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21일 ‘공간1692’ 개소식이 열렸다. ⓒ김연주

김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공간1692’(김천시 농성면 용시길 169-2) 개소식이 20일과 21일 열렸다.

공간1692는 김천교육너머와 전교조김천지회, 식생활교육김천네트워크, 김천로컬푸드협동조합 등 4개 단체가 함께 만들었다. 앞으로 각 단체 사무공간과 카페, 친환경농산물 매장으로 운영한다.

이동욱 김천교육너머 대표는 “김천 진보 운동의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네 개 단체가 한데 모여 함께 해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보수적인 김천지역에서 진보단체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간1692는 김천교육너머 회원이 건물을 무상임대하고, 4개 단체가 리모델링 비용을 공동 부담했다.

강미현 식생활교육김천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독립된 지역 단체들이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고, 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식생활교육네트워크가 경북 12개 시군에 결성되어 있다. 개소식을 계기로 식생활교육이 알려지고 강사풀이 확대되길 바란다. 먹거리는 생명 유지뿐만 아니라 건강·환경·농업의 문제라는 인식이 지역 단체를 중심으로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연주
개소식이 열린 21일, 김천교육너머 이동욱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영록 사무국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현판을 제작한 김종인 전 전교조김천지회장(사진 왼쪽)에게 감사 선물을 전했다. ⓒ김연주

공간1692에 입주한 단체의 현판은 1989년 해직교사로 전교조김천지회 출범에 참여한 김종인 전 전교조김천지회장이 직접 만들었다.

개소식을 찾은 김관수 전교조김천지회장은 “전교조가 법내 노조가 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노동권, 교권 강연회를 준비 중”이라며 “지역에서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유기적으로 활동을 함께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인사이동으로 객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선배들 덕분에 지역 사업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 입지가 좁아졌던 시간이 있었으니까, 그동안 활동가들이 많이 없었는데 올해는 지회 운영위원도 많이 늘었다. 선배들의 지원이 지회가 새롭게 시작할 바탕이 된다, 그런 점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연주
공간1692 카페 ⓒ김연주
ⓒ김연주

이날 개소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수칙 이행이 가능하도록 20일, 21일 이틀 동안 진행됐다.

김천로컬푸드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이재호 씨는 “로컬푸드는 소비자, 생산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회원 모임을 열고, 생산자 물건 판매도 할 것”이라며 “공간1692가 김천시 활동 단체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4개 단체가 시작이다, 여기서 잘 돼서 나갔으면 한다”고 바램을 전했다.

 

김종인 전 전교조김천지회장

“1989년 전교조 창립 멤버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고, 그러면서 복직해서 교단에서 삼십몇 년 있다가 퇴직했다. 전교조 합법화가 되니까 노조 사무실을 구할 때 정부가 지원한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이 계속 불법으로 있다가 비합법을 거치면서 지역에서 사무실 운영이 너무 힘들었다. 세를 줘야 하고. 그래서 김천전교조 사무실을 YMCA 2층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열 번 가까이 이사했다. 제대로 된 현판 하나 없이, 현수막이나 유리창 선팅으로 노조 이름을 걸기도 했다. 지역에서 전교조 활동이 어렵다.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더 그랬고. 탄압받다 보니까 현판 하나 간직하기도 어려웠다. 활동이 점점 쇠락해져 왔다, 회원도 줄고.

이번에 사무실을 공동으로 마련한다니까 이동욱 대표가 간판을 부탁했다. 누구나 전교조 사무실에 오거나 지나가거나 했을 때 간판이 전교조를 알리는 하나의 얼굴이라 생각했다. 서각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솜씨는 없지만, 김천 전교조가 잘 발전하기를 기원하면서 간판을 팠다.”

 


김영록 김천교육너머 사무국장

“우리 공간이 생겼다, 그런 느낌이다.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든든하고 뿌듯하다. 모일 수 있고, 어떤 일이나 소식을 나누는 터전 역할을 하길 바란다. 공간을 내어주신 분께 고맙다.

공간1692는 원래 ‘떴다방’ 부동산 가건물이 반짝 있다가 문 닫은 건물이었다. 예전에는 좀 멀리 사무실이 있었다. 무얼 하든 편하게 모일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한 느낌이다. 물품은 거의 다 당근마켓이나 중고가게에서 구입했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모임을 하며 차 한 잔 나누길 바라며 카페같이 꾸몄다. 회원 개개인들도 편히 와서 정 나누고 자유롭게 쓰길 바란다. 그래서 조명도 형광등이 아닌 저런 거로 달고. 조립식 건물이었는데 외관이나 문에도 신경 썼다.

요즘 제일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이 있어야 생각이 있고, 생각이 모여서 사업도 있다. 옛날에는 모임도 많이 하고, 사랑방 같은 곳도 있었다. 요즘은 SNS를 많이 하면서 직접 만남도 줄었다. 코로나로 만남이 더 줄었다.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더 절실하다.

커다란 기획을 하기 보다 작은 일을 해도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고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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