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자 문제적 인간의 초상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 포스터 이미지

1. 우리는 일론 머스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론 머스크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혹자는 세계 부자 순위 1, 2위를 다투는 거부로, 또는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상징으로,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혹은 민간 우주선 프로젝트 스페이스-X를 바로 머릿속에서 호출할 것이다. 온라인 검색만 해 봐도 무수히 많은 기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누구냐고 물으면 단박에 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 부자 순위에서 일론 머스크와 자웅을 겨루는 이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의 CEO 제프 베조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주 래리 페이지가 있지만 그중에도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위에서 열거한 그의 라이벌 중에 이공 계열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 출신이 적지 않지만, 일론 머스크의 차별점이라면 지금도 현역 엔지니어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그의 기업들은 대부분 실적 상 수익을 내지 못함에도 모험적 아이디어로 투자를 유치해 부를 쌓아 올린다. 마치 현대판 봉이 김선달 같은 그의 행적을 중간 결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마침 국내 공개되었다.


2.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이 전하는 이야기


1) 일론 머스크가 출연하지 않는 전기 영화?

일론 머스크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정작 일론 머스크는 출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는 쉴 틈 없이 화면에 등장한다. 아카이브로 수집한 자료화면들이다. 워낙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인 유명 인사이다 보니 관찰자 시선에서 일론 머스크는 부족함 없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새는 노릇이다. 이 상황을 영화는 어떻게 돌파하려는 걸까?

대신 영화는 일론 머스크의 주변 지인과 그를 지켜보고 연구해온 전문가들을 통해 ‘일론 머스크란 누구인가?’ 형상화를 시도한다. 비록 일론 머스크가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홍보담당자나 지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각 분야 기자들이 출연해 그의 행적을 브리핑한다. 영화 홍보자료에 등장하는 세계의 정치사회 지도자들 또한 낚시에 가깝지만, 영화 후반에 드러나듯 주인공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동반자 혹은 설득 대상으로 충분히 활용되는 편이다.

 

영화 <일론 머스크 : 리얼 아이언맨> 스틸 이미지

2) 단지 성공신화만은 아닌: 성장 배경

일론 머스크는 1971년, 이제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가 정점이던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저명한 엔지니어, 어머니는 패션모델인 유명 인사 커플이었지만, 그가 어릴 적에 이혼했다. 형제자매 중 첫째인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을 택했으나 부자 사이는 좋지 않았다. (현재도 부자 관계는 복원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이공 계통의 두뇌와 적성은 제대로 물려받았다. 청소년기 일론 머스크는 혼자 따로 놀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공학 실험에 몰두하는 아이였고, 학교폭력으로 입원하는 등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그의 연설이나 브리핑에서 간혹 발견되는 어눌한 발음은 이 후유증이라 한다) 방황 속에서도 13살에 상업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공터에서 로켓 실험을 하는 등 비범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국 유학을 시작한다. 고생 끝에 명문대 입학이 결정된 상태에서 실리콘밸리로 취업을 택한다. 그때부터 전설이 시작된다.


3) 구르는 돌처럼: 실패를 겁내지 않는 모험가

1995년에 사업의 길에 뛰어든 일론 머스크는 온라인 전화번호부를 이용한 홍보 모델을 개발해 1천만 달러를 번다. 20대 중반에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곧바로 수익을 몽땅 털어 두 번째 창업을 시도한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몽상에 가깝던 온라인 금융 결제 통합 서비스를 “페이팔” 창업을 통해 실현하고, 2억 달러가 넘는 부를 쌓는다. 그는 은퇴는커녕, 새로운 모험에 달려든다.

그다음부터가 우리가 아는 일론 머스크의 시간이다. 완전 전기 주행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며 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창업한다. 전기차 아이디어는 사회적 문제와 기술적 난제가 워낙 컸기에 수십 년에 걸쳐 번번이 실패로 끝나왔었다. (2006년에 나온 다큐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에 관련 스토리가 정리되어 있다) 기술적으로는 전기 충전의 경제성이 화석연료보다 낮다는 문제가, 사회적으론 기존 거대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자동차 시장 진입을 막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는 기후변화 등 환경 의제가 주목받게 된 상황을 활용해 기존 자동차 산업의 반발을 억누르는 데 성공한다. 기술적 숙제는 공학도 다운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한다. 일론 머스크는 경제성의 핵심으로 배터리 분야에 주목한다. 그는 태양광 배터리를 비롯하여 그린 에너지 공급을 주 사업으로 ‘솔라시티’를 창업해 효율성 높은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테슬라는 원천기술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해 현재 업계 1위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의 교통-물류 분야 도전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새롭게 창업을 주도한 ‘보링 컴퍼니’는 도시 교외 생활권에서 도심지로 자동차 기반 출퇴근이 일상화되다 보니 체증이 심각한 미국의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지하 터널을 통해 초고속으로 자율주행 차량에 승객을 싣고 이동시키는 프로젝트로 영화 속에서는 시카고 등의 대도시와 추진 협약을 맺는 등 구체적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4) 미래를 제시하는 예언자: 우주개발을 위해 돈을 벌다

여기까지면 딱 모험적 사업가 성공담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차별점이라면, 자신이 꿈꾸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돈을 벌려는 점이다. 그의 가장 근본 수단은 ‘스페이스-X’라고 영화 속 관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지금까지 초강대국의 국위 선양을 위한 투자로 이뤄지던 분야에 최초로 민간기업이 뛰어든다. 우주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종합적 기술이 요구되기에 언뜻 민간기업이 진출하기에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

 

영화 <일론 머스크 : 리얼 아이언맨> 스틸 이미지

일론 머스크는 또다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로켓을 일회용으로만 쓰니 소모적이라 보고, 몇 차례 실패 끝에 로켓 재활용 기술이 끝내 결실을 본다. NASA에서 수주를 따내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인원과 물자 운송이라는 우주 택배업을 선점한다. 하지만 이 정돈 그의 구상에서 시작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는 ‘새턴 5호’를 능가하는 고성능 로켓을 만들어 화성에 영구적으로 인간이 거주 가능한 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스타십’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우주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중이다.


3. ‘리얼 아이언맨’의 명과 암


1) 기업가를 넘어선 시대정신의 구현자인가?

일론 머스크는 친환경 그린에너지 관련 산업을 선도함은 물론, 시대 변화를 전망하고 산업 혁신을 제시하며 사상가적 면모를 보일 때가 많다. 그가 주도한 프로젝트들은 미래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관성이 있다. 그런 과정의 반복으로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사로 스스로를 어필하는 중이다. 자기 포장에도 능하지만, 상당 부분은 진정성도 느껴진다.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 벌이는 AI 인공지능 미래에 대한 논쟁이다. 저커버그 등 대부분 인사들이 낙관적 전망을 밝히는데 비해 일론 머스크는 AI가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을 때 통제될 수 있는지 우려를 표하며 토론을 활발하게 이어간다. 논쟁의 당사자로서 말로만 그치지 않고 ‘뉴럴링크’나 ‘OpenAI’ 같은 인간과 AI의 융합 같은 프로젝트 연구에 실제로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우주개발 또한 인류가 지구에 의존할 게 아니라 복수의 근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그의 사업 구상은 기초부터 정치사회적 프레임 하에 출발한다. 그런 면모가 <아이언맨> 시리즈의 백만장자 토니 스타크를 구상하는데 기초가 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이 영화 제목도 거기에서 나온 것.


2)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들

초창기부터 일론 머스크는 프로젝트를 구현해낼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고 함께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1달러 프로젝트’라는 일화가 있다. 그는 자기가 벌어들인 돈을 삼등분해 테슬라와 솔라시티, 스페이스-X에 투자하기 전 1달간 하루 1달러만 식비로 쓰며 파산할 경우에 대비했다고 한다. 그렇게 일 중독으로 살다 보니 직원들 또한 그렇게 일하기를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한다. 영화에선 그런 면모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자료화면에서 보이듯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나 세계 유수의 국가 지도자들과 친분을 쌓는 데 열심이다. 심지어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도널드 트럼프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사생활 부분 언급도 대부분 일론 머스크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된다.

작품 방향성이 명확하기에 일론 머스크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별도로 찾아봐야 한다. 70여 분 동안 펼쳐지는 그의 일대기가 흥미롭지만 구성 면에서는 딱 전기 영화의 전형적인 전개에 그치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지금까지 피상적으로만 접해왔던 이들에게는 하나의 조감도를 제시한다. 그저 성공신화만이 아니라 근저에 깔린 비전과 철학이 궁금한 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 속 인터뷰어가 말하듯, 암울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가끔 긍정적인 전망도 보고 싶을 때 <일론 머스크 : 리얼 아이어맨>은 제법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KT olleh TV와 SK BTV에서 2월 4일부터 관람 가능

 


작품 정보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 Elon Musk: The Real Life Iron Man


다큐멘터리, 영국, 2018

2021.2.4. 개봉, 74분, 전체관람가


감독 소니아 앤더슨

출연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아베 신조,

리처드 브랜슨, 아널드 슈워제네거, 탈룰라 라일리

수입/배급 마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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