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시민이고 싶다’

 

20일 탈시설·탈재가 자립생활 권리 선포 기자회견이 포항시청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은 포항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이하 420포항공투단)이 주최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언한 420포항공투단은 차별과 격리의 삶을 사는 장애인이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를 보장하라고 포항시에 촉구했다.

장애인 자립생활과 관련하여 420포항공투단은 △탈시설·탈재가 자립생활 지원 조례 제정, △장애인 자립주택 및 주거지원 대책 수립, △고령장애인, 발달장애인 활동지원 시간 추가 지원,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 △장애인 자립 종합지원체계 및 장애인가족 정서적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저상버스 증차 및 저상시외버스 도입, △장애인 긴급 재난 대책 마련과 장애인 주치의 제도 시행을 통한 장애인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촉구했다.

포항시는 지난 해 경북지역 최초로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을 시행했다. 그러나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참가자들은 자립생활을 하던 장애인이 주민 민원으로 시설장이 운영하는 체험홈에 강제 입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개인별 맞춤형 자립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열일곱 살 발달장애 자녀가 있다고 밝힌 박금순 전 경북장애인부모회 포항지부장은 “병 치료를 위해 아이와 1년 동안 떨어져야 했다. 치료받는 동안 포항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물었더니 시설을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며 “부모가 병을 앓든, 앓지 않든 아이 혼자 살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지부장은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시민으로서 사회로 독립시키는 것”이라며 “장애인은 공동체 속에서 살 권리가 있다. 포항지역 시민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힘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김신애 발달장애인자립생활권리쟁취단 활동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딸은 20살이 되면서부터 25살인 지금까지 5년 동안 방안에만 있다. 누가 그런 삶을 선택하겠는가”라며 정규교육과정 졸업 이후 사회로부터 격리당하는 중증중복장애인의 차별 피해를 증언했다.

김신애 활동가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19년 10월, ‘최중증·중복장애인 장애 차별 관련 사건 101건’에 대해 국가인권위 집단 진정을 접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인권위 진정 이후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내 장애인 편의시설 및 의사소통 지원체계 마련 등 중증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420포항공투단 윤해수 대표(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는 “포항지역이 누구나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행동이 시작됐다”라며 “장애, 비장애를 떠나 다 함께 잘살기 위해 사회가 닫아놓은 문을 열고 힘차게 나가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포항시청을 출발해 대잠사거리를 거쳐 포항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한 시간 동안 행진했다.

이어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앞 주차장에서 증언문화제를 열고 차별 증언과 문화공연, UCC상영, 손바닥 페인팅 등을 진행했다.

차별 증언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들은 저상시외버스가 없어 자유로운 여행과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한편, 증언대회를 찾은 최건훈 포항시청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은 “지난해 포항시는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을 시행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지원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달장애 지원 사업과 관련해 “발달장애 지원 제도는 국가 중심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부모님들 관심도 높다. 시에서 힘을 합쳐 개선해 나가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제에는 장애를 주제로한 애니메이션 UCC 작품 ‘동행’을 제작해 공모전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유성여고 3학년 강선영, 강윤지, 이은주 학생이 참석해 수상작 상영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UCC를 제작하게 된 계기로 “장애인들이 코로나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 것을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됐다. 장애인 차별에 무관심했던 걸 깨달았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 속에 약 한 시간 반동안 진행된 증언문화제는 꽃문양 가운데 시민이라는 글자가 적힌 현수막에 손으로 페인트를 찍어 색깔을 입히는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증언문화제에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청소년 등 1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나린걸스 팀 공연
최건훈 포항시청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이 증언문화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성여고 강선영, 강윤지, 이은주 학생이 공모전 수상으로 받은 상금을 전달하며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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