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지하수 방사능, 3호기의 “4.6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차수막 파손 8년째 방치”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SFB) 차수막 밑의 지하수 방사능의 양이 주변 발전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1호기 저장조(SFB) 차수막 밑의 지하수는 리터(ℓ) 당 최대 3만 9700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으나, 2호기는 2만 6700베크렐, 3호기는 8610베크렐, 4호기는 지하수 유입이 없었다. 3호기와 비교하면 1호기에서 4.6배의 방사성 물질(이하 방사능)이 주변 환경에 누출된 셈이다.

 

△ 자료 제공: 경주환경운동연합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SFB)는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대형 수조다. 월성1호기 저장조(SFB)는 두께 1.22m 콘크리트 벽체로 되어 있고, 콘크리트 바닥 벽체와 지반 사이에 PVC 재질의 차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0.5mm 두께의 PVC 차수막은 저장조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 방사능의 환경 누출을 차단하는 최후의 방벽이다. 이곳에 구멍이 뚫려 방사능이 계속 누출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저장조(SFB) 차수막 복구공사를 2021년 3월경 완료 계획이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이 복구공사를 맡았으나, 알맞은 공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과 대우건설 사이에 기술 협의가 진행 중이다.


“월성 1~4호기 모두 저장조 균열 가능성”

한수원이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계획](2020. 06. 23)에 따르면, 월성1호기뿐만 아니라 2·3·4호기 모두 저장조(SFB) ‘집수정’과 차수막 밑의 지하수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매우 높다. 4개 호기 모두 저장조(SFB)에 균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4호기는 저장조(SFB) 집수정에서 감마핵종(세슘 등)까지 검출됐다. 이 때문에 2019년 1월 이후 4호기 저장조(SFB) 주변에 지하수 감시 관측정 3개를 추가로 설치했고, 다행히 주변 환경(지하수)으로 방사능 누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ㆍ2호기 뒤쪽 매설배관 삼중수소 27.6배↑

한수원 분석주기 월 1회 -> 1일 1회로 변경

월성핵발전소 1~4호기 발전소 건물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외부로 배출하는 지하 ‘매설배관’에서도 방사능 누출이 의심된다. 특히 매설배관이 월성 1·2호기 뒤쪽으로 지나가는 지점에서 방사능이 높게 확인되고 있다. 이 지점의 지하수 관측정에서 리터(ℓ) 당 최대 2만 82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었으며, 이는 매설배관이 지나가는 다른 지점의 관측정보다 방사능이 최대 27.6배나 높은 것이다. 이 지점은 시료 분석 주기를 [1회/월 => 2회/주(2019.5) => 1회/일(2019.6)]로 전환하고, 주변에 지하수 관측정 2개를 추가로 설치해서 감시하고 있다.

월성3호기도 문제다. 터빈 건물의 배수로 맨홀에 고여 있는 물에서 리터당(ℓ) 당 최대 71만 3000베크렐(Bq)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한수원은 이것이 3호기 저장조(SFB)의 차수막 아래 지하수 배수관로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한수원의 월성 1·2·3·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등 보수 상황을 보면 월성3·4호기의 경우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수원은 월성 1·2·3·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와 액체폐기물저장탱크 등을 확인한 결과 ‘에폭시 라이너’(방수 기능) 열화현상을 확인하고 보수하기도 했다. 월성 1~4호기는 10년 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에폭시 라이너 열화현상 등이 발견돼 지속적으로 보수를 하고 있다.


월성1호기 핵심 안전설비 CFVS 철거

중대사고 반영 못 해 2·3·4호기는 설치 못한 상태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핵심 안전설비인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CFVS) 상부를 철거하고, 하부는 그대로 둔 상태다. 하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를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철거를 아직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CFVS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설치한 안전설비다. 후쿠시마처럼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면 엄청난 양의 방사능 가스가 발생한다. 이때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격납건물(핵발전소 돔)의 압력이 치솟아 폭발하게 된다. 격납건물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방사능 가스를 강제로 배출하는 안전설비가 CFVS다.

아이러니하게도 CFVS는 월성1호기 저장조(SFB) 차수막을 파손시킨 주범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후 2012년 급하게 CFVS를 설치하면서 대형 사고를 쳤다. 격납건물과 저장조 사이에 CFVS를 설치하면서 지반 보강을 위해 땅속에 박은 강관 파일 2개가 저장조의 차수막을 관통한 것이다.

CFVS는 현재 다른 핵발전소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2016년 6월 원자력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중대사고 개념이 도입되었고, 월성1호기는 개정 전 원안법에 따라 CFVS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월성 2·3·4호기는 새로 만들어진 <사고 관리 범위 및 사고 관리 능력 평가의 세부기준에 관한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여 CFVS를 설치하지 못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CFVS 설치 시 제한구역 경계에서 선량 기준이 2시간 이내에 250mSv 초과하면 안 된다. 하지만 월성1호기 CFVS가 시나리오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한수원은 다른 호기에 설치할 CFVS와 유사한 대처 설비 설치를 검토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는 중수로형(월성 1·2·3·4)은 콘크리트와 에폭시 라이너로 설계되었으나, 경수로형은 시멘트와 스테인레스 스틸로 설계되어 있다.

 

‘비계획적’ 누출 방사능 대응책 시급

월성1호기를 포함해 월성핵발전소 곳곳에서 설비 노후, 설계 오류 등으로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다. 한수원은 지하수 감시 관측정을 확충하고 노후 배관 교체, 설계변경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월성핵발전소처럼 방사능이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감시 및 통제가 되지 않고’ 환경에 방출되는 사고를 ‘비계획적 누출’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2005년부터 비계획적 누출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고, 총 43개 핵발전소에서 비계획적 누출이 발생했다.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는 비계획적 방사능 누출 사고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월성핵발전소 곳곳의 방사성 물질 누출을 통해서 비계획적 누출이 다른 지역의 핵발전소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비계획적 방사능 누출에 의한 주민 피폭 등의 건강 피해도 그동안 전혀 평가되지 않았다. 또한, 비계획적 방사능 누출이 대부분 발전소 설비의 부식에 의한 것이므로 핵발전소 안전을 위해서도 비계획적 누출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주-울산 탈핵단체

민관합동 진상조사위 구성 요구

월성핵발전소 1호기 사용후핵연료 차수막 파손과 노후된 월성 1·2·3·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안전성을 두고 경주탈핵시민공동행동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한수원과 원안위에 ‘민관합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 경주와 울산의 시민단체 및 탈핵단체가 12월 15일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월성 1~4호기 방사능오염 실태조사를 위한 민관합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용석록

이들 시민단체는 월성 1·2·3·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하부에서 높게 검출되는 방사성물질 농도에 주목하며, 환경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지 등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감사와 관련해 정쟁을 중단하고 지역주민과 국민 안전을 챙기라고 촉구했다.

 

글 _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출처 : 탈핵신문 2020년 12월 (84호) https://nonukes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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