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는 인권이다
의료서비스는 인권이다
  • 김신애
  • 승인 2021.0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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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지역주민 건강권 보장받아야”

 

“의료서비스는 인권이다”(공혜정, 2018)를 읽고 눈물이 흘렀다. 논문은 1964년 미국 인권의료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을 중심으로 고찰한 내용이다. 인종 간 차별, 의료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서비스는 인권임을 주장하며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혔던 기록이다. 이렇게 공감되는 글이라니. ‘의료서비스는 인권’이라는 슬로건이 당시 미국의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의 의료접근성에 대한 지적이라면, 2021년 대한민국에선 지역 격차로 인한 불평등과 미충족 의료에 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시대가 흘러도 인권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기존 헌법에서는 제10조에서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4조에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짐을 천명하고 있다. 특별히 제36조에서는 “모든 국민이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가진다”와 같은 적극적인 표현을 피하고 ‘보건’, ‘보호’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헌법에서는 구체적으로 ‘건강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있고, 보건의료관련 법령 중 이를 명시하고 있는 것은 「보건의료기본법」이다.

신영전(2011). "사회권으로서의 건강권-지표개발 및 적용가능성을 중심으로." 상황과복지(32): 181-222.

 

건강권에서 개인이 속한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건강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평등하지 않다. 보건의료영역에서 평등이라는 것은 동일한 요구를 가진 집단이 동일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욕구가 더 큰 집단이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 연구들에서 질병 치료 중심의 정책이 빈곤, 저소득, 특정 계층에 불리한 정책임이 확인되었고, 불평등이 확인되었다. 최근 정책적으로 다루어야 할 시급함은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예방적 건강 활동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의 책임과 삶의 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보건의료영역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 몸 관리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오랜 기간 질병 중심 치료로 건강보험이 시행되었고 의료분야는 전문 인력들의 영역으로 구축되어 있어서 보건 의료분야에서 시민들의 요구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모든 영역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현재 만들어지는 모든 정책이 도시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반면, 지방자치 혹은 지방을 위한 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교통이 발전했으니 차를 타고 도시로 가서 치료받을 것’이라는 생각하에 1990년대 초반부터 농어촌 보건소는 예방, 관리 중심으로 기능이 전환되었고, 최근엔 마을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할 정도로 시설이나 기능이 전환된 곳도 있다. 결국, 필수진료조차 지역에선 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현재 차를 타면 3~4시간이면 서울 병원에 갈 수 있다. ‘가면 되지 뭐가 문제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중대 질병이 생기면 3차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급성 치료기 이후에 만성기, 일상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을 고민해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완성되고 그것이 진짜 건강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최근 “농촌·도시 건강실태 및 의료비용 효과 비교와 정책 과제(안석, 김남훈, 김유나, 2019)”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인데, 몇 개 단순 비교해보면 도시와 비교해서 종합병원이 농촌 8.9%에 불과하고 치과는 11.3%, 종합병원 병상 수는 도시와 비교해서 6.5%밖에 되지 않는다. 또 의사 절반이 수도권에 있고 농촌인 군 지역에 5.7%뿐이다.

치료 가능 상병, 주요 질환, 농촌, 도시 만성 질병, 유병률, 사망률 비교에서 순환기, 호흡기, 소화기, 비뇨기, 대사이상, 심장, 근골격계 등의 유병률과 사망률이 도시보다 농촌이 높다. 감염질환과 연령표준화한 ‘암’ 발생만이 도시가 농촌보다 높았지만, 사망률은 농촌이 높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2018)에 의하면 2011∼2015년 국내 중환자실 환자 115만 588명을 분석한 결과 인공호흡 중환자의 사망률은 전남(72.9%)과 경북(66.1%), 충북(62.2)으로 수도권(39%)과 큰 격차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또 영양군이 107.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료 가능 질환 사망률을 기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29.6명)보다 약 3.6배나 많은 환자가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음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경북일보-굿데이, 2019.6.19.). 보건복지부 국민 보건 의료실태조사(2019)에서 경북의 ‘치료 가능 사망률(Amenable mortality rate)’은 인구 10만 명당 78.3명(2015년 기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강원(80.7명)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사망률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으로서 통계를 보면 거의 허탈한 지경이다.

사는 지역에 따라서 건강권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제 지역 시민들과 정치인 모두 우리에게 적합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함이 분명해진다. 65세 이상 치매 발생률도 농어촌, 지역이 높은데 지원센터는 농어촌에 미설치 지역이 더 많다. 농촌주민의 의료비용 또한 더 높은데 그 이유는 상급병원인 도시로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망률은 도시보다 높아 의료비용의 효과성도 낮고 비용은 전적으로 개인 책임과 부담이 된다.

울진군과 인근 영덕군의 보건의료정책을 살펴보면 보건기관 시설 개선, 의료 장비를 보강할 계획이 있고,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행정이 움직이고 있다. 그 어디에도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2021년 새해 군수들의 신년사에는 코로나 대책을 관리하겠다는 이야기 외엔 공공보건의료 확충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의 농촌 보건의료 기본 정책은 의료 불평등 해소보다는 평균을 향상하는 정책을 추진하여(강희정, 2019)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소홀했다. 인구 천 명당 병상 수, 자체충족률, 중증도 환자 사망률을 보건 의료서비스 지표로 추진한 정책 결과는 병상 수와 지역의료 간 상관관계가 낮거나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따라서 권역별 병원, 병상 수를 확충하는 것이 농어촌 의료서비스 보장과 거리가 먼 정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질병 관리 중심인 건강생활지원센터 또한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농촌은 불과 10개소로 보건의료서비스의 양적, 질적 수준에서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의료 인력 확충과 관련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의료진 수급에 지자체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는 건강 형평성을 통한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이동지원, 의료진 공공대학 설립 장기적 방안,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 정책 제안, 지방의회 인식이 필요하다. 어린이 등 취약계층 중심 진료가 아닌 중증 의료 골든타임 접근 보장과 필요의료 서비스 전 국민 제공으로 정책 방향 설정하여 기본권으로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몇 가지 현실성 있는 제도를 제안하면, 보건소나 보건지소를 이용한 재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해본다. 노령화와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재활의 필요성은 높아지나 농어촌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보건의료서비스 확충이 단순히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충족 의료 욕구를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또 3차 병원으로 후송되거나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할 경우 이동지원도 당연히 지원받아야 한다.

 

글 _ 김신애 울진사회정책연구소장

 


<참고 자료>

농촌·도시 건강실태 및 의료비용 효과 비교와 정책 과제(안석, 김남훈, 김유나, 2019)

의료서비스는 인권이다(공혜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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