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참담한 기억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아니 영원히 잊을 수 없고 잊지 말아야 한다. 너무 고통스러운 그날을 우리 모두는 함께 경험했다. 그 참담함으로, 미안함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사들 중 일부가 2014년 시국선언을 통해, 일부 교사들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건을 두고 보수단체와 당시 교육부가 해당 교사들을 고발하였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재판은 진행되어 2016년 1심에 이어 2017년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판결되었다. 재판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그동안 대한민국의 민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과 국정 농단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정권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소위 촛불 정권이라 불리는 현 정권은 이러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 중심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20년 11월 12일 대법원은 결국 이들 교사 32명에 대해 50~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함께 경험한 아픔이었지만 교사들의 아픔과 상처는 더욱 컸다. 희생자와 참사의 당사자 상당수가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과 교사들이었다. 그날 평소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학교 교무실에서는 종일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고 한다. 전원 구조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오보라는 소리에 탄식을 내뱉었다. 속절없이 잠겨버리는 세월호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고, 늘어만 가는 희생자 숫자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 배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이 나와 우리 학교 학생들이었다면…’

이 생각을 하지 않은 교사는 없을 것이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학교와 교사를 믿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추억을 위해 떠났던 수학여행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이 되어버렸다. 35명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했던 교실은 돌아온 학생들보다 돌아오지 못한 교사와 학생들이 더 많았다. ‘왜 구하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은 ‘왜 구하지 않았나?’ 라는 분노로 바뀌었다.

당시 교사들은 여러 방법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함께 했다. 신문 광고를 통해 대국민 호소를 하기도 하고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에는 1·2차에 걸려 2만 7천여 명이 넘는 교사들이 참여했다(이에 대한 판결 또한 예정되어 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노였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치열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이 죄가 되었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하여 잔인했던 정부의 책임을 물었던 것이 결국 유죄가 되어 돌아왔다.

대한민국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교사에게는 예외인 것인가? 아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국민이 아닌 것인가? 내 의사대로 정부를 비판한 것이, 청와대 게시판에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던 것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고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만한 것”인가? 그렇다면 교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어떤 시민이어야 하는가? 교과서 내용만을 아무 의견 없이 전달하고 일상의 생활에서조차 가십 말고는 자신의 의사 표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는 민주 시민의 양성이다. 민주 시민 양성은 민주주의 내용을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민주적이어야 하고 교사가 민주적 삶을 살아야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시민 양성이 교육의 목표인 대한민국에서 교육의 중심인 교사는 자신의 의견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도 올리지 못한다. 2020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왜 민주시민일 수 없는가?

 

글 _ 배주영 광평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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