여행과 공간에 관한 책부터 (다양한)에세이, 그림책, 요리책, 디자인북, 평전, 만화책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었고, 머리말처럼 책머리 위에 한 줄짜리 소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읽고 싶게끔 만드는 글귀 덕분에 자리마다 옮겨 다니며 책을 읽었다. 그중 나는 두 권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책은 ‘독립출판을 한다는 것’이라는 머리말이 붙은 <우아한 세계>다. ‘독고’라는 의인화된 고양이가 등장해 독립출판 에피소드를 유튜브로 방송으로 풀어낸 만화로 독립출판을 하면서 겪는 웃픈 일들을 냉소적으로 꺼내는데 짠하면서도 웃기다. 분명 웃기는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화라고 생각하니 웃는 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죄송하지만, 다른 책들은 대강 내용을 파악할 정도로만 읽었는데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정말 재밌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보고 싶다. 독립책방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작가님의 책을 구매해야지.

 

ⓒ이숲

두 번째 책은 ‘피아노 조율사의 출장 여행기’라는 소개 문구가 적힌 <중국집-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진 독립출판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출판사에서 펴냈다. 다만 디자인 책을 주로 출판한 곳에서 펴낸 에세이라는 특징이 있다. 아무튼, 공교롭게도 이 책도 만화책이다(만화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평소에 만화책보단 글자로 된 책을 더 많이 읽음을 밝힌다). 이 책은 시간 관계상 첫 화 정도만 읽었다. 주인공이 전주에 피아노 조율로 출장을 갔다가 그곳에서 유명한 물짜장을 먹으며 맛을 음미하는데 마치 고독한 미식가를 보는 것 같아 다음 행선지가 벌써 궁금해질 정도로 재밌었다. 이 책도 꼭 소장해서 책에 나온 중식집들을 다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숲

이외에도 재밌어 보이는 책이 많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책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독립출판물에 거리를 두고 살아온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거대 출판사처럼 책 판매를 위해 마케팅 비용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기도 어렵고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경로도 부족한 현실에서도 묵묵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하게 본다면 본인이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거다, 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니은서점의 노명우 마스터북텐더는 책 출판이 경제적 효과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니라, 경제적 효과로 환원될 수 없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은 문화의 다양성을 만들어가고 넓혀가는 일을 하고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문화의 저변을 넓혀주시는데, 독자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나의 문화를 넓힌다는 마음으로, 내 취향을 저격하는 책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독립출판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오늘도 북스타그램 태그를 건다.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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