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인간의 지난 100년을 지켜본 현자가 건네는 겸손한 제안

 

1.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누구인가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1926년 5월 8일(만 94세!) 영국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영국 레스터 대학 총장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그는 2차 대전 종군 후 1952년에 영국 국영방송 BBC에 취업했다. 1950년대부터 자연 다큐멘터리 명가로 불리는 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부에서 근무했으며 영국에 컬러 티브이 방송을 처음 도입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의 친형은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오른 “머나먼 다리”, “간디” 등을 감독하고 “34번가의 기적” 등에서 배우로도 활약한 故 리처드 애튼버러다. 형제가 모두 영국 왕실에서 수여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자연 다큐멘터리 애호가들이라면 그가 제작과 내레이션을 맡은 <아름다운 바다>, <살아있는 지구>, <프로즌 플래닛> 등 명품 다큐 시리즈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002년 BBC 선정 ‘영국을 빛낸 100인’ 중 63위를 차지한(그의 바로 아래 순위에 찰리 채플린과 토니 블레어가 있다!), 영미권에서는 ‘명사’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2020년 9월 24일,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개인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개인 계정을 열자마자 인스타그램 최단시간 팔로워 100만 기네스 기록이 경신된다. 단 4시간 44분 만이다. 개정 개설 24시간 후 그의 팔로워 숫자는 240만이 넘었다. 온라인 사회관계망에서 팔로워 100만이 되기 위해 그렇게 모진 애를 쓰는 이들이 국내에 부지기수인데, 이 90대 노인은 화려하게 ‘인플루언서’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이벤트를 연 것일까? 자신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의 홍보를 위해서였다. 그 1주일 후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모든 홍보 카피 또한 그의 이름에 집중된 영화가 개봉과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10월 4일, <데이비드 애튼버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가 마침내 공개되었다.

 

2. 데이비드 애튼버러 : 100년간의 증언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어깨를 견줄만한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에서 60년간 자연 다큐 시리즈를 제작해 온 그의 경력을 보면 크게 특이한 행보는 아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작정하고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염려해 후손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는 그저 ‘라떼’로 흘려 넘기기엔 너무 절실한 데다 설득력이 넘친다. 백 년 가까운 생애와 육십 년을 초과해 대자연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온 그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지구 생태계의 변화는 그 어떤 빅 데이터 자료나 저명인사의 언변보다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열한 살 때인 유년 시절을 재연한 영상에서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들로 신나게 쏘다닌다. 그러던 중 문을 닫은 광산의 암석층에서 어릴 적의 그는 최초로 암모나이트 화석을 우연히 발견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와 지구 환경의 역사는 그렇게 처음 인연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그 해 1937년, “지구상의 인구는 23억, 대기 중 탄소 함유량 280ppm, 미개척지 66%”라는 자막이 뜬다. 그 수치는 1954-1960-1978-1997-2020년으로 이어지는 주요 변곡점마다 화면을 꽉 채우는 통계 수치로 영화 속에서 속속 갱신된다. 2020년의 마지막 데이터는 “인구 78억, 탄소 함유량 415ppm, 미개척지 35%”였다. 한 인간의 생애 동안 지구가 겪은 변화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초월하는 세월의 무게감과 1950년대부터 자연 다큐 제작에 투신해온 전문가의 권위가 맞물려 이는 그 어떤 웅변보다 강력한 호소이자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로 시청자의 뇌리에 박힌다. 대체 지난 80여 년 동안, 50억 년에 가까운 지구 역사로 보면 눈 깜짝할 새 어떻게 이런 급격한 파괴적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의문이 안 생길 수 없다.

다시 데이터를 복기해보자. 1937년, 1954년, 1960년, 1978년, 1997년, 2020년으로 콕 집어 표시된 지구 환경의 변화를 보면, 맨 첫해에 지구 인구는 23억이던 게 마지막 해엔 78억, 대기 중 탄소 함유량은 280ppm에서 415ppm, 미개척지 비율은 66%에서 35%로 줄어들었다. 과거 1만 년 동안 상승한 지구 표면 온도와 불과 100년도 채 지나지 않는 동안의 변화가 같다. 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다.

이게 어떤 상황인지 먹고살기도 바쁜 이들에겐 아직 체감이 덜 될 테다. 이 영화에는 충격적인 수치와 통계가 너무나 툭툭 지나가듯 등장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만약 120살을 넘겨 장수한다면 그는 지구상 인구가 110억이 되는 순간을 몸소 겪게 된다. 그의 생애 동안에만 인구가 5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지구상의 무수한 동물군 중 2020년 현재 인간의 무게 총량이 1/3이 넘는다. 그리고 나머지 2/3 중에서 60% 이상이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의 무게다. 순수하게 자연의 야생에서 존재하는 동물의 무게 총량은 1/4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인간은 둘째 치고 (주로 인간의 육식을 위한) 가축에 집중된 총량은 당혹스럽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조류의 70%는 가축이며 그 대부분은 ‘닭’이다. 뭔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 결과는 나머지 동식물이 조화롭게 존재하던 야생의 파괴다. 미개척지 비율은 80년 동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아직 지구 육지 전체의 1/3이나 남아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면적이 단지 절반으로 줄어든 게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생물종의 조화가 무너지는 파괴적 효과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1950년대, 인간이 최초로 비행기와 우주선을 이용해 최초로 육안을 넘어선 전 지구적 관측과 탐사 여행이 자유롭게 가능해진 시대에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BBC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기록하는 작업을 총괄하게 된 행운을 잡는다.  그가 발견한 지구는 그 어떤 정교한 기계보다 더 정확하고 조화롭게 행성의 순환을 수행하고 있었다.

북극과 남극의 광대한 얼음과 눈은 강대한 태양의 열을 반사해 지구의 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냉각을 책임져왔다. 시베리아와 북미 대륙의 툰드라와 침엽수림은 그 동토 아래에 파괴적인 메탄가스와 탄소 성분을 안정적으로 보관해 왔으며, 브라질의 아열대 밀림과 해양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산소 공급을 담당해 왔다. 태평양 연안의 산호초와 염분에 강한 맹그로브 나무 수림은 대륙붕의 풍요로운 어족 환경을 관리하고 있었다. 적도 부근의 거대한 초원 지대는 수십수백만 단위의 대형 초식 동물들이 존재하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먹이로 삼아 수량을 관리하는 다양한 육식 동물 개체군과, 초식 동물의 배설로 인해 너른 지역에 종자를 퍼트리는 식물군의 공생을 담보했다.

영화 초반 잠깐 등장하던 지구 생태계의 황홀경은 머지않아 파괴된다. 인간이 탐욕스럽게 잠식한 지구의 유한한 환경과 자원의 남용에는 파괴적 대가가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영화의 전반-중반 50여 분 내내 인간이 지난 반세기 동안 자행한 자연 파괴 범죄와 그에 피해를 입고 고통당하는 생태계의 대비는 경이로운 비애와 슬픔의 거대한 풍경화로 느껴질 정도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얼음이 녹아 광활한 북해의 바다에서 정처 없이 헤엄치는 북극곰이나, 살 곳이 줄어들어 다닥다닥 붙어있던 바다코끼리 중 약한 개체가 벼랑으로 떠밀려 추락하는 비극 앞에서 눈을 가리는 이들이 여럿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시작이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산호초가 갑자기 눈부신 백색으로 변해간다. 생명이 춤추던 산호초 생태계는 뼈만 앙상한 거대한 무덤처럼 변한다.

아열대의 원시림은 벌채되어 나무는 목재로 팔리고 공터는 개간되어 수익성 작물들, 기름야자나 콩, 옥수수밭으로 변모한다. 반경 수 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열대우림, 무려 700종류의 식물 종이 분포하던 숲이 사라진 자리에 오와 열 딱딱 맞춘 상품작물이 늘어선다. 700종이 한두 종으로 줄어든 꼴이다. 인도네시아의 거대한 섬 보르네오 밀림이 깡그리 벌채되면서, 폐허에 덩그러니 남은 단 한 그루 나무에 매달린 슬픈 눈의 오랑우탄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이 얼마나 될까?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특유의 진중한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는 이 거대한 참상의 증언은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3명의 자연 다큐멘터리 명장이 담아낸 압도적인 이미지의 위력이 더해져 더욱 강력한 충격으로 2단계 변신한다.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생태계가 인간의 개입으로 파괴되는 영화 속 풍경은 강렬한 설득의 힘을 제공한다. 거기에 더해 영화는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데이터로 화룡점정을 찍어댄다. 

전 지구적으로 지난 반세기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벌어진 자연 파괴의 참상을 고발하던 카메라는 우주로 갑자기 향한다.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를 응시한 우주비행사들은 인간에겐 너무나 광활해서 그 자원을 마음껏 써도 괜찮을 것 같던 지구가 실은 암흑 우주에서 유일하게 푸르른빛을 발하는 처연하고 조그마한 행성, 그것도 현재까지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임을 확인하고 경외감에 빠진다. 그 작은 별에서 종의 한계를 넘어 다른 생물들과의 조화를 무시하고 폭주하는 인간들의 만행과 그것이 가져올 파국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 것이다.

왜 20세기 이후 환경운동 1세대 중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영화 제작자, 우주비행사와 비행기 조종사, 스쿠버와 서퍼들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들은 실제로 지구의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했고,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겪고 본 것처럼 그 위기 또한 생생하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3. 아직은 11시에 머물러 있는 지구 종말 시계

영화의 3분의 2까지 분량은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생애 동안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자행한 파괴의 기록과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생태계의 대비이다. 하지만 인간이 문제야! 세상에서 인간이 없어져야 해! 같은 자기모순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수많은 파괴의 참상 속에서도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몇몇 희망의 가능성 또한 봐왔기 때문이다. 일말의 기대를 안고 후반부 3분의 1분량인 20여 분 동안 그는 나이 든 현인의 지혜 보따리를 풀어낸다.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교훈처럼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둔 해법들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재생에너지 전면 도입이다. 태양광-풍력-수력-지열에너지는 21세기 들어 꽤 주목받는 대체 에너지원이지만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유일한 에너지원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조금만 더 기술을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지구 전체에 (공짜로!) 내리쬐는 태양광은 인간이 필요한 에너지 총량의 20배나 된다는 사실과 함께, 북아프리카의 자원 빈국 모로코가 불과 한 세대 만에 생활에너지의 40%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육식 위주 식생활의 개선을 주문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포식자인 육식동물은 1년에 100마리의 초식동물을 사냥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맹수들의 숫자가 적은 것이다. 그런데 지구 환경은 수십억의 육식 인간을 만족시킬 공간이 없다. 즉 채식 위주로 식생활 전환이 시급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적은 토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충족할 수 있다. 유럽의 소국이지만 세계 2위의 식품 수출국인 네덜란드에서 가족 단위 중소농장이 오랜 기술 축적으로 제한된 농지에서 고도의 생산력 확대를 그것도 과거보다 환경친화적으로 달성한 예시를 들면서 이를 통해 삼림 복원도 가능해질 수 있음을 제언한다.

매년 150억 그루의 나무를 남획하는 지경에 다시 숲을 복원하는 게 가능할까? 애튼버러는 실제 사례로 중미의 코스타리카를 언급한다. 전 국토의 3/4가 울창한 원시림이던 이 나라가 불과 반세기도 안 되어 1/4로 줄어든 숲을 복원하기 위해 산림 주인들에게 자연 수목을 식림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 25년 만에 2/4로 우림을 회복했다는 소식은 가능한 변화가 존재함을 입증한다. 곧바로 시선은 바다로 향한다. 해양자원 남획 금지와 어종 자원 회복을 위해 팔라우 제도에서 시행한 정책은 대부분의 어족이 머무는 연해의 절반은 보조금 지원과 함께 어획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규제의 결과는 절반의 안전 구역에서 다시 회복된 어종 자원이 자연스럽게 인근으로 확산하여 어획량의 지속 가능함을 담보한 사실로 귀결되었다.

풍선효과의 바람직한 예시다. 우울한 소식만 보다가 제작진이 감춰둔 몇 개의 사례를 보면 호흡곤란에서 회복되는 기분이다.

뭐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들었던 이야기들이네, 할 이들에게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넓고 깊은 통찰력을 덧붙인다. 자연의 회복은 인간이라는 종의 안녕을 위해 절실하다는 주장과 함께, 지금까지는 자연 파괴 관점에서만 주로 사고해온 인구증가 문제에 대해 그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꺼낸다. 애튼버러는 특정 종은 반드시 일정 시점에 그 개체 수 증가가 정점을 찍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적용해 인간 역시 110억 인구에 도달하기 전에 보다 적은 숫자에서 최고점을 찍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문제는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인간이 한계치까지 소모하지 않기 위해 매우 중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총인구가 늘지 않고 고정화된 일본의 사례를 예시로 든다. 현재 1세계의 인구증가는 둔화한 상태이고 의료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평균수명 증가의 반영으로 유지될 뿐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구 증가세의 둔화는 교육 기회 확대와 여성의 사회참여 증대로 달성된 것이라 설명한다. 즉 1세계 대부분이 경험한 여성의 교육과 사회참여 확대가 3세계까지 보편적으로 정착된다면 필연적으로 인구증가가 멈춰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출산율 논쟁과 연계해 토론해야 할 주제다.

영화는 한 시간 반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두 번 세 번 다시 보고 같이 보면서 토론하면 참 좋을 알찬 내용이 한가득하다.

 

4. 인간 없이? 인간이 저지른 만큼 책임져야 할 자연의 복원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스틸 이미지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은 1986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해 인간이 사라진 땅, 체르노빌이다. 도입부에서는 구소련이 미래지향적으로 야심 차게 건설했으나 사고 발생 후 48시간 내로 모든 주민이 떠난 도시가 묵시록의 한 장면처럼 황량하게 비친다. 인간이 자연과 자기 자신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 격이다.

하지만 결말과 함께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천천히 폐허가 된 아파트를 걸어 나오는 순간, 30여 년이 흘러 원시의 숲이 복원되고 야생동물들이 뛰어노는 체르노빌 생태계의 회복을 확인할 수 있다.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사슴과 야생마들이 풀을 뜯고 은신처를 만들었고, 늑대와 여우가 곳곳에서 출몰하는 현장 풍경은 벅찬 동시에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숙제를 던진다.

“11번째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지구 종말(혹은 인류 종말)을 알리는 시간인 12시 정각 직전, 11시에 멈춰 있는 지구의 상황을 알리는 시계 이야기다. 종말이 닥칠 12시가 되려면 아직 딱 1시간쯤 여유가 있음을 알리는 경고와 기회의 양면. 남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친절하게 알려준 미래를 위한 해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지독히 계몽적인 결론임에도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압도적인 관록에 뭐라 시비 걸 수가 없다. 모든 걸 통찰한 현자의 메시지에 탄복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저래야 한다.

 

 

작품 정보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David Attenborough: A Life on Our Planet

미국·영국, 다큐멘터리, 2020

2020.10.04. 개봉, 83분, 전체관람가

감독 알래스테어 포더길, 조너선 휴즈, 키이스 셜리

출연 데이비드 애튼버러

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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