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피해자 국회증언대회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지난 11월 3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 주민 국회증언대회’가 열렸다. 핵발전소 지역 갑상선암 피해 주민 공동소송을 촉발한 균도네 소송의 이진섭 선생님과 경주 월성 핵발전소 앞 나아리에 사시는 황분희 어머님, 울진 한울 핵발전소의 전간술 아버님이 증언자로 참석했다. 이날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 살면서 증언자로 참여한 세 분의 증언 내용을 기록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우리 몸이 증거인데 또 무엇을 증명해야 합니까?”

- 균도네 소송 이진섭 님의 증언

 

2010년 함께 살고 있던 장모님께서 위암 진단을 받고, 그 이듬해인 2011년에 제가 직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고, 고리원전에서는 짝퉁 부품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전의 반대급부로 만들어진 고리원자력의학원에서 지역지원사업이라고 주민건강검진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 집사람도 대상이 되어 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선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리 집사람뿐만 아니었습니다. 앞집 뒷집 아저씨도 다 암이었습니다.

혹시 원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의 갑상선암 환자 수를 알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개인정보법 위반 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물으니 소송을 하랍니다. 그렇게 뜻밖의 이유로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네 명의 성인 중 세 명이 암 환자고, 또 거기서 태어난 아이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기겠다고 시작한 소송이 아니라, 국가정책을 바꾸려고 시작한 소송이 아니라, 원전마을 주민들이 왜 피해를 보고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한수원은 지금도 원전마을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그 피해 사실 인과관계를 우리에게 과학적으로 증명하라고 합니다.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고, 우리 몸이 증거인데, 왜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증명해야만 합니까? 안전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안전하기 살기 위해 우리가 안전을 증명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저는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심에서 승소하고, 2심에서 패소를 하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당했지만, 여전히 한수원의 책임은 남아 있습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이 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한수원과 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 경주 월성 핵발전소 인근 황분희 님의 증언

 

월성핵발전소 옆에서 34년을 살며 얻은 것은 오로지 몸의 병, 갑상선암뿐입니다.

34년을 살면서 거기서 내 자식을 키웠습니다. 그 애들도 저와 똑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 내 손자들은 거기서 태어나며, 엄마 배 속에서부터 피폭을 당한 것 같습니다. 내 아이들도 이런 병에, 나와 똑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핵발전소 옆에서 25년째 살던 해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녁만 되면 이 약 한 알로 몸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죽을 때까지 그 약을 먹어야만 버틸 수 있는데, 그 약을 먹고 저녁이 되면 물에 젖은 솜과 같이 피곤하고 가라앉습니다. 이런 고통을 다음 세대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이 아이가 제대로 살아갈 수는 있겠습니까?

한수원은 갑상선암이 핵발전소에 의한 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삼중수소 내부피폭 검사를 했지만, 삼중수소가 자연방사능에도 있는 것이라서 특별히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또다시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또 기준치 이하라서 건강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방사능이 안 나온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 몸에서는 방사능이 나오고, 서울 불광동에 사는 아이들의 몸에서는 방사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정부와 한수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설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너무나 당연히 그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인데,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큰 잘못을 했습니까. 그저 안전하고 깨끗한, 값싼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핵발전소 옆에 산 죄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고통을 받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서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만든 사람이 설명하는 것이 보통의 상식입니다.”

- 울진 한울 핵발전소 인근 전간술 님의 증언

 

저도 이렇게 암에 걸릴 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갑상선암이 암이냐 그게 무슨 암이냐 하는데, 차라리 위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상선암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피곤한 건 둘째 치고, 우울증으로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포기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조금 잘라내면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암이 임파선까지 번져 큰 수술을 했습니다. 방사능 요오드 치료도 호텔 같은 일인실에서 일주일 동안 꼼짝도 못 하고 받았습니다.

서울대 안윤옥 교수가 발전소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많이 걸리는 것은 조사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울진만 봐도 안윤옥 교수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전소가 있는 북면에는 인구가 7천 명이 넘고, 건강검진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북면의 갑상선암 환자 수는 10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발전소 밑 지역인 죽변면에는 6500여 명이 살고 있지만 갑상선암 환자 수는 50명입니다. 죽변면 아래에 있는 울진읍도 마찬가지입니다. 울진읍에는 1만 4500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갑상선암 환자 수는 85명에 달합니다. 주민들의 건강검진은 발전소가 있는 북면에서 가장 많이 했지만, 갑상선암 환자 수는 북면이 가장 적습니다. 왜 이렇습니까?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여수라고 합니다. 여수에서는 10만 명당 60명이 갑상선암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 수만 보더라도 죽변면은 여수의 13배입니다.

죽변면에 사는 사람들은 이상해서 갑상선암에 많이 걸리는 것입니까? 울진은 다른 발전소와 달리 유리와 함께 핵폐기물을 태워 부피를 줄이는 핵폐기물 유리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검진율이 높아 갑상선암 환자가 많다가 아니라 지역의 상황과 특성을 바탕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만든 사람이 설명을 합니다. 원자력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원자력 운영하는 사람이 우리가 왜 아픈지 설명해야 합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 올해로 만 6년째

정부와 한수원 책임 묻지 않는 재판부

△ 11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6 간담회실에서 열린 갑상선암 피해자 국회증언대회에서 백도명 교수가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주민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홍)

핵발전소주변지역대책위(고리, 월성, 울진, 영광‧고창)와 반핵의사회, 법무법인 민심, 양이원영 국회의원실이 함께 마련한 증언대회의 분위기는 내내 무겁고 힘겨웠다. 2014년 균도네 소송 1심 승소 판결로 시작된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들의 공동소송이 올해 12월로 만 6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정부와 한수원의 책임을 묻지 않는 장벽이 재판부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와 법무법인 민심 변영철 변호사가 참가해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주민 건강 피해와 한수원의 법적 책임에 대해 발표를 했다. 주민들의 증언과 백도명 교수와 변영철 변호사의 발표는 탈핵부산시민연대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증언대회 다시 보기 https://fb.watch/1DP1xQkyam)

 

△ 갑상선암 피해자 국회증언대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장영식)

 

글 _ 정수희 탈핵신문 편집위원


출처 : 탈핵신문 2020년 10월 (83호) https://nonukes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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