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혜당학교비상대책위, 17일 혜당학교 인권유린 사태 규탄 기자회견
“단순 사고나 과실 아닌 학대”…철저한 진상 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 촉구



사립 특수학교 ‘구미혜당학교’의 재학생이 의식불명 상태로 4개월째 입원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사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학대 정황이 뚜렷한데도 진상 규명 없이 사태가 방치되고 있다”며 수사·교육당국을 모두 비판했다.

‘구미혜당학교 인권유린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7일 오후 1시, 구미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미혜당학교 사태의 진상 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7일 ‘구미혜당학교 인권유린 사태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구미혜당학교비상대책위

지난해 11월 18일, 구미혜당학교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적장애인 A 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호송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혜당학교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졌다. 입원 당시 A 씨의 몸 곳곳에 찢어지고 멍든 자국과 함께 다리에 끈으로 묶어둔 흔적이 발견되며 학대로 인한 피해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멍석말이(체육용 매트로 몸을 돌돌 마는 것) 상태에서 다른 학생이 올라탄 것을 봤다’는 A 씨 동생의 진술이 드러나면서 학대 의혹이 짙어졌다.

A 씨는 사건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사건은 담임 교사 및 학교법인에 대하여 각각 ▲과실치상 및 장애인복지법위반과 ▲장애인복지법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A 씨의 부모와 비대위는 ‘과실이 아닌 명백한 학대’라며 수사기관의 판단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 씨의 아버지는 “이 사건은 과실치상이 아니라 상해 사건이다. 스스로 쓰러지거나 다친 것이 아닌, 교사가 멍석말이를 하고 그 위에 다른 학생이 올라타도록 방치하면서 심정지에서 뇌사로 이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라 분노했다.

또한 “오늘은 사건이 발생한 지 딱 120일 된 날이다. 사건 당일 아들이 아침에 웃으며 엄마와 인사를 하고 학교에 갔다. 오후에 다쳐서 병원에 갔다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아이는 의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죽을죄를 지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담임 교사, 학교 모두 말을 바꿔 스스로 넘어져 다쳤다고 한다. 누구도 용서가 안된다”며, “교육청, 학교, 경찰, 모든 관계 기관들이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자 경북장애인부모회 구미시지부장은 “통합학교나 일반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내 자녀가 사람답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들이 학교를 믿고 보냈는데,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고 규탄했다. 이어 “부모는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인데, 학교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답도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학교의 태도가 분노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특수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종한 비대위 대표는 “동네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내 자녀를 특수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공교육이 책임지지 않아 사립 특수학교에 보내져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되는 교육현장,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더이상 특수학교 한 곳으로 학생들을 몰아넣고 방치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예경 경북장애인부모회 회장 역시 특수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배 회장은 “내 자녀가 집 앞에 있는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그 간절한 마음으로 전국의 부모님들이 보여서 교육권 투쟁을 했다”며 발언을 열었다.

배 회장은 “학교에서 무사히 잘 지내고 졸업하고자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담보로 학교는 사건·사고를 덮으려고만 한다. 층마다 장애인 화장실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도 없는 학교가 무슨 학교냐”며 규탄했다. 이어 “학교 같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우리 힘으로 폐쇄시켜야 한다”고 발언했다.

기자회견 직후 비대위 대표단과 구미교육지원청 교육장 및 경북교육청 장학사 등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대표단은 “혜당학교 사태는 학대가 아니고서는 해명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혜당학교 내 인권침해가 만연해왔음을 인정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특수학교 인권실태에 대한 성찰 없이 특수학교 설립을 대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비대위 대표단이 구미교육지원청 및 경북교육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구미혜당학교비상대책위

경북교육청 측은 “비인권적인 행동 중재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개별화 교육 및 특수교육계획에 인권적인 중재 원칙과 관련 방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진상 규명에 노력을 다하고 진행 상황을 피해자 가족분들께 수시로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비대위는 기자회견 당일 구미경찰서를 방문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지역구 국회의원인 구자근 의원을 만나 혜당학교 사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 비대위 측은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이는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도 세울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구미혜당학교 내 일상적인 인권유린과 학교·교육 당국의 방치가 초래한 결과다. 진상 규명과 특수교육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피해 학생 및 가족들과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구미혜당학교는 피해학생에게 사죄하라’, ‘교육·수사당국은 철저히 수사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구미혜당학교비상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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