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0일부터 김진숙 동지가 아픈 것도 사치라며 부채 하나 달랑 들고 한진중공업 고용 없는 매각 반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복직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걷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고된 지 35년인 2020년은 정년퇴직을 하는 해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며 309일 동안 85호 크레인 농성을 하였지만, 김진숙 복직만은 안 된다는 사 측의 반대에 부딪혀 복직은 이뤄지지 못했다.

복직 없이 정년 없다며 복직 투쟁을 해오다 암이 재발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던 김진숙 동지는 정년을 앞두고 암 투병 중이면서도 복직 투쟁과 한진중공업 매각을 앞두고 고용 승계 없는 매각 반대 투쟁을 전개하였다.

2020년 김진숙 동지 복직을 위한 희망버스가 다시 한진중공업을 찾았고, 희망버스를 조직했던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해고자 박문진 동지 고공농성 때 친구 만나러 간다며 부채 하나 들고 대구까지 길을 걸었듯이 그는 청와대까지 매일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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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고용안정 없는 매각 반대’라고 적힌 부채를 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행진 출발 전 모자 끈을 묶고 있다. 사진=뉴스풀.

용접공으로 일할 때 고된 노동으로 등짝에 소금꽃이 피기도 했던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김진숙은 부산에서부터 청와대까지 걸어간다. 암이 재발하여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치료도 뒤로하고 오늘도 걷는다. 김진숙 동지 투쟁에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108배 연대를 하다 김진숙 동지 뒤를 따라 걸었다.

걷는 중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는 오히려 더 분노스럽게 만들었다. 5인 이하 사업장은 제외되는 등 누더기 법이 되어 계속 투쟁해야 하는 과제가 되어 버렸다.

김진숙은 86년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도 LG 트윈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은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가 되었다. 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노동자 생존권은 위협받고 있다.

김진숙 동지의 복직은 노동자들이 일할 권리,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중요한 투쟁이라고 생각되기에 함께 길을 걷는다.

걷다 보니 사람들이 “걸을만하냐, 무리하지 말라”고 걱정을 한다. 김진숙 동지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걷는 게 마음이 불편한지 오지 말라고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투쟁이 무리하지 않고 가능할까? 죽음을 각오한 투쟁을 한다고 늘 투쟁의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암 투병을 하면서 투쟁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는 김진숙 동지가 존경스럽다.

 

청도역 출발에 앞서 김진숙 동지와 함께. (가운데 김진숙 동지, 왼쪽 두 번째가 필자) 사진=뉴스풀.

함께 걸으며 노동자들이 존중받고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에 함께하는 것이 좋다. 이런 연결이 더 큰 흐름, 울림이 되어 무리한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 노동자가 길거리로 쫓겨나지 않고,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고, 차별이 없는 일상이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걷는다.

몇 년 만에 한파가 몰아닥쳐 때로는 살을 에는 바람을 가르며 걷기도 하지만, 천막도 없이 청와대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동지들을 떠올리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김진숙 동지의 걸음이 빨라 바짝 따라붙지 않으면 계속 늘어질 수밖에 없어 처음 걷는 사람들은 암 환자가 이렇게 빨리 걸어도 되는지 걱정한다. 그러나 더 추운 데서 단식농성을 하는 동지들을 떠올리면 김진숙 동지 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희망뚜벅이들은 김진숙 동지와 청와대까지 계속 걸어갈 것이다. 암 환자인 김진숙 동지가 우리 지역을 지나니 마음이 불편해서 걸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김진숙이고, 내가 김용균이고, 내가 전태일임을 기억하며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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