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 마스크가 필수가 되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아파도 학교 가서 아파라’는 옛말과 다르게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초·중등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도입했다. 새로운 교육 방법의 시도인 것이다. E-CLASS를 이용하여 화상수업을 하고 온라인으로 숙제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염려는 늘 있었다. 컴퓨터가 없거나 집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인 학생들은 교육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대면 수업이 아닌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교육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며, 학생들은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의 질을 누리지 못하니 학원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인권 침해의 우려도 있었다.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 수능 연기 등 학사 일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만 듣고 학생의 의견은 묻지도 듣지도 않는다는 것이 큰 사회적인 쟁점이 되었다. 이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020년 9월 3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온라인을 통한 익명성 자기기입식 설문조사의 형태로 전국 중·고등학생 501명(중학생 240명, 고등학생 261명)에 대한 학생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지는 객관식으로 구성되었으며, 항목마다 주관식란을 두어 의견을 쓸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은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였다.


1. 방역, 건강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학교 문화

첫 번째 질문은 학교 내에서 방역과 거리두기 등이 잘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학교에서 기존 규칙으로 인해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불편한 점이 있냐는 물음에 많은 학생이 ‘그렇다’고 답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는 강도 높은 방역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기존의 학칙을 고집하여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학생들은 불편한 교복을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방역 수칙으로 인해 탈의실 사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했다. 등교 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함에도 두발 복장 규제로 인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입시가 중요하기 때문에 웬만해서 조퇴를 시켜주지 않거나, 자가진단에서 등교 금지가 떴는데 ‘코로나 같지 않으면 증상에 체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투 착용을 금지하여 학생들의 건강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정규 수업도 밀집도 완화를 위해 학생 수를 1/3(또는 2/3)로 제한하는 상황이지만, ‘방과 후 보충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를 강제로 시행한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학교의 반인권적이고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문화가 학교에서의 방역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2. 통제 위주, 학생의 인권을 경시하는 방역 조치

두 번째 질문은 방역을 이유로 과도하게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에 관한 질문이다.

응답에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주지 않거나, 너무 짧게 준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특히 화장실 이용 제한으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화장실에 여러 명이 들어가거나 마스크를 벗고 화장을 하는 등의 거리 두기를 하지 않는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서 화장실 앞에 선생님이 서서 한 명씩 들여보내 주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5분뿐인 쉬는 시간 안에 화장실에 못 가는 학생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나 이동을 통제한다’, ‘다른 학생과 대화 시 벌점 등 처벌을 받는다’, ‘방역과 상관없는 학교시설(예:운동장) 이용도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는 학생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쉴 권리나 화장실에 갈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덧붙여, 학급당 학생 수가 적정선으로 줄어들고 교실이나 화장실 등 시설이 여유롭게 있었다면 불필요했을 통제라는 점에서 기존 학교 환경과 시설의 불충분함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실제 거리두기는 여러 사람의 자발적 협조로 가능하고,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한국의 방역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 실천에 근거하고 있음을 돌아볼 때, 학교에서 방역 수칙이 이러한 형태로 적용되는 것은 학생들을 시민으로서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문화 때문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3. 학생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는 학사운영

세 번째 질문은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교사-보호자(학부모) 중심의 학사운영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 등 학사 일정이 불안정하고 변칙적으로 운영되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무시되고, 제대로 된 안내와 설명이 되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다. 응답에 따르면, ‘온라인 쌍방향 수업에서 교복 착용 여부를 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 ‘학부모와는 등교 일정에 대해 상의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의견을 묻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또, 서술형 응답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정학습을 허용하지 않고, 강제로 학교에 나오게 하는 등 교육부 지침을 어기는 사례,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의견 제시를 ‘교권 침해’라며 묵살한 사례 등이 나왔다. 학생들을 의견을 듣고 함께 참여하여 결정할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제와 지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오랜 문화와 관행의 연장선에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4.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는 장점은?

네 번째 질문은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과 학교에 가지 않는 장점에 대해 질문하였다.

문제점으로는 ‘온라인이라서 더 피로하고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과 ‘집안 모습 등이 보여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과제와 수행평가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관련 사례 응답으로는 ‘화면을 보며 하는 것이어서 눈에 피로가 쌓여 피곤해도 시간 안에 들어야 한다. 정지를 시키고 휴식하지 못하고, 틀어두고 쉬어야 하기에 불편함이 있다’, ‘안내나 대책은 적은데 출결이 엄하다. 기술적인 문제나 시스템 오류 등으로 수업을 참여하는 데 문제가 있어도 결과 처리한다’, ‘시간표 변동이 있어도 전달을 잘 받지 못하고 직접 밥을 해 먹기에는 점심시간이 현저히 짧다’, ‘선생님은 밴드(네이버)에 공지 사항을 올렸다고 하지만, 매일 바로바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수업을 제시간까지 게시하지 않거나, 잘못 게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수행평가 등이 covid-19로 인해 연기되면서 한주에 몰리기 시작했고, 수행평가 일정이 빠듯해지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 심하면 하루에 모든 수업이 다 수행평가인 적도 있었다(인천, 고등학생).’ 등이 있었다.

또한, 온라인 수업 시간에 발표 수행평가를 진행하는데, 가족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의견을 무시하고 공평하지 않은 환경에서 억지로 수행평가를 보게 하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점에 대해서는 ‘아침 수면 시간, 휴식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수업 참여를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 ‘교문지도 등 불필요한 간섭을 받지 않고 더 자유로웠다’가 뒤를 이었다. 학교에서의 교문지도나 생활지도 등에 대한 스트레스,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업 참여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장점으로 꼽혔는데, 이는 교육부가 실시간 수업을 온라인 수업 질 제고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교육 정책에 학생들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5. 정부와 학교의 태도, 정책에 대한 의견

정부와 학교의 태도 및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학교는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19.4% ‘전혀 그렇지 않다’ 8.2%로 부정적인 응답이 27.6%였다. 반면, ‘정부·학교는 학생의 안전이나 배움보다 시험과 성적에 더 관심이 많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80.4%의 학생이 ‘그렇다’(‘매우 그렇다’+‘조금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중·고등학생들이 정부와 학교의 태도와 대책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를 드러내 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5명 중 4명꼴, 대다수의 응답자가 학생의 안전이나 배움 그 자체보다도,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내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느꼈다는 것은 학교와 교육 정책의 주목적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금 반성할 것을 요구하는 결과이다.


6. 학업 부담 감소, 학생 참여 보장 등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에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변화를 골라주세요’라는 질문에 ‘수업 시간과 학업 부담을 줄이고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의 참여가 가능하게 하고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순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의견은 코로나19가 기존의 학교의 문제점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학업 부담이 과중한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의 부담, 평가와 시험의 부담 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는 정부와 학교의 태도의 문제점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방역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한 상황에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가 왜 문제인지를 경험하게 되기도 하였다. 현재 정부의 교육 관련 대책이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나 대입 정상화 등에 집중된 데 반해, 학생들은 교육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고,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와 인권 존중을 바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020년 10월 28일 ‘코로나19 속 학생의 인권, 안녕한가요?’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11월 14일 ‘코로나19 속 빡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를 주제로 2020년 학생저항의 날 맞이 코로나19 속 학생 인권 침해 온라인 발언대를 기획하여, 청소년 당사자 14명이 발언대에서 자신이 겪은 인권 침해에 대해 고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이 병행되면서 나타난 많은 인권 침해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중에 서는 새롭게 생긴 문제와 기존에 있었던 문제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다시금 주목받는 것도 있을 것이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난 인권침해현황에 대해서 문제 인식을 넘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활동을 계획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학생은 피지배자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순응하길 원한다. 현재 대부분 학교는 학생이 의견을 낼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학교 운영을 결정하는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와 보호자(학부모)의 참여만 보장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보호자(학부모)와 같이 학교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위치에서, 학교 운영 전반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생 인권 침해 문제는 단순히 코로나로 인한 것이 아닌, 기존의 기형적인 학교 구조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러한 학교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 _ 해온(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학생인권팀)

 

 


출처 : 학부모신문 2020년 12월 (349호) http://www.hakbumo.or.k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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