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노동을 찾아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허진 씨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노동을 찾아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허진 씨 이야기
  • 김용식
  • 승인 2021.03.15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진 씨는 인권교육과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협업 강사다.

협업 강사란 장애인 당사자 강사와 비장애인 강사가 협업으로 ‘인권교육 또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허진 씨가 협업 강사를 하게 된 계기는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었다. 2019년 경주시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이 함께 인권교육을 하는 협업강사단 양성 교육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그룹을 이뤄 인권 기본 교육을 받고,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본 교육을 마치고 강의 교안 작성, 강의 시연 등을 거쳐 인권교육 강사 양성 과정 수료증을 받았다.

인권교육 강사단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과 지역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발달장애인 인권강사단 ‘다르미’를 만들고 교육 활동에 나섰다.

 

인권교육 강사가 되다

공통 교안 작성을 위해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각각의 교육 요청에 맞춰 비장애인 강사와 함께 교안을 수정 보완하고 미리 연습도 해서 강의에 나갔다. 비장애인 초등학교, 장애인 거주시설 등 여러 곳에서 협업 강사들과 함께 강의했다.

“처음 교육에 나가서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협업 강사분이 애를 많이 태웠어요. 그런데 교육을 계속하니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더라구요. 강사 활동을 몇 개월 더 하고 나니까 내 얘기를 안 듣고 딴짓을 하는 사람도 보여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자신감도 생겼어요”

허진 씨는 인권교육 강사로 강의 활동을 하던 중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담당할 장애인 당사자를 선발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경주시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자기소개서와 주장할 내용을 프리젠테이션으로 준비하여 발표했다. 면접이 진행됐고, 10여 일 후 합격 통지를 받아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등록했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혼자 하는 것인가 해서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도 강사단 오리엔테이션에서 비장애인 강사와 협업 진행이 원칙이라 해서 안심이 됐어요.”

 

경주 사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 중인 허진 씨
경주시 모 기관에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는 허진 씨.

이때부터 인권교육 협업 강사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협업 강사로 한주에 2회, 3회는 기본이고 많게는 5회, 6회 강의를 나갔다.

교육을 나갈 때마다 1회 1시간을 기준으로 20만 원이 책정됐고, 장애인 강사와 비장애인 강사에게 각각 10만 원씩 지급됐다.

“이렇게 일을 하니 한 달에 수입이 꽤 많을 때도 있었지만, 교육 요청이 계속 있는 것도 아니고, 수당도 퇴직금도 없다고 해 아쉬움도 컸어요.”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로 강의 요청이 끊겨 수입이 없어지면서 많은 강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사람들 앞에 서서 내 주장을 말할 수 있고, 들어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 그동안 일한 것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코로나19가 끝나고, 장애인 당사자 협업 강사들의 처우도 좋아진다면 인권 강사 활동과 직장 내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만 활동하고 싶다는 희망도 놓지 않고 있다.

허진 씨는 협업 강사 활동을 하는 필자에게 “코로나19가 끝나고 인권교육과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다시 시작되면 꼭 협업 강사로 같이 나가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받다

허진 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중순 장애인정보화협회 경주시지회에서 장애인 정보화 상담사로 일을 시작했다.

장애인정보화협회는 정보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화 교육도 하고, 정보화 기기 수리도 하는 곳이다.

그가 맡은 업무는 컴퓨터 등 정보화 기기를 수리하려는 사람들의 신청서 접수, 정보화 교육에 오시는 분들의 기록 정리, 간단한 문서작업과 문서 수발신 등이다.

장애인정보화협회에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최저임금의 월급을 받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장애인 일자리에서 일했는데, 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았다.

“지금 하는 일은 4대 보험과 연차휴가에 퇴직금도 보장돼요. 그동안 했던 일보다는 만족도가 높아요. 빨리 일을 배워 계속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혼자 일을 배워가고 있지만,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신청하여 근로지원인과 함께 일을 했다. 일을 시작하고도 뭘 할지 몰랐는데, 근로지원인이 업무를 직접 챙겨줘서 쉽게 일 처리를 해왔다. 하지만, 일을 깊게 배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꿈을 자주 꿔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어른(?)들하고만 일하다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지회장님, 컴퓨터 등 정보화 기기를 담당하는 분, 시청에서 일반형 일자리로 나와 계시는 분과 함께 4명이 일을 한다.

허진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주의 한 장애인센터에서 2년을 있었고, 경주시 황성동 주민센터, 교통장애인협회 교통안전 체험장 등에서 장애인 일자리로 계속 일을 해왔다.

하지만, 월급은 50만 원이 채 되지 않았고, 4대 보험과 퇴직금조차 없었다. 2년이 되면 무조건 일을 그만두라고 해, 경력이 쌓이지도 않았다.

“일을 배울 만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 갈 만하면 왜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어요. 규정이 그러니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왜 그런 규정을 만들었는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요.”

허진 씨는 지금까지 장애인 일자리, 협업 인권 강사,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정보화 상담사 등의 일을 해오면서 받은 돈 전체를 어머니에게 드리고 용돈을 받아쓰고 있다. 집의 형편이 좋지 않아 적은 돈이라도 집에 보태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동생이 군에서 제대를 하면서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집의 형편이 나아지고, 돈을 조금이라도 모으게 되면 혼자만의 여행을 가보는 것이 꿈이에요. 학교를 졸업하고 6년이 되었지만, 친구들과 시내 나가서 노는 것 외에 한 번도 혼자만의 여행을 못 해 봤어요.”

허진 씨는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조용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면 일이 힘들어도 참을 만하다며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권교육 협업강사와 한 해를 마무리하며 토크쇼에 참여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인권교육 협업 강사와 토크쇼에 참여했다.

 


□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협업 강사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협업 강사란 장애인 당사자 강사와 비장애인 강사가 협업하여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2019년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지원 사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강사가 협업하여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서 시작됐다.

협업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실시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강의 교안 작성과 강의 시연을 통과해야 한다.

□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5조의 2에 근거하여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2018년 5월부터 법정 의무교육이 되었으며, 모든 사업체의 노동자와 사업주들이 꼭 들어야 하는 교육을 말한다.

인식개선 교육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직장 내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려 하는 것이며, 모든 사업체의 노동자와 사업주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연간 1회, 1시간 이상 들어야 한다.

교육의 내용은 ▷ 장애의 정의 및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 ▷직장 내 장애인의 인권,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정당한 편의 제공,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과 관련된 법과 제도, ▷그 밖에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 근로지원인 서비스 제도

장애인 당사자가 취업한 곳에서 핵심 업무수행 능력은 보유하고 있으나 장애로 인하여 부수적인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근로자 근로지원인 지원 사업’으로 사업체의 중증장애인 고용을 유도하고 장애인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북도 경산시 박물관로1길 6 재경빌딩 203호
  • 대표전화 : 053-811-5115
  • 팩스 : 053-813-5116
  • 광고문의 : 053-811-5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주
  • 법인명 : 협동조합 경북미디어센터
  • 제호 : 뉴스풀
  • 등록번호 : 경북 아00279
  • 등록일 : 2013-10-07
  • 발행일 : 2013-10-07
  • 발행인 : 이전락
  • 편집인 : 김동창
  • 뉴스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뉴스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pool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