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모든 것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흐른다. 봄처럼 바쁘게 시간은 흘러가고 향기로운 매화와 산수유 노란 별들을 달고 제멋대로 뻗어 위로 삐죽 솟아올랐다. 아이 머리를 깎이듯 웃자란 나뭇가지들을 잘라내었다. 잘린 가지에 붙은 꽃잎이 아까워 잎을 따 작은 통에 담아 얼렸다. 올해는 정다운 손님과 매화차를 맛보게 되리라.

3월 24일, 비 온 뒤 우북하게 자란 쑥을 뜯어 쑥국을 끓일 겨를도 없이. 온막리 집 벽들이 허물어졌다. 공사 첫 삽을 뜨던 날, 아파트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을 보러 오겠다고. 지난 3개월 동안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 않더니 놀랍게도 바로 그날 누군가 집을 보러 왔고 그다음 날에 온 사람이 바로 집을 사겠다고 했다. 그리 쉽게 계약이 되었다. 봄이 왔기 때문일까?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시절이라. 순리대로 흐르도록 두었더니 그렇게 이루어져 간다.

 

ⓒ이은주

집을 짓는 일에도 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집 짓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집을 짓는 일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수많은 변수가 있고 결정해야 할 것들이 수백 가지이기 때문이다. 집을 짓다가 돈을 떼이거나 공사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이야기…. 그런 말들은 의심을 일으킨다. 집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 더 그렇고 잘하자고 들면 공사비도 한정이 없다.

그래서 집을 짓는 사람은 시공업자와 여러모로 갈등이 일어나고 마음 앓이를 하게 된다. 상호 소통과 신뢰가 없으면, 집주인도 집을 짓는 이도 믿음에 금이 가고 상심하게 되고 몸이 상하기도 하는가 보다. 사람 잘 믿고 태평하기로 유명한 나도 하 선생님도 마음이 무너졌다 일어났다 했다. 서로 신뢰하며 소통하며 정성을 다할 때, 무사히 집은 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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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막 소도’, ‘하냥’, ‘그냥’, ‘마냥’, ‘반야’. 공간의 이름을 지었다. 소도는 삼한시대 천신에게 제사를 지낸 신성 지역을 말한다. 신성, 생명력을 회복하는 공간, 치유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치유가 이루어지는 홀을 ‘온막 소도’라 지었다. 부엌과 거실 공간 ‘하냥’은 ‘함께’라는 우리말이다. 사무실로 쓸 온돌방 ‘그냥’은 ‘있는 그대로’, 하샘방 ‘마냥’은 ‘마음껏’ 누리기를, 별채 ‘반야’는 ‘지혜’의 공간이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지었다. 함께 있는 그대로 마음껏 누리며, 지혜와 자비로 생명력을 회복하고 영적인 성장을 이루어가는 곳이기를 기원하며.

 

- 3월 31일.

 

글 / 이은주 (65년 성주 생, 동화작가, 여성주의 사이코드라마티스트, 이은주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경산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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