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복직 거부.. 김진숙 지도위원,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원직 복직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매각을 앞둔 한진중공업 노동자에 대한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12월 30일 경남 양산 호포역에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도보 행진 6일째를 맞은 5일, 청도역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해고 노동자가 너무 많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이 답답해서 걷고 있다”고 말했다.

걸어서 청와대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여정에 나서며 김 지도위원은 1월 4일로 예정된 방사선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1981년 한국 최초 여성 선박 용접사로 한진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그는 1987년 입사 5년만에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다.

2011년 구조조정에 반대해 309일 동안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유일하게 복직에서 제외되면서 35년 동안 해고 노동자로 살았다.

2009년과 2020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 위원회가 김진숙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사 측이 29일 보낸 공문에서 ‘사실상 복직을 거부하며 보상금 문제를 거론’하고, ‘노조 내부 문제가 복직의 걸림돌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하며 “복직 자체를 기한으로 삼아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씨는 대구경북지역 노동사회단체 소속 활동가, 해고노동자와 함께 청도역에서 청도 이서면 팔조령 휴게소까지 걸었다. 6일과 7일, 대구지역을 통과해 8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추동나무 휴게소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9일부터 16일까지 경북 칠곡군 신동역(10일), 칠곡역(12일), 칠곡 보손보건진료소(13일), 김천시 남면우체국(14일), 김천역(15일), 김천 신촌 소공원(16일)에서 오전 11시에 도보 행진을 시작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건강 상태나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은 일부 변경될 수 있다. 



김진숙 동지가 문재인 대통령에 전하는 글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오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던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요.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또 한 사람은 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건, 운명이었을까요, 세월이었을까요.

배수진조차 없었던 노동의 자리, 기름기 하나 없는 몸뚱아리가 최후의 보루였던

김주익의 17주기가 며칠 전 지났습니다.

노동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노동자들.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습니다.

실습생이라는 노동자의 이름조차 지니지 못한 아이들이 죽고, 하루 스무시간의 노동 끝에 ‘나 너무 힘들어요’라는 카톡을 유언으로 남긴 택배 노동자가 죽고, 코로나 이후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죽고, 대우버스노동자가 짤리고, 아시아나케이오, 현중하청(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짤리고, 짤린 비정규직들은 수년 째 거리에 있습니다.

연애편지 한 통 써보지 못하고 저의 20대는 갔고, 대공분실에서, 경찰청 강력계에서, 감옥의 징벌방에서, 짓이겨진 몸뚱아리 붙잡고 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청춘이 가고, 항소이유서와 최후진술서, 어제 저녁을 같이 먹었던 사람의 추모사를 쓰며 세월이 다 갔습니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요.

그저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습니다.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합니까.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다.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

 

- 2020. 10. 20.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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