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노동을 찾아서] “나에게 노동은 투쟁” 장우근 씨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노동을 찾아서] “나에게 노동은 투쟁” 장우근 씨 이야기
  • 박재희
  • 승인 2021.04.02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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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근 씨는 올해 1월 2일부터 ‘포항바이오파크’에서 일하고 있다. 포항바이오파크는 사회복지법인 선아랑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는 장애인 근로작업장으로,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설립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녹차, 커피와 같은 차와 건강기능식품 등의 제품이 생산·판매되고 있다.

우근 씨는 작년까지 경북피플퍼스트위원회에서 자조모임과 사업진행을 담당하는 팀장이었다. ‘경북피플퍼스트위원회’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자조모임을 꾸리고 주도적으로 권리옹호 활동을 하는 단체다.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는 동안, 장애인인권 이슈와 관련된 기자회견 현장에서 종종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우근 씨는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 집회에 참여하고, 차별 사건을 다룬 기사들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곤 했다. 지난해 말, 피플퍼스트위원회 계약이 종료되고 오랜만에 만난 그로부터 새로운 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중인 장우근님
인터뷰 중인 장우근 씨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포항바이오파크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중에서도 근로사업장에 해당하는 곳으로, 전체 종사자 80여명 정도 규모의 사업장이다. 직업재활시설은 현행법상 ‘장애인 복지시설’로 분류되며, 시설의 운영비와 종사자 인건비를 국가에서 지원한다. 이 중 근로사업장은 장애인복지법상 “직업능력은 있으나 이동 및 접근성이나 사회적 제약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며,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는 곳을 말한다.

포항바이오파크는 제품을 생산하는 1공장과 사무를 처리하는 2공장이 있다. 이 중 우근 씨는 1공장 지하 1층 작업장에서 제품에 불량이 없는지 검사해 포장하는 일을 한다. 하루 일과는 동료들과 출근 인사를 나누며 시작된다. 작업복을 입고, 헤어캡과 마스크를 쓴 채로 작업준비를 마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2층과 3층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내려오면 테이블에 앉아 불량이나 무게를 검수하고 포장을 마쳐 박스에 담는다.

같은 층 작업장에는 10여명의 장애인노동자들이 팀처럼 일을 한다. 그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비장애인 직원들은 주로 전체 공정을 관리하며 같이 일한다고 했다. 다른 층에도 장애인분들이 많이 일하시는지 물으니 꽤 많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포항바이오파크는 보건복지부 지정한 중증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으로,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9명의 장애인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힘든 것은 없어요. 포장 작업하면서 손이 빨라지게 되고, 형들과 누나들, 친구들도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새로운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색하지 않았어요. 선생님들이 저한테 많이 가르쳐주셔서 차분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장우근 씨는 지금 하는 일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일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특히 회사에 들어서면 녹차와 커피 향이 가득해 좋다며, 자신의 손을 거쳐 완성된 녹차 제품을 인터뷰 틈틈이 홍보했다. 


“정규직이 되면 좋겠어요”

우근씨가 포항바이오파크 면접에 응시하게 된 것은 평소 알고 지냈던 지인을 통해 장애인일자리 모집 정보를 듣고 나서다. 지난해 12월 우근 씨는 포항시에 장애인일자리 참여를 신청한 후  포항바이오파크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했다.

우근씨는 포항바이오파크에서 일하고 있지만, 실제 그의 취직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일자리 사업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중 우근 씨는 주 20시간의 시간제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원칙적으로 2년 이상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우근 씨 역시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매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를 하고, 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을 갖는다. 매월 일한 내용을 근무일지에 적어서 회사에 내면, 복지일자리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포항시에 제출한다. 회사에는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로 들어온 분도 계시다고 했다. 일자리 참여자뿐만 아니라 ‘훈련생’이라 불리는 생산직 실습생도 있는데, 이들은 똑같은 일을 하지만 월급은 받지 않는다. 1일 1만 원의 훈련수당을 받으며 최소 3개월의 실습기간 동안 직무평가를 통과하면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고용 형태는 다르지만) 하는 일은 모두 같아요. 제 월급은 포항시에서 나와요. 지금은 시간제인데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정규직이 꼭 되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되면 좋겠네요. 안되면 어쩔 수 없고.......”

그는 기회가 된다면 정규직이 되고 싶다며, 포항시가 일하는 장애인에게 정규직과 안정적인 월급을 제대로 보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활동가로서 첫발을 뗀 ‘경북피플퍼스트위원회’

“피플퍼스트는 2019년 즈음에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와서 10월부터 시작했거든요. 피플퍼스트대회도 하고, 전국 대회도 하고 기자회견하는 게 재밌었어요.”

우근 씨는 경북피플퍼스트위원회를 ‘활동가로서 첫 직장’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장애인차별문제에 대응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시간들이 각별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원래는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피플퍼스트 지역 모임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피플퍼스트 팀장으로 일을 할 때는 경북 각 지역에 있는 자조모임 운영을 지원하고, 경북피플퍼스트대회를 준비했다. 지난해에는 ‘2020년 노래로 함께하는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회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그가 피플퍼스트에서의 활동을 설명할 때마다 이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지난해 말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퇴직한 그에게 아쉬움이 없는지 물으니,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예산 집행은 계속 줄고 해야 할 서류는 복잡하니까, 선생님들도 힘들고 저도 힘들었어요. 계속하고 싶었는데 예산도 전담인력도 없으니 회의에서 그만하기로 결정했어요. 아쉬운 것도 없고, 그냥 후련하네요.”

우근 씨는 국가보조금으로 집행되는 사업의 특성상, 증빙에 요구되는 각종 서류작성이 버거웠다고 고백했다. 이에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복잡한 사무행정 업무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장애인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했다. 근로지원인을 통해 직무에 필요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서류작성이나 예산 확인 등 일을 배우고 직접 수행할 경험이 줄어든 듯해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할 게 없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특히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었죠.”

우근 씨는 작년 한 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피플퍼스트대회가 취소된 것이 가장 속상하다며,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작년에는 진행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1년 동안 자신을 도와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지역 자조모임마다 전화를 해 사업을 안내하고 설명할 때면 실수도 많고 코로나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도 있었는데, 옆에서 조력해 준 사람들이 있어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고 했다.


나에게 노동은 ‘투쟁’

우근 씨는 이전의 직장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는 피플퍼스트에서 일하기 전에 요양병원에서 일하며 환자 이송과 병원업무를 도왔다.

“요양병원 재활팀에서 일을 했는데, 환장 이송을 돕다가 차별을 많이 받았어요. 점심때는 일을 끝나고 나오면 다들 나가서 없고 혼자 먹었죠.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회사에 팀을 바꿔 달라고 했었어요.”

우근 씨가 무엇보다 힘들었던 시간은 바로 회식시간이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장애인이라 술을 못 먹게 했다며 왜 그랬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왜 술을 못 먹게 하는지 묻자, “장애인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근 씨는 회식 자리에 같이 술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며 속으로만 삼켰다고 했다.

1년 10개월 동안 일한 직장에서 그만뒀을 때는 후련했다며, 막상 일을 그만두니 “왜 그만뒀느냐, 아쉽다”는 말을 들었다고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우근 씨는 자신에게 노동은 ‘투쟁’과 같다고 했다. 노동도 투쟁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 차별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활동할 생각이라며, 틈틈이 지역 현안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도 나가고, 회의도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일은 다 좋은데, 포항시나 경상북도가 우리 회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회사 바로 옆이 길가인데, 근로자들이 박스를 들고 찻길로 나가요. 차가 휙 지나가고 위험할 수도 있는데. 엘리베이터도 고장 날 것 같고, 지진 나고 보수를 했는데도 잘 안될 때가 있어요. 일하는 장애인들이 안전할 수 있게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보수를 하거나 깨끗한 공장을 지어주면 좋겠어요.”

끝으로 우근 씨는 인터뷰를 접할 독자들에게 세 가지만 꼭 말하고 싶다며 인사를 남겼다.

“코로나19가 빨리 끝날 수 있게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 포항바이오파크에서 녹차나 커피를 만들고 있는데 홍보를 하고 싶어요. 저희 제품 많이 사랑해주시고 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차별과 폭행, 언어폭력을 하지 말아 주세요. 장애인들이 자율적으로 살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월급도 많이 줬으면 좋겠구요. 서로 건강하고 사랑하고 행복하면 좋겠어요.”

 

포항시청 앞에서 하수종말처리장 미생물 농도 검증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함께하고 있는 장우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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