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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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노동자들이 하늘 위로 오른다. 이것은 어제의 일이 아니며 지금, 여기의 일이다. 그들이 발 딛고 있는 지상에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으므로 내일도 오를 것이다.

 

2003년 6월 11일, ‘85호 크레인’으로 김주익이 올랐다. 얼마 뒤 그 맞은편 도크 위로 곽재규가 올랐다. 시간을 거꾸로 뛰어넘어, 백골단에게 시신마저 갈취당한 박창수의 사인은 ‘단순 추락사’였다. 그렇게 올라간 이들은 살아서 내려오지 못했다.

 

2011년 1월 6일 새벽 3시, 한 여성노동자가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35세의 최강서가 158억 원이라는 손해배상 가압류에 목이 졸린 것은 그 뒤의 일이다. 김진숙, 다시 ‘85호 크레인’에 오른 그 여성노동자는 약속대로 살아 내려왔다. 309일 만의 일이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은 노동자들의 무덤이다. 사 측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선 이들의 망루이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 조선소 여성 용접공 출신이자 36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님은 이제, 한진중공업의 투기자본 매각 반대와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청와대로 오르고 있다.

 

그 사이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공행진을 실시간으로 봐야 했다.

타임라인의 바깥, 현관문을 열고 나선 이곳에는 그러나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엊그제 멀리서 나의 동료가 간절한 호소를 전해왔다. 청와대 앞에서 그의 복직을 위해 노동자들이 30일 넘게 단식농성 중이라는데, 25일 월요일 오늘, 한 끼 또는 하루 단식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외장하드에는 2011년 2월의 사진이 남겨져 있다. 아니, 멈추어있다.

폴더 안 사진들이 치열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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