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미나리”
[이 영화를 보라!] “미나리”
  • 김상목
  • 승인 2021.03.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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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계 이민자의 미국 정착기



1_1. <미나리>는 어떻게 분류되어야 하는가?

 

"미나리"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미나리> 스틸 이미지

<미나리>가 연일 화제다. ‘역주행’이라는 용어가 근래 신조어로 정착 중인데, 3월 초에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의 권위 있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과 함께,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쾌거를 이뤘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수 후보로 올라 또 다른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흥행에서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국내 언론과 방송 매체에서는 <기생충>에 이어 올해도 한국 영화가 연패할지 모른다며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화제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어느새 <미나리>는 국위선양의 상징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나리>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어 대사가 많이 나오는 미국 영화다. 감독 또한 한국계이지만 엄연히 미국에서 태어나 활동해 왔고, 제작 또한 미국 회사에서 이뤄졌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세대의 과거 정착 과정과 그 전후 상황에서 ‘한국형 가족’이 영화 속에서 발휘하는 면모의 정교한 재현에 있다. 즉, 익숙한 세계를 떠나 낯선 세계에 정착하려 악전고투하던 이들이 겪어야 했던 개별적 삶이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하나의 보편적 경향을 재현해 내는지 흥미롭게 관찰하는 게 <미나리>의 매력과 효용이다. 엉뚱한 ‘애국-민족영화’ 열풍보다는 그 지점에 주목하는 게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미나리" 영화 포스터 이미지
영화 <미나리> 스틸 이미지

1_2. 감독의 자전적 체험이 정교하게 직조되다

 

감독은 <미나리>가 자신과 가족의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978년생 감독은 영화 속 시간대인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신보수주의를 주도한 레이건 행정부 아래에서 대다수의 한국인 이민자들이 정착한 서부 캘리포니아가 아닌, 미국에서도 시골 동네인 중남부 아칸소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영화 속에서 가족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제이콥처럼 감독의 아버지도 병아리 감별사로 노동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아마 아들인 데이빗이 감독의 어린 시절 모습일 테다.

감독은 소규모 독립영화로 경력을 쌓아 왔지만 큰 기회를 얻지는 못하고 미국 대학 한국 캠퍼스 교수로 부임할 생각을 하던 중 마지막 영화라 생각하고 반드시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2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작업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저예산 상업영화 수준인 제작비에 오랫동안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와 배우들, 극도로 단순화된 배경으로 미국 내에선 정말 소규모 독립영화 규모이지만 탄탄한 실력과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 전개의 고효율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미나리"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미나리> 스틸 이미지

 

2_1. 아시아 계열 미국 이민의 역사

미국은 (원주민을 몰아내고) 이민자에 의해 탄생한 나라다. 즉 이 초강대국의 기원은 이민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민자들이 고난 끝에 약속의 땅에 정착하는 과정은 곧 ‘아메리칸드림’의 정수이며 건국 역사 그 자체인 셈이다. 최초로 영국의 청교도들이 도착했고 본토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계가 뒤를 이었다.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이 끌려와 정착했고, 영토 확장 과정에서 편입된 남부의 방대한 멕시코 영토에선 히스패닉이 유입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중부 유럽계가 그다음, 이후 이탈리아 등 남유럽 계열, 폴란드 등 동유럽 계열과 유럽 내 영원한 소수민족이던 유태인이 속속 도착한다. 인도계와 중국·일본계 또한 다양한 이유로 미국에 상륙한다. 이런 연속된 이민 과정에서 융합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선 이민 집단은 후속 집단을 경쟁상대로 간주하거나 적대감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그런 충돌은 최근 아시아 계열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 속출로 드러난 것처럼 현재진행형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미국 이민은 남북전쟁 후 흑인 노예의 대타로 도입된 셈이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동아시아계 노동자들은 하와이 왕국이 미국에 합병되면서 미국 시민이 되었고, 미국의 서부 개척 시기 대륙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저임금 건설 노동력으로 ‘쿨리’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중국계 이주노동자들이 대량 유입된다. 서구화와 경제개발에도 불구하고 좁은 땅에 인구는 넘쳐나던 일본에서도 이민 열풍이 줄을 잇는다. 이들 다수가 태평양을 건너면 도착하는 서부 해안지역 캘리포니아 주변에 대거 들이닥친다.

당시 제3세계를 식민지로 간주하던 미국 사회에선 이런 동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대거 유입이 격심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황화론’이 대두된다. 결국, 동아시아 이민자를 제한하는 쿼터 제도가 도입될 지경에 이른다. 한국계 이민자들은 일제강점기 전후 일본계의 이민 붐에 낀 형태로 ‘기회의 땅’ 미국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20세기 전반의 한국계 이민 역사는 도산 안창호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운동과도 연관된다.

본격적인 대규모 이민은 한국전쟁 이후 20세기 후반에 이뤄진다. 한국에 대한 개입과 영향력이 극도로 높아진 미국에 전쟁고아 해외 입양의 상당수가 몰리고 1962년 이민법 관련 개정이 이뤄지면서 아시아계 이민이 폭증한다. 한국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매년 2만에서 3만의 한국 출신 이민자들이 문을 두드린다. (이 시기에 필리핀이나 베트남 계열도 대규모로 유입된다) 영화 속 가족 또한 이 시절에 미국에 도착한 것으로 설정된다.

인도계, 동남아시아계, 동북아시아계 뭉뚱그려 미국 내에선 ‘아시안’이라 불리지만 사실 개별 국가로 나뉜 이들 집단의 동질성은 그리 강하지 않다. 20세기 후반 이후 가장 급속도로 불어나는 이민 집단인 이들에 대한 미국 사회 내 인식은 법을 잘 지키고 교육열이 높으며 성실히 일하는 부류다. 그래서 초창기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소득 수준이나 전문직 진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백인 주류는 여전한 차별의식을 내재함에도 쓸모 있는 소수자로, 빈곤층 백인과 히스패닉, 흑인 계열은 일자리 등 입지에서 경쟁자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이민 1세대들은 유색인종 거주구역에서 작은 슈퍼나 세탁소를 운영하며 자수성가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빈곤한 타 민족 집단은 자신들에게 돈은 벌어가면서 무시하거나 경계한다는 이유로 적대적 감정을 표하기도 한다. 이런 인종 갈등에 경험이 없고 백인을 우대하는 경향이 짙었던 교포들과의 불화는 1991년 재미교포 두순자의 15살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 살해 사건과 이듬해 LA 폭동이란 불상사로 드러난 바 있다.

 

영화 <미나리> 스틸 이미지

2_2. <미나리>에서 묘사되는 한국계 이민자들

 

국내에서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한국인 가족의 애환’ 스토리로 포장되는 데 반해 영화 속 한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묘사는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가족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제이콥은 대개 정착지로 선호되는 캘리포니아에서 10년간 일했지만, 굳이 한국인이 드문 아칸소로 이주를 결심한다. 자신들보다 먼저 정착한 한국인 커뮤니티의 폐쇄성과 동포들의 몰인정에 질렸다는 식의 말투가 영화 내내 툭툭 튀어나온다. 아내인 모니카(한예리)가 아칸소에서 맞벌이로 일하는 병아리 감별소에서 그녀를 맞이한 한국계 이민자 또한 ‘여기까지 온 이들은 다 사연이 있어서’라고 말한다.

초창기 해외 이민 역사에서 커뮤니티의 중심지가 된 한인교회에 대한 언급도 부정적이다. 모니카는 열성 신자이지만 제이콥은 캘리포니아 시절 어지간히 데인 게 많은 것처럼 보인다. 마지못해 동네의 미국 교회에 나가 보지만 모니카 또한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정보나 말동무 찾기에 더 비중을 둔 듯 보인다. 타민족 집단과의 대립만이 아닌, 같은 한국계 내에서도 정착의 선후 순서, 그리고 ‘작은 사회’ 결속에 따른 서열과 차별이 엄연히 존재함을 영화는 미화하지 않고 종종 냉소적으로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가족이 새 터전으로 삼은 농장에서 시작하는 사업은 한국계 마트나 식당에 그들이 고향에서 먹던 한국 야채를 납품하는 것이다. 다수의 이민자 커뮤니티가 일정한 구역 내에서 규모를 형성하면 순환 경제가 발생하게 마련인데 (차이나타운이 대표적 사례다) 제이콥 또한 그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교민 사회의 폐쇄성은 거부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분야를 개척하려는 시도다. 어렵게 빚을 내가며 재배한 야채 납품은 번번이 계약 파기 등 횡포에 시련을 겪는다. 최소한의 사업적 관계 외에 오히려 가족은 교민 커뮤니티와는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3_1. 한국적 가족 + 이민자 애환이 성공적 결합되다

미국 사회와 문화는 이민자 가족의 노력과 애환 이야기를 선호한다.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보수적 정서+역사적 정당성을 받쳐주는 이민자 성공담이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소재를 다룬 영화는 차고 넘친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서부 땅따먹기 승부 <파 앤 어웨이>나 아시아계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자매애를 다룬 <조이 럭 클럽> 같은 영화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미나리>가 비슷비슷한 영화들 가운데 유독 주목받는 것은 그런 보편적 주제에 한국적 가족 드라마 정수가 성공적으로 결합한, 경계인의 시선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완성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미나리> 속 가족은 기묘한 요소들의 결합이다.

 

*아버지 = 전형적 가부장

*어머니 = 전형적 억척 엄마

*딸 = 일찍 철든 엄마의 대행

*아들 = 가부장 주니어, 악동

*(외)할머니 = 억척 엄마 전형과 예외 사이

이 설정은 그대로 현대사에서 수많은 갈등과 분란을 가져온 한국형 가족의 전형이다. <미나리>는 각자 개별 주체들의 단점을 억지로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이 원초적 혈연 공동체의 저력과 미덕을 설득력 있게 끄집어내 진열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초반 (알고 보면 집터에 ‘마’가 끼었다고 누구나 꺼려 할 사연이 숨어 있는) 낯선 땅에 도착하자마자 토네이도의 공포에 떨면서 일어나는 부부 싸움은 딱 강박적으로 가족 부양에 쫓겨 성취를 증명하려는 한국형 가부장과 그에 맞서는 아내의 혈투 그 자체다. 아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그들 고유의 대응을 한다. 먹고살기 위해 심신이 지쳐 있다 보니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가정 내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불화가 있었음에도 관성적으로 일단 끼니때가 되면 별일 없었던 것처럼 밥상을 차리고 같이 밥을 먹던 이전 세대 우리네 가족 풍경이 영화에선 깨알처럼 섬세하게 재현된다.

맞벌이 때문에 (특히 아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 아이 돌봄을 위해 가족은 외할머니(윤여정)를 불러온다. 궁여지책으로 모셔온 할머니는 그러나 이민 2세대인 손자 손녀들과 극심한 문화 충돌을 겪는다. 이런 세대 갈등이 어떻게 비 온 뒤 땅 굳어지듯 고립무원의 낯선 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견뎌내는 가족의 결속으로 이어지는가를 관찰하고 확인하는 게 <미나리> 감상의 핵심이다.

 

"미나리"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미나리> 스틸 이미지

3_2. 정교한 상징과 암시로 구현된 장치들

 

제목인 <미나리>는 그 자체로 영화의 주제를 상징하는 스포일러다.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도 억척스럽게 생존하려는 가족의 분투는 곧 외래종인 미나리가 미국 아칸소 개울가에서 자리 잡는 서사와 연결된다. (가물치 같은 한국 토착 어종이 미국 하천 생태계를 석권했다는 소식은 흔히 문화적 코드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이와 대척점을 이루는, 가족이 미국 이민 초반에 생계를 해결하게 된 일자리인 병아리 감별은 곧 미국 사회가 이민자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은유한다.

이들 신규 이민자들은 그 자체로 환대 받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들의 쓸모와 미국 사회 주류에 대한 충성을 증명해야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민 1세대는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개인의 노력을 통한 성공을 강하게 믿으며, 그들을 받아들여 준 미국이란 국가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를 (최소한 겉으로는) 취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가족 또한 어떻게든 미국 사회에 편입되려 애쓰는 노력과 한인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가족 내 풍경이 겹쳐지는 면모를 자주 드러낸다.

영화에서 ‘물’은 이민자 가족이 이국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이다. <미나리>에서는 시작과 끝부분에 (실제로는 비과학적이고 전혀 의미가 없다는) “다우징 로드” 방법으로 수맥 찾기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자기 경험에만 의존하던 제이콥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 위기를 겪은 후 현지 주민들의 지혜를 수용하는 변화는 결국 새로운 고향에 정착해 토착화되어가려는 의지를 대변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가족이 캘리포니아의 코리아타운을 벗어나 아칸소까지 흘러왔을 때는 민족적 정체성과 고향에 대한 기억을 계승할지언정 미국에서 뿌리내리겠다는 단호함이 뒷받침되었을 테고, 미나리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물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미나리"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미나리> 스틸 이미지

<미나리> 속에서 ‘불’은 위기와 정화의 상징이다. 토지를 얻기 위해 도시와는 한참 떨어져 마치 서부 개척 시대 포장마차처럼 외떨어진 가족의 컨테이너 거처는 쓰레기를 수거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늘 이 가족은 드럼통에 쓰레기를 태운다. 물이 귀한 건조한 아칸소 초원에서 불씨 관리는 늘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소소한 장치는 나중에 알고 보면 영화의 극적 전개에서 결정적 반전을 위한 숨은 패다. 성경에서 물과 불은 징벌과 정화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듯, 영화에서도 그렇다. 불은 이 가족에게 큰 시련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의 결속력은 오히려 강화된다. 이 지점에서 지금 미국 내 영화제를 휩쓸며 (글을 쓰는 시점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나 수상만 33회에 이른 할머니 역 윤여정 배우의 관록과 연기력이 폭발한다.

<미나리>는 무척 잘 만들어진 정교한 영화이지만, 익숙한 이민 가족 소재라 영화의 후반까지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시련과 갈등, 화해가 반복 구간으로 연속된다는 느낌이 좀 있었다. 괜찮은 영화지만 그렇게 새롭지는 않구나 정도의 소감이랄까. 그러나 불의 파괴와 물의 재생으로 연속되는 최후반부 마지막 한 방이 준비되어 있다. 가족의 작은 물질적 성공과 그 과정에서 오히려 불거지는 정신적 파국을 송두리째 휩쓸어 삼켜버리는 결정적 위기와 수난은 정화의 카타르시스로 해소되고 그 극점을 상징하는 윤여정 배우의 연기는 이 세상 할머니란 존재에서 군더더기 다 빼낸 순수한 결정체처럼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그 순간 지금껏 흩어져 있던 영화 속 여러 부속장치가 헤쳐 모여 하며 퍼즐이 뚝딱 조립되듯 완성된다. 마법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결정적 찰나에 가부장제, 성차별, 허례허식, 위선, 가식 같은 불순물들을 모조리 덜어내고 “가족”이라는 집단, 원초적 혈연에 기반을 둔 인류 최초의 공동체가 온전한 형태를 드러낸다. 그리고 모든 재난에도 끝내 살아남는다. 요즘 영화처럼 관객에게 실시간으로 상황 설명을 해주려는 태도가 아니라 감독이 예술가로서 확고한 전망과 시야로 영화라는 캔버스에 포석을 둔 형상이 마지막에 완성되는 고전 영화 문법에 충실한 이런 결말은 ‘클래식’의 미덕을 제대로 구현해낸다.

 

"미나리"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미나리> 감독과 배우 이미지

4. 마치며

 

저예산에 소소한 규모와 작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임에도 감독의 어떤 픽션보다 더 극적인 자전적 체험과 함께, 배우 한 명 한 명이 고유의 역할에 녹아들어 펼치는 열연, 그리고 효과적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암시와 장치들이 정교한 융단처럼 직조된 <미나리>는 가장 익숙한 소재 중 하나인 가족 드라마에 사회와 역사의 순간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멋들어진 재해석이 돋보인다.

<미나리>는 근래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혐오가 팽배한 미국 내 문제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타건 안 타건 우리 현대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미국이란 국가와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이주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교포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데 크게 도움 되는 작품으로 오래 회자될 만하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최루나 신파에 의존하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나눌만한 영화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작품 정보

 

미나리 Minari

미국, 드라마, 2020

2021.3.3. 개봉, 115분, 12세관람가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킴, 노엘 케이트 조, 윤여정, 윌 패튼

2020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신인배우상, 외국어영화상

2020 워싱턴비평가협회상 아역연기상, 여우조연상

2020 미국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영화 톱10

2020 LA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

2020 보스턴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2020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미국 극영화, 관객상-미국 극영화

2021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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