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요요현상”
[이 영화를 보라!] “요요현상”
  • 김상목
  • 승인 2021.01.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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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일’의 경계에 대한 물음, 세대 담론으로 확장되다

 

"요요현상" 영화 포스터 이미지

 

1. “요요”가 뭐길래

요요의 기원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놀이도구로 유사한 형태가 존재했다는 이야기와 필리핀 원주민의 사냥도구에서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팽팽하게 맞서지만, 일단 현재 “요요”라 불리는 명칭은 필리핀의 타갈로그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주인공 폴이 마왕과 졸개들에 맞서는 무기로 기억하는 이가 제법 될 테다. 또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와서 꽤 인기를 얻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코카콜라가 자사의 주력 탄산음료와 연계한 마케팅 전략으로 요요 붐을 일으킨다. 경제성장과 함께 ‘취미’라는 걸 향유하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에서 요요는 아이들이 즐기기에 부담이 적었고 현란한 묘기 경쟁으로 큰 인기를 얻는다.

1980년대 후반 출생한 세대에게 요요는 소수의 제한된 기호를 넘어서는 대중적 취미가 되었고, PC 통신과 인터넷의 보급은 이런 취미활동 정보교환이나 온라인 공간을 이용한 동호회 활동, 그리고 다시 오프라인으로 전환된 ‘정모’ 문화와 결합한다. 가족이나 학교, 지역으로 제한되던 기존의 사회적 관계를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모임과 동아리가 탄생한다. 어릴 적 또래 사이에서 어깨를 으쓱거리기 딱 좋았던 요요 또한 어느새 그런 ‘커뮤니티’들의 지속과 경쟁 속에서 “기예”의 영역에 포함될 정도로 규모와 수준이 높아진다. 개인 간의 경연이던 것이 종목이 나뉘고 기술이 고도화된다. 퍼포먼스가 접목된 ‘공연’ 형태로 진화하거나 보다 다채로운 묘기를 위해 ‘팀’ 구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요즘 ‘버스킹’이라 불리는 거리공연이나 플래시몹의 초창기가 바로 이 시절이기도 하다.

이들 요요 키드들 중에 2000년대 초반 쟁쟁한 명성을 날리며 서울 대학로 등에서 만나던 또래 소년들이 있었다. 퍼포먼스를 위해 이들은 “요요현상”이라는 팀을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주변의 압력과 생계를 위한 진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각자의 생각이 같을 순 없었기에 이들은 완전체로서 팀 활동을 크게 한판 벌이고자 영국의 유명 거리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기로 한다. 멤버 중 누군가가 다큐멘터리 감독인 지인에게 영상 촬영을 의뢰했고, 2011년 영국 공연 기록은 이후 확장되어 8년이 지난 2019년 장편 다큐멘터리 <요요현상>으로 완성된다.

 

2. 취미와 진로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들 이야기

 

"요요현상"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요요현상 스틸 이미지

영화가 시작된다. 자글자글한 자료 영상으로 90년대 초반 요요 열풍이 소개된다. 그 시기를 거쳐온 이들이라면 향수에 젖을 법한 순간이다. 곧이어 5명의 주인공이 간략하게 소개된다. 초반부터 이들의 현란한 요요 기예와 함께 그들이 겪는 당시 상황이 펼쳐진다.

카메라는 곧바로 작업의 출발인 2011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현장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각양각색의 거리공연 틈에서 “요요현상” 팀은 성공적인 공연을 펼치고 자축한다. 초반부터 현란하고 아기자기한 요요 퍼포먼스가 영화 안과 밖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요를 그저 곁에서 구경하던 이들이라면 아마 깜짝 놀랄 정도로 이 작은 도구가 선보일 수 있는 기술과 표현력은 예사롭지 않다. 영화 전체를 통틀더라도 시각적으로 가장 몰입도가 높은 부분이 영화 1/4 부분에서 빵빵 터져 나오는 격이다.

4명의 공연 멤버들 중 절반은 요요에 인생을 걸어보려 하고, 나머지 절반은 현실을 수용하려 한다. 공연에 함께 가지 못한 1명도 요요를 놓지 못한다. 너무 빠른 절정을 지나 이제 영화는 5명의 청년을 각기 조명하며 그들과 요요의 상호작용,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동 세대의 초상으로 담론을 확장한다. 감독의 카메라는 주인공을 캐릭터별로 분류하고 각자의 개성에 맞춰 이야기와 조합한다.

 

영화 요요현상 스틸 이미지

‘아이엠 빅맨’ 이대열 - 에든버러 공연을 마치고 요요에 인생을 걸어보려 결단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요요 테크닉과 공연 퍼포먼스를 접목한 형태로 다양한 무대에 도전한다.

‘프로 직진러’ 문현웅 - 5명 중 에든버러 공연을 다녀온 4인방은 2:2로 나뉘는데 문현웅은 이대열과 함께 2인조로 재편된 “요요현상”에 함께 하게 된다. 이대열이 안정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공연 생활에 장래를 걸고자 한다면 문현웅은 요요 기예에 탐닉하는 편이다. 오직 기술을 갈고닦아 요요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도전하고자 한다.

‘요요계의 백종원’ 윤종기 - 다른 멤버에 비해 조금 어린 연배인 윤종기는 개인 사정으로 영국 공연에 결합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게 자극이 된 나머지 팀이 아닌 개인 활동으로 요요를 통해 인생 도전 시도를 거듭해 나간다.

‘취미 포기자’ 곽동건 - 에든버러 공연 멤버 중 요요를 취미로 선택한 2인조 중 1인. 곽동건은 대학원에 진학한 후 방송국 기자가 된다. 그나마 대학원 시절엔 잠깐 짬을 내어 요요 연습도 해 보지만, 신입 기자가 된 후엔 취미로라도 요요를 만질 틈이 없다. 사회의 시선으론 가장 번듯한 길을 걷지만, 요요와는 가장 거리가 멀게 된 셈.

‘워라밸 마스터’ 이동훈 - 곽동건과 함께 긴 세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던 요요를 취미로 남겨두는 선택을 한다. 이벤트 회사에 취업한 이동훈 역시 사회 초년생으로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요요에 장래를 거는 결단을 한 이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고민 또한 많다. 이대열이 좋아하는 것에 인생을 거는 결단의 소유자라면, 이동훈은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측면이 더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렇게 개성과 진로가 선명하게 구분되면서 영화는 초반의 경쾌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삶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 각자가 가진 인생 고민은 물론, 동 세대의 집단적 체험으로의 보편 담론을 끌어내려 한다.

틈틈이 펼쳐지는 2인조 “요요현상”과 윤종기의 요요 퍼포먼스는 개별 주인공의 이야기 사이로 단락을 나누는 인서트 기능에 더 가깝다. ‘기예’ 측면에서 요요가 가지는 현란한 감각적 매력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영화가 늘어진다고 아쉬워할 법하다.

하지만 감독은 자기 또래 세대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전 세대의 거대 담론이 사라진 자리에서 동 세대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뇌하고 분투하는 지형도를 그려내려는 데 방점을 명백히 찍는다.

 

"요요현상"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요요현상 스틸 이미지

2인조 “요요현상”은 불안정한 조건에서 다양한 공연을 시도한다. 자신들이 선택한 진로가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선 번듯하게 성공하고 지속 가능함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다양한 서브-컬처 문화가 그저 비생산적인 한때의 여흥으로만 받아들여지는 전형처럼 이들이 그토록 애써 갈고닦고 실험하는 요요 기예는 유사한 거리공연 중에서도 대접이 과히 좋지 않다. 이대열과 문현웅은 좋은 콤비이지만 이들의 지향은 전혀 같지 않다. 서서히 “요요현상”의 해소가 가까워져 온다.

곽동건은 5명 중 가장 요요와 동떨어진 행보를 걷는다. 대신 ‘이명박근혜’ 시절이라 불리는 사회적 갈등의 한복판에 선다. 그의 직장은 과거 정권의 언론통제 시도라는 격랑에 휩쓸리고, 그의 전 세대가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던 것처럼 그 또한 노동조합 활동이나 파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생각에 잠긴다.

곽동건이 사회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고 조직적으로 참여하면서 고민하는 쪽이라면, 이동훈은 요즘 세대 전형에 더욱 가깝다. 그는 직장 생활에서 인정받고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부모에게서 뭘 크게 물려받거나 한 것 없이 온전히 자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적절히 적응하려 애쓴다. 영화 중간쯤에 그런 사회 초년생의 고단한 일상 묘사는 감독의 욕심이 더해져 설정 수준의 전형적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5명 다 요요를 개인적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 삽입되지만, 이동훈의 그것은 생업으로 요요를 택한 3인과 퍽 대조적인 느낌으로 구분된다.

윤종기는 다른 4명과 조금 다른 결로 표현되곤 한다. 그는 다른 고민 없이 그가 좋아하고 잘하는 요요에 미래를 걸기로 한다. 영화 내에서 이것저것 가장 다양하게 벌여보는 타입. 요요 관련 가게를 열고,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화제를 만들기 위해 방송국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지도를 높이려 애쓴다. 그가 입점한 서울 강남의 대규모 상가 가든파이브의 풍경이 덤으로 펼쳐지면서 이동훈과는 다른 결로 사회적 상황을 표현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과거 세대의 명분론적 고뇌와는 다른,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해볼 수 있는 건 ‘지르는’ 활동 방식이 그의 강점이자 정체성이라는 점을 카메라가 부각하려 애쓰는 느낌이다.

감독의 카메라는 5명의 행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픈 보편적 세대 담론의 구성에 걸맞게 배치한다. 취미와 생계를 위한 일을 결합한 둘(이대열, 문현웅)과 단호하게 분리한 둘(곽동건, 이동훈)의 구도, 여기에 요요 문화의 저변을 묘사하는 완충과 균형자 역할(윤종기)이 동서남북으로 각자 분량을 확보해 활약하는 식이다.

전자는 아직 다양한 형태의 서브-컬처 문화 활동을 그저 한때 취미로만 치부하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자립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 개인적으론 더 근본적인 고민 즉, 좋아서 하던 취미가 일이 되어버린 딜레마에 접근하는 통로로 기능한다. 요요와 이를 갖고 펼치는 기예의 성격을 어떻게 설정할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후자는 좋아하는 건 가슴 한구석에 새겨둔 채 보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려는 이들의 분투기이다. 요요와 멀어진 대신에 민주화운동 같은 전통적 사회 담론과 연결되는 신입 기자의 경험담과, 한국 사회에선 결코 소박할 수 없는 일과 취미 양립이라는 꿈을 조화해내려는 직장인의 고뇌에 찬 시간이 무게감 있게 펼쳐진다. 균형추이자 지금 현재의 요요 문화에 관한 배경 해설, 그리고 스타트 업이나 청년창업 같은 사회적 열풍 속에서 청년 자영업자가 겪는 현실적 고충들을 아기자기하게 펼쳐 진다. 감독은 그저 서브-컬처 분야로서 “요요현상”이 아닌 사회학적 고찰로 연결되는 풍경화를 그려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3. 속속 도착하는 세대 담론의 투영들

 

"요요현상"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요요현상 스틸 이미지

<요요현상>은 그저 아이들 재미 삼아 하던 장난감 놀이로 단정하기 일쑤이던 “요요”라는 존재가 기예의 영역에 도달하고, 이를 즐기고 누리던 이들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선에 닿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고민을 포착해냈다.

그 고민은 동 세대의 초상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캔버스 속에서 야심 찬 풍경화로 완성되었다. 물론 그러한 선택 때문에 좀 더 요요의 흥미로운 세계를 더 보고 싶었던 이들이라면 일말의 부족함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툭툭 선보이는 요요 경연의 무빙-이미지만 해도 어릴 적 추억으로 간직했던 요요를 부활시킬 정도는 충분하다.

영화는 기예의 영역, 독자적인 문화예술 혹은 ‘올림픽 종목’으로 요요가 인정되고 대접받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는 바로 지금 요요를 즐기는 청소년들을 피날레에 배치했다. 주인공들이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모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어떤 것’을 놓지 않고 떳떳하게 드러내기까지 좀 더 갈 길이 남았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소망한다. 친우들의 인생 궤적이 각기 숙성된 고민으로 별도의 행보를 걷게 되었음을 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고도 마치 서비스 컷처럼 공들여 구성한 장면이 있다.

좀 더 사회참여에 집중하는 곽동건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이 요요 경연 대회에서 각자 위치에서 같은 공간에 자리 잡은 마무리 부분의 편집은 감독 자신 또한 요요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불꽃으로 숨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래서 냉철한 사회파 영화로 보기엔 조금 부족해 보이고, 그렇다고 온전히 스포츠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가 가져오는 쾌감도 약할 수 있지만 그런 모든 것의 출발점, 어릴 적 요요에 대한 열정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초창기 RPG 게임 ‘일랜시아’를 놓지 않고 지키는 이용자들의 이야기 <내언니전지현과 나>와 요요에 청춘을 바친 이들이 주역인 <요요현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화제가 되고 극장에서 선보인다. 장르적 세부 묘사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주제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동 세대 감독들이 고민해 완성한 결과물이 속속 등장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비록 이전 산업화와 민주화 같은 거대 담론을 자기 세대의 성취로 내세우진 못하지만 앞 세대가 이뤄놓은 빛과 그림자의 영향 아래 있는 후속세대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시도는 이제 앞을 다퉈 도착할 것이다.

 


작품 정보

 

요요현상 Loop Dreams

한국, 다큐멘터리, 2019
2021. 01. 14. 개봉, 92분, 전체관람가

감독 고두현
제작 양주연
주연 곽동건, 문현웅, 윤종기, 이동훈, 이대열
배급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2회 부산청년영화제(2019) 초청(흑역사의 밤)
45회 서울독립영화제(2019) 초청(새로운 선택-장편)
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2020) 초청(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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