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간식 8]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하)
[이야기 간식 8]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하)
  • 내리리 영주
  • 승인 2020.12.09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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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간식 7편에서 이어집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뒤편을 이제서야 이어봅니다.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3>에 나오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조금 고쳐 들려주었어요.

 

ⓒ내리리 영주.<br>
ⓒ내리리 영주

그래서 아이들은 뒷간으로 가는 척하다가, 우물 옆에 있는 큰 소나무에 올라가서 가만히 숨어있었어. 아이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니까, 호랑이가 뒷간에 가봤지. 아무도 없는 거라.

‘요것들 봐라! 도망가 봤자지! 끝까지 찾아내서 잡아먹겠다!!!’라고 중얼대면서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어흥 어흥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척을 하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다 우물을 보니까, 우물물에 아이들이 보이는 거야. ‘아가~ 거기 있지 말고 나오너라.’ 이러는 거라.

- (둘째) 아이들이 아닌데?

그러니까 말이야, 이 호랑이가 힘은 센데 좀 어리석네. 우물물에 비친다는 생각은 하나도 못 하고, 어떻게 건져낼까만 궁리를 하는 거야.

‘조리로 건져낼까? 함박으로 건져낼까? 조리로 건져낼까? 함박으로 건져낼까?’ 하면서 우물가를 뱅글뱅글 돌아. 이 모습을 보고, 동생이 그만 웃음을 못 참고 ‘하하하하하’ 해버린 거지.

- (첫째) 너희들 같아!

- (둘째) 아니거든!

- (셋째) ……. 

 

12살 첫째는 올해 들어 부쩍 동생들을 귀찮아하고 툴툴거립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동생들에게 가 있어요. 시비를 가리는 눈이 또렷해지는 게 느껴지는데, 그 눈으로 동생들 미숙함에 대해 어찌나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지….

저에겐 첫 번째 아기라, 첫째가 자라는 모습은 잔소리하는 것마저 신비롭습니다. (그저 누워서 울기밖에 할 줄 모르던 존재가 이렇게!!!) 잔소리 폭격은 둘째에게 가장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둘째는 자기 관심사가 아니면 반응을 잘 안 하거나 두 번 세 번 물어도 답을 잘 안 해서 답답할 때가 자주 있는데, 발끈하며 ‘아니거든’이라고 하는 걸 보니 저는 또 안심돼요. 셋째는 이 이야기가 처음이라 너무 몰입되어서 언니가 나무라든 말든 안 들립니다. 그리고 제 몸에 더 가까이 달라붙습니다. 이야기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이 다르고, 그 반응에서 아이들의 마음자리가 어떤지 가늠해 보는 것도 이야기 들려주기의 큰 기쁨이에요.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는 소나무를 올려다보더니, ‘아가~ 아가~ 이리 내려온’ 그러는 거야. 그러면 애들이 내려오겠어? 안 내려오겠지.

호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려고 했더니 자꾸 미끄러지는 거라. 그래서 ‘아가~아가~ 너희는 어떻게 올라갔니?’ 물었어.

그래서 꾀 많은 오라비가 ‘참기름 얻어서 나무에 바르고 올라왔지.’ 하니까, 호랑이도 얼른 참기름을 가져와서 나무에 바르고 오르려니까, 자꾸 미끄러지는 거야. 아까보다 더 미끄러운 거라! 그래서 호랑이가 한 번 더 어떻게 올라갔냐고 물어. 그럼 아이들이 답을 했을까? 안 했을까?

- (첫째·둘째·셋째) …….

누이동생이 그만 ‘우리는 자귀랑 도끼로 나무를 찍어서 나무 찍은 자리를 딛고 올라왔지.’ 하고 말하자마자, 호랑이가 ‘어흥’ 하고 자귀랑 도끼를 구해다가 나무를 찍으면서 막 올라와. 그럼 아이들이 더 높이 올라가. 그럼 또 호랑이도 막 뒤따라가.

 

ⓒ내리리 영주

우짜노 우짜노! 112도 없고 119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도망갈 데도 없고, 큰일 났다. ​

그럴 때는 기도를 하는 거야. ‘하나님, 하나님. 우리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게 됐습니다. 우리를 살리시려면 새 동아줄을 내려보내 주시고, 우리를 죽이시려면 헌 동아줄을 내려보내 주세요.’ 하고 비니까, 정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아이들은 그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지. ​

호랑이도 기도했어. ‘하나님, 하나님. 나는 저놈들을 잡아먹으렵니다. 나를 하늘로 올라가게 하시려면 새 동아줄을 주시고 못 올라가게 하시려면 헌 동아줄을 내려보내 주세요.’ 하고 말이야.

정말 꼭 잡아먹고 싶었나 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어. 호랑이는 생각도 안 하고 그 동아줄을 확 낚아채서 잡아타고 올라가. 얼마쯤 올라가다가는 뚝 끊어져 버렸지.

높은 데서 떨어지는데, 떨어진 곳이 마침 수수밭이야. 수확을 마친 수수밭이라 수숫대가 막 삐죽삐죽해. 그래서 요즘도 수숫대 보면 피 같은 게 발갛게 묻어있는데, 이게 바로 그때 그 호랑이 피라 하잖아. 

우리 동네는 수수를 어느 집에서 심었더라? 전에 제천에 간 적 있잖아? 거기 수수 농사를 많이 하던데……. 다음에 가면 호랑이 피 있나 없나 보자. 오누이는 동아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 오라비는 해가 되고 누이동생은 달이 됐대.

 

아이들이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사라지는 걸 보면서도 아이를 꼭 잡아먹겠다고 따라붙은 호랑이의 욕망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하느님은 아이들은 하늘 세상에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호랑이는 다시 땅으로 떨어져 수수밭의 거름이 되어 수수로 거듭나는 걸까요?

나쁜 욕망을 가진 호랑이가 벌을 받고 죽는 결말이 아이들에게는 안심이 되나 봅니다. 저는 호랑이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나고, 호랑이 마음이 자꾸 궁금하더라고요.

잡아먹겠다는 욕망을 따라 끝까지 가 본 호랑이는 어땠을까요? 후련했을까요? 다음 세상에라도 잡아먹겠다는 원한을 품었을까요?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엄마의 상징도 크게 둘로 나눠 봅니다. 아이를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따뜻한 엄마의 상징이 있고, 아이를 집어삼키는 엄마의 상징이 있습니다. 엄마의 마음속 우주에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호랑이와 같은, 집어삼키는 엄마의 상징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한껏 신경전을 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엄마는 분명 자기 마음속에서 이런 호랑이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기 마음속 우주에서 이런 호랑이를 만나야 정상입니다.

저 엄마의 마음속 우주에서 살고 있는 아이를 잡아먹는 호랑이를 만나서 그 호랑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맥스처럼 아니면, 많은 꿈을 들려준 아이들처럼 호랑이와 같이 놀면서 자기 마음속 우주에 살고 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로 볼 수 있어야 하겠지요.

마음속 그림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들, 이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신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겠지요.

- <아이들은 이야기 밥을 먹는다>, 이재복, 문학동네, 141쪽

 

아무래도 저는 저의 그림자에게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림자는 꼭 그렇게 험하거나 모자라는 내 모습을 통해서만 만나지는 겁니까?ㅠㅠ

그냥 담백하게, ‘내가 네 그림자요~’하고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없다면, 봉인은 어떨까요? 어릴 적에 tv로 보던 만화에 보면 사악한 뱀이나 나쁜 괴물을 죽이지 않고, 어디다 봉인해 두잖아요. 언젠가 인연 따라 그 봉인이 풀리고…. 제 그림자를 장기 봉인할 방법 어디 없나요?

​이렇게, 겨우겨우 ‘이야기 간식’을 마무리합니다. 

연재는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로군요. 세상 모든 연재작가님, 존경합니다!!! 2020년은 뭐 했나… 싶은데, 그나마 이런 시도를 해봤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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