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8월 15일을 계기로 제2차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등교가 결정되었지만, 여전히 조마조마합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진 사이에 맞벌이 가정은 걱정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성장의 공동체를 잃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학대로부터 학교가 유일한 피난처이던 아이들은 그 피난처를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학교의 진정한 의의를 깨닫습니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깊어지면, 학교도 돌봄, 급식, 교육복지 등 그 기능이 다양하게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오늘날의 학교는 수업만을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을 키워주는 공동체입니다. 코로나 시기 원격수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유·초·중등에서 지금처럼 준비 안 된 원격수업을 진행하면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 교육은 학교에서 만남을 기본으로 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당장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학교를 감염병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교사수를 축소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길어질 것입니다. 감염병이 만연해도 학교가 안전하려면 아이들 한 명에게 최소한 한 평의 공간을 주어야 합니다. 20평의 교실에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수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대도시, 신도시의 과밀학급과 거대학교를 해소하고, 안전한 작은 학교들을 더 많이 지어주어야 합니다. 노후된 학교시설도 시급히 리모델링해 아이들이 언제나 위생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학령인구 감소를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초등돌봄은 특히 맞벌이 학부모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학교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런데 교육당국이 이 일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해야 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집니다. 이것이 최근에 발생한 돌봄을 둘러싼 학교 내 갈등의 원인입니다. 앞으로 학교돌봄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우선 교사를 돌봄 업무에서 제외하고, 전일 근무하는 초등 돌봄전담사 선생님들을 대폭 늘려서 이 일 전반을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돌봄은 가장 안전한 공간인 학교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가가 공공적, 교육적으로 돌봄을 책임져야 합니다. 돌봄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다 분명하게 책임지는 법과 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원격학습은 학습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게다가 가정 형편에 따라 격차 또한 크게 만듭니다. 그래도 감염 확대가 심각해지면 원격학습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원격학습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학교와 선생님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나아가 취약계층 아이들은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학교나 지역사회의 공간에 모아 소인수의 ‘원격학습 지원 클래스’들을 운영해 주어야 합니다.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정부는 ‘한국형뉴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뉴딜’이란 최악의 경기 침체기에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미래’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통해,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학교를 안전기준과 교육의 질을 대폭 향상시킨 미래교육 생태계로 바꾸고, 우리공동체의 어린 시민들이 가장 안전하고 평등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올바른 의미의 ‘한국형 뉴딜’이 가장 필요한 곳, 진정한 미래지향적 투자가 가장 시급히 이루어질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송주명

글 _ 송주명 한신대 교수, 민주주의학교 상임대표

 

 


※ 이 칼럼은 <학부모신문>에 최초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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