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신과 살처분
[칼럼] 백신과 살처분
  • 김혜나
  • 승인 2020.12.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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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계약과 접종에 관한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그보다는 작은 소리로 조류독감에 걸리거나 걸리지 않은 닭들의 살처분 소식도 전해진다. 쌍둥이 같은 두 뉴스는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인 양 분리되어 다루어진다. 전염병에 걸린 동물들이라는 같은 현상을 대하는 다른 반응은 꼬일 대로 꼬인 어려운 실타래를 던지는 듯하다.

백신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긍정적이다. 더 빨리, 더 많이 주사를 맞는 것이 관심사가 되고 그러므로 접종의 우선순위나 국가 간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등장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백신 자체에 대한 기본적 긍정을 전제로 한다. 한편, 살처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세하다.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쪽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라는 분위기가 짙다. 공장식 축산이 만든 병에 대해 가축들을 생매장하는 방식으로 응답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반복된다.

그래서 가축도 마구잡이로 죽이는 대신 인간처럼 백신을 놓자는 ‘인자한’ 의견이 제시되고 실제로 시도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백신, 가축과 살처분을 짝짓는 엄격한 공식에서 백신이라는 항을 가축 쪽으로 옮기는 것은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그 반대는 감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것이 된다. 공장식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같은 동물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다.

그렇다면 가축에게도 백신을 맞을 ‘권리’를 허락하는 것, 그들을 인간의 위대한 성과인 의료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동물들과 더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길일까? 백신을 맞아 살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도소’에 갇혀 죽느니만 못한 삶을 강요당하는 사육동물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살처분되지 않음으로써, 백신을 맞음으로써 ‘생명’을 연장한 가축과 인간의 ‘삶’은 과연 의미와 생기로 가득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죽음을 거부하는 백신과 죽음을 지향하는 살처분은 이미 이토록 삶에 대한 부정이라는 공통의 기반 위에 서 있다.

이 두 어리석은 ‘해결방안’의 실패는 자명하다. 바이러스는 변종으로 돌아오고 10년간 7천만 마리를 넘긴 살처분은 연례행사가 된 다음 살처분을 낳는다. 그럼에도 같은 반응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것, 더 근원적으로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삶터로서의 세계에 적응하는 데 인간이 철저히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의지, 지성, 제도 따위로 세계를 전부 알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만들고 바꿀 수 있다는 유아적 환상은 세계로부터 그 무엇도 듣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도록 귀를 막는다.

거리두기를 하고, 자가격리를 하고, 백신을 맞고, 그 성과를 자축하는 케이지 속의 닭들을 상상해보라.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스스로 문제적 상황을 초래한 인간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은 어떠한가? 병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준다. 단지 우리가 듣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내놓을 뿐이다. 질병으로부터의 배움은 몸을 통해 온다. 나의 몸과 자연의 몸이 나누고 있는 바로 그 살을 통해.

부족 문화에서 개인의 질병은 그가 속한 공동체와 인간 너머의 세계 사이의 균형이 깨진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다른’ 존재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다루지 않고 개인의 병만 치료하는 것은 단지 숙주만 바꾸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연과 대화하지 못한 채 공장식으로 제조되는 각종 술책은 흔히 혼동하는 바와 달리 인간에게도 전혀 좋은 것이 아니다. 세계와의 황홀한 교감은 인간이 뜻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착각을 버릴 때 비로소 허락될 것이며, 그 깊은 관계가 다시 그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글_ 김혜나 대구대학교 연구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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