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도록 이어져 온 SRF 소각시설 반대,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하겠다는 의지 보여



‘김천SRF소각시설반대 범시민연대’는 지난 1월 11일부터 5일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으며, 16일 오후에는 차량 집회를 가졌다.

 

11일 시청에서 1인 시위하는 시민
       ▲ 11일, 시청에서 1인 시위하는 시민

16일 김천에너지서비스(석탄열병합발전소) 정문에서 출발한 차량은 SRF 소각장 부지에서 마무리하였다.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참여한 차량은 50여 대였다. 차 문을 열고 잘 안 들리는 소리에 맞추어 경적을 울리며 업체에게 소각시설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출발지가 김천에너지서비스인 이유는 이 공장이 SRF 소각시설 업체와 에너지 공급 사전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김천에너지서비스는 인근 공단에 공급하는 스팀이 부족하지도 않은 데다가 C사가 SRF 소각시설에 대한 인허가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C사와 공급 계약을 사전에 한 것이다. 지역 사회 대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으로서 기업 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범시민연대에서는 항변하고 있다.

 

16일 김천에너지서비스 앞에서 차량시위하기 전
▲16일, 김천에너지서비스 앞에서 차량 시위하기 전
SRF소각시설 부지에서 열린 차량시위 마무리 집회
▲ SRF소각시설 부지에서 열린 차량시위 마무리 집회
SRF소각시설 부지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
▲ SRF 소각시설 부지에서 열린 차량시위 마무리 집회

 

SRF 소각시설 반대 운동 과정

SRF(solid refuse fuel, 고형폐기물 연료)란 생활폐기물, 폐합성수지(플라스틱, 폐비닐), 폐고무, 폐타이어 등 썩지 않지만 불에 타는 쓰레기를 선별, 파쇄, 건조 과정을 통해 고형화한 후 태워 전기나 스팀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소각로에서 연소에 의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유해 물질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형태만 바꾸는 것이다. 즉, 고형폐기물 속에 있는 금속, 유기화합물 등의 유해 물질이 가스 상태로 변화되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소각장은 다른 오염원보다 오염물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김용대, 고형연료제품의 사용과 인체 건강, 2019.12.5. 김천소각장 주민설명회) 유해 물질로는 우리 귀에 익숙한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이 있다.

김천에서 고형폐기물 소각장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8월에 환경실천연합 김천시지회 이름으로 소각장 시설 반대 현수막이 걸리면서부터이다.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먼저 반응했다.

 

표에 보면 가장 가까운 신음동뿐만 아니라 남서풍이 불면 지좌동, 덕곡동, 혁신도시인 율곡동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이곳은 김천에서는 비교적 젊은이들이 많이 살고 있고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많은 곳이라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수다쟁이 김천맘카페’ 회원들이 8월 20일 SRF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김천이 분지 지역이라는 특성으로 내부에서 생긴 미세먼지나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경북은 물론 전국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수치 비교 자료2018년 4월 21일 경북 VS 2016년 9월 15일
▲ 미세먼지 수치 비교 자료2018년 4월 21일 경북 VS 2016년 9월 15일

미세먼지 대응과 저감 대책을 시에 요구한 것이 며칠 되지 않았는데 “만약 SRF 시설에 대한 허가가 내려지면 하루 400여 톤이나 되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쓰레기를 잘라 만든 고형폐기물연료(SRF)를 태우는 소각시설이 생기게 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시에서는 “아직 신청서가 들어오지 않아” 자신들은 모른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10월 7일, 김 모 씨가 대표로 있는 C사가 율곡동에서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이 문제는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일 시민들의 입장은 저지되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당시 기사에서는 공통으로 C사는 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폐기물 소각시설이 아니라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폐합성수지류 등으로 한정된 재료를 사용,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된 품질기준을 준수하는 고형연료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사용하는 시설이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10월 10일 김천 대신동 주민을 주축으로 한 고형폐기물소각장반대 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는 시청 기자실 앞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대책위는 “도심에서 김천 전 지역으로 무색무취 맹독성 다이옥신, 환경호르몬을 뿜어내며 집단 암과 병을 유발하는 고형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반대했다.

 

행정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새로운 국면 접어들어

김천시 의회에서도 11월 14일에 거리 제한을 두는 조례를 개정했다. 고형연료 제품을 사용하거나 산림바이오매스를 사용하는 경우 “5호 이상 집단 취락,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지, 정온시설(공공시설, 학교, 병원 등을 말한다)부지로부터 직선거리 1,000미터 안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비슷한 시기 건립하고자 했던 구성바이오매스 발전소는 신청을 취소했으나, C사는 김천시가 개정된 조례를 근거로 SRF 건축 변경허가신청을 불허하자 작년에 행정소송(건축 변경허가 신청 거부처분 취소 청구)을 하고, 이와 별도로 김천시(시장 김충섭)와 시민 2인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 행정소송에서 C사가 승소하자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천시가 항소하기를 촉구했고, 시에서도 항소하여 손배소송과 더불어 진행 중이다.

작년 10월 23일 김천시의회(의장 이우청) 임시회에서는 신음동 박영록 시의원이 발의한 “환경오염과 대기유해 물질 발생으로 인체에 유해하고,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SRF 시설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대책위는 SRF 소각장 건립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곳이 여주, 나주를 포함해서 전국에 8곳 정도 있으며, 그 대다수 소송 원고 측 변호를 김앤장에서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전국과 연대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김천 어느 동 단위가 아니라 전체 환경 문제라는 생각에 신음동을 중심으로 한 25개 단체가 연대하여 김천SRF소각시설반대 범시민연대(이하 범시민연대)라 이름을 고쳐 뭉쳤다.

10월 31일 범시민연대는 1인 시위나 전단지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차량 시위를 통해 김천시와 시민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고 소각장 건설을 폐기할 것을 업체에 촉구했다.

올 1월 16일 열린 집회는 해가 바뀌어서도 시민들의 반대 운동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위이기도 했다.

 

왜 SRF 소각장 시설 때문에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는가?

1999년부터 실시된 소각장을 이용한 폐기물 처리 정책은 처음에는 신고제로 운영되어 김천에서도 농공단지 내 D사 제1공장이 2017년 쉽게 허가를 받아 폐합성수지류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전기발전산업 허가는 취득하지 못한 채였다고 업체 측은 밝히고 있다.

2019년 전국적으로 SRF에 대한 민원이 많아지자 환경오염 및 인체 유해성을 인정하여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 신고에서 허가제로 바뀌었다. 더구나 점차 수도권 공장들이 지방으로 옮겨지면서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졌다.

D사로부터 폐기물 재활용 권리 의무를 승계한 C사는 하루 300~400톤 규모의 연료를 사용하여 스팀을 생산하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면 김천 외 다른 곳에서 폐기물을 사들여 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백성옥(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기 환경 중 장기간 저농도 노출로 인한 독성이 우려되는 물질 중 일반적으로 대기환경기준이 설정된 기준성 오염물질과 구분되는 유해대기오염물질을 설명하면서 이는 “단기간 평균농도보다는 장기간 평균농도가 주요 이슈가 된다”(특정대기유해물질의 환경 보건학적 중요성, 2019.11.16. 김천 시민간담회)고 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공장을 지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했으나, 이제는 그에 따르는 환경이나 건강 문제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김용대(충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미세먼지만이 문제가 아니고 유해 물질에 의한 건강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러나 “소각장 주변 역학조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유해 물질의 종류가 다양해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조사의 한계를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소각장 시설을 민간 기업이 아닌 국가가 하는 것이 훨씬 주민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며, 전 국민이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청 현관에는 경북환경대상 수상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지향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환경과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삶이 되기를
       ▲ ‘이제는 환경과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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