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있는 영덕은 면적 741.06k㎡, 인구는 3만 6300여 명으로 ‘대게’가 유명한 지역이다. 하지만 영덕에서는 ‘방폐장’ 문제로 1989년과 2003년 두 차례 대규모 반대 투쟁이 있었고,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신청’과 2012년 ‘천지원전 예정 구역 지정 고시 신청’으로 인해 2015년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 투표를 시행하는 등 에너지 정책의 고비마다 갈등을 겪은 곳이다. 그리고 기후 위기-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구호 한편에서 현재에도 그 고통과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산자부는 영덕군 전체 11개소 172기의 풍력발전사업을 허가했다. 발전량 약 538MW, 사업면적 7.321 k㎡, 조성 사업비 1조 3천억 규모이다. 영덕군 전체 면적의 1%를 이용하여 16,099명의 고용효과 발생이라는 산술적 수치만 보면, 풍력발전은 대단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여기에 주민참여형의 직접적 지원(월 가구당 20만 지급)이 더해지면 압도적 찬성의 여론이 형성된다.

하지만 풍력발전의 ‘효율성’을 이유로, 풍속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500m씩 이격하려면 폭 6m, 길이 86km의 도로를 산 정상에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엄청난 면적의 산림 훼손과 생태계 단절이란 환경적 문제를 일으킨다.

탄소 배출로 인한 이상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시대의 ‘환경적 가치’가 지역의 ‘환경적 가치’와 대립하는 것이 영덕의 현실이다. 3년 연속 계속되는 태풍 피해와 40일에 걸친 장마를 보면서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재생에너지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풍력발전사업의 적극적 지지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흔히들 재생에너지를 기존의 화석에너지와 비교하여 정의로운 에너지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풍력발전사업에서 지역주민들은 기존 발전원과 비교해 풍력발전이 전혀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발전 과정에 대량의 수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대규모 발전원의 입지가 해안에 있었듯이, 해안을 끼고 있어서 안정적 풍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풍력발전의 유력한 후보지로 주목받은 결과가 172기 풍력발전 허가이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라는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영덕은 산업과 도시의 전원 공급처 지위를 여전히 강요받고 있다.

2012년 지역 발전의 논리로 사업 대상 지역주민 399명의 동의를 거쳐 천지원전 유치 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사고는 핵에너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었다. 2015년 민간주도의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 투표’에 유권자의 60.3%가 참여해 반대 91.7%를 보여주었고, 이로써 핵발전소 유치 추진이 지역주민의 의사 반영 없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영덕 풍력단지 건설 반대 활동을 하는 주민들. 사진=영덕풍력발전1.2단지반대공동대책위원회

현재 172기의 풍력발전 허가 역시 지역의 환경성과 주민참여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정의롭다 할 수 없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주민 수용성 재고를 위해 주민참여형을 통한 이익공유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제시한 주민참여형은 해당 지역주민에 대한 ‘현금 배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거지와 이격 거리 공공성이 사라진, 사익 추구에 기초한 찬성 여론 형성에 이용되고 있다. 기존 발전업자의 개발 이익에 REC 지원금이 더해져 지역갈등을 더욱 키운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현재 영덕은 지난 30년간 형성된 ‘지역개발 대 지역 지키기’라는 대립점이 개인과 마을의 이해에 따라 찬성·반대 여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화석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의 단순한 대체가 아닌 정의로운 에너지, 기후 위기 극복의 대안적 에너지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의 내용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발전원의 원가만 반영한 전기 가격에서 환경적 비용을 포함한 현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정책이 기후 위기에 의한 사회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적극적·자발적 참여를 위한 공익성에 기초한 주민참여형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탄소배출권의 직접적 거래를 위한 한전의 독점적 전력 시장이 개방되어야 한다.

넷째, 재생에너지로 구성된 전력 거래 시장의 정착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를 퇴출하고, 석탄·화력 발전 위주 공기업의 탄소 배출을 유지시켜 주는 ‘총괄원가 보상제’를 개혁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갈등과 고통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요구에서 지역 발전과 상생의 영덕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글 _ 김억남 포항환경운동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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