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공론화 과정이 남긴 것, 정시 확대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대입제도 개편 추진에 나섰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2018년 입학생이 치를 대입에 대해 빨리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입장이었다. 2017년 8월 31일,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여론 수렴을 진행하였으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가운데 급하게 발표된 안은 여론의 반발에 막혀 결국 철회되었다. 결국 2017년 12월 12일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대입 정책 포럼 계획을 발표하고 국가교육회의를 중심으로 한 대입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국가교육회의는 발족하자마자 첫 미션으로 대입 공론화 과정을 떠맡게 되었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권역별 토론회, 온라인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진행하였다. 의제는 대입제도의 비전,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비율, 수능 평가 방법(절대평가/상대평가), 수시 수능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 등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입제도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결국 수시냐, 정시냐, 수능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의 공방이 중심이 되었다. 공론화의 결론은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수능의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수시에서 수능의 최저학력기준 여부는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던 교육계는 허탈했다. 결론은 정시 확대였기 때문이다.

뒤이어 교육부는 2018년 8월 17일, ‘2022학년도 대학 입학 제도 개편 방안 및 고교 교육 혁신 방향’을 발표한다.

내용의 골자는 1) 수능 위주 전형을 30% 이상 확대 권고, 2) 수능은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선택형 구조를 도입, 3) 탐구영역에서는 문·이과 구분 폐지, 4 )제2외국어는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부 기재를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제한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의 평가 기준과 선발 결과를 공개, 블라인드 면접 등을 도입하여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교 교육 혁신방안을 함께 발표하였다.

 

혼란에 빠진 학교, 교육과정, 대입, 학생부 기재 방식의 변화

발표 이후 2019년, 학교 현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고3은 2009 개정 교육과정, 기존의 대입에 적용을 받고, 고2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해당하지만 대입이 바뀌지 않은 학년이라 수능은 이전과 같고 교육과정 상에 진로 선택과목 평가에 서도 상대평가 9등급을 받아야 했다.

 

자료 이미지 출처=학부모신문

한편 새로 입학한 고1은 2015개정 교육과정에 적용을 받으며 새롭게 바뀐 대입제도와 수능을 준비해야 했다. <표 1>은 2019년 고1, 고2, 고3이 봐야 하는 수능이 다 달랐던 것을 잘 보여준다. 2020년 수능과 2021년 수능은 응시하는 수학의 출제 범위가 달라진 것이 차이점이고 2021년과 2022 년은 대입 제도 공론화 과정을 통해 개편된 공통과목+선택 구조, 탐구에서 계열 구분이 없어지고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가 된 점이 차이점이다.

이런 와중에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조국 자녀의 입학 시점인 2009년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초기여서 10년이 지난 시점의 2019년 학생부 종합전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평가에 대한 불신은 깊었다. 결국 교육부는 2019년 11월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정규교육과정의 비교과를 대입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 4월 30일, 대상이 된 주요 대학은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정시를 40%로 확대하여 2022 대입전형계획을 발표하였다.

 

자료 이미지 출처=학부모신문
자료 이미지 출처=학부모신문

2021년 현재, 학교는 또다시 혼란에 빠져 있다. <표2>와 같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범위가 달라지면서 학교의 교육 활동 전반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2와 고3을 위해 기존의 대회와 행사 등을 유지해야 하면서, 새로 입학한 고1에 대비해 기존의 대회로 운영되던 대회 대신 기재 가능한 활동으로 흡수하여 개편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도 세세하게 바뀐 지침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과 교육 활동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 결정도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정책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어 안정적인 운영이 되려면 적어도 5년의 세월이 걸린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정책 방향에 학교는 혼란에 빠지고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는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대입제도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교육 문제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요즘은 더욱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교육적 가치를 중시하며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2021년 상반기에는 ‘국가교육위원회’ 입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우리나라 교육과정 역사에 획기적 전환의 발판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글 / 안혜정 휘봉고등학교 혁신미래부장

 

 <참고 자료>

 교육부 보도자료 (2018.08.17. 발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 방안 및 고교 교육 혁신 방향.
 교육부 보도자료 (2019.11.27. 발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교육부 보도자료 (2021.02.19. 발표), 고교학점제 종합추진 계획.


※ 이 칼럼은 <학부모신문>에 최초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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