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으로 탄생한 21세기 유목민 연대기



"노매드랜드" 영화 포스터 이미지

1. 원작 <노마드랜드> 이야기

 

1_1. <노동의 배신> by 바바라 에런라이크

1941년생 저널리스트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미국의 여러 주를 유랑했다. 패스트푸드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과 가정집 출장 청소부, 노인요양원 보조직원, 월마트 매장 등에서 일하며 최저임금 급여로 사회적 생존이 가능한지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본인이 최소한의 비상금과 원칙만 고수한 가운데 실행된 체험과 그 결과는 나쁜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구직 과정은 너무나 허술했고, 노동 환경은 인권은커녕 사용자의 생사여탈권과 고객의 갑질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육체적 강도는 물론 감정 소모가 극심했다.

그런 노동의 결과로 번 임금은 기본 의식주 생활을 해결하는 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트레일러 파크나 최저가 모텔을 전전했지만 주거의 질에 비해 월세는 너무나 비쌌다. 바쁜 노동에 지치고 음식을 해먹기 위한 기본 조리도구를 구비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균형 있는 식단은 불가능했고 형편상 인스턴트 음식이나 직장에서 저가로 제공하는 음식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이들은 그들의 노동 대가에 못 미치는 저임금으로 오히려 고소득층에 비해 더 비싼 기본생활비를 써야 하는 셈이었던 것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을 더 많이 지고 돈은 모을 수 없는 조건에서 건강을 해치면 그대로 밑바닥으로 몰락하는 삶들이 무수히 흩어져 있었다.

 

"노동의 배신" 도서 이미지
한국에서 출판된 <노동의 배신> 표지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자신이 겪은 이 기괴한 현실을 세심하게 통계와 자료를 덧붙여 이후 일련의 “배신” 연작 중 대표작으로 완성한다. 르포르타주의 걸작이자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 <노동의 배신>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신자유주의 치하의 빈곤 문제를 소개하는데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필독서로 쓰이는 교재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근래 종종 접할 수 있는 기자들의 현장체험 기획기사 시리즈들이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영향 아래 있음을 언급하면 이해가 쉬울 테다. 이 책은 국내에서 2012년 부키 출판사에서 <노동의 배신-‘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상태다.

 

1_2. 로이드 칸의 저작들

로이드 칸이란 사람이 있다. 1973년에 <셸터>라는, 동서양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거에 대한 고찰과 사례를 소개하는 저작을 발표한 뒤로 미니멀 라이프와 작은 집을 지향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이자 실천가다. 국내에도 그의 <셸터> 시리즈 3부작(<셸터>, <행복한 집 구경>, <빌더>)과 후속편들인 <아주 작은 집>, <적당한 작은 집> 등의 저서가 소개되어 있다.

그의 주거 철학은 인류가 처음 피난처로 설정했던 ‘집’의 원래 정신을 복원하자는 태도다. 그래서 첫 번째이자 그의 대표작이 된 저서 제목은 주거문화를 다룸에도 흔히 대피소로 번역되는 ‘셸터’로 붙였다. 실제 그의 여러 책에 나오는 주거는 흔히 관련 서적에서 다루는 저택이나 성이 아니라 고대인의 수혈주거부터 각 지역에서 환경에 맞게 발달한 간소하고 친환경적 재료로 만들어진 민중의 공간들이다.

가능한 전문 업체가 아닌 직접 기술을 익혀 가족의 힘으로 짓는 DIY 주거모델을 지향하며, 재활용 자재로 만드는 집이나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이동식 주택에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한다. 요즘 국내에서도 관심 대상인 ‘바퀴 달린 집’, 텀블위드 하우스나 모터홈에도 관심이 많다. 계속 갱신되는 그의 자료에는 현대의 유목민이 가득 등장하는 중이다.

그는 세계를 순회하며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이들과 교류하고 사례를 수집해 소개하며 자신의 주거 철학을 설파한다. 특히 현대 기술의 발달이 친환경적 관점과 만날 때 가능한 한 적게 쓰고 소박함을 지향하는 생활 스타일을 강조하는데, 실제 미국에서는 현대판 유목민 혹은 초창기 개척자의 재래라 할 이런 경향이 적지 않다고 한다.

 

1_3. <노마드랜드> by 제시카 브루더

제시카 브루더의 베스트셀러 논픽션 <노마드랜드>는 앞서 소개한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과 로이드 칸의 저서들에 나오는 ‘바퀴 달린 집’ 부분을 합쳐서 반으로 나눈 것 같은 모양새다. 2008년 미국 월가 발 금융위기 후 수많은 노동계층은 집과 직장을 잃었다. 이들은 비싼 대출로 장만해 은행에 저당 잡힌 주택에서 쫓겨나 밴이나 트레일러에서 잠을 자고, 저임금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삶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 현실로 치면 자기 집을 갖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이들이 고시원에 기거하며 편의점이나 택배 일을 하는 셈이다.

많은 연구 자료와 탐사보도 기사들이 관련 빈곤 문제를 취급하고 있기에 <노마드랜드>는 그런 유의 수많은 저작 중 하나로 취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독창적인 면모는 그동안 관련 내용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존재들을 포착해 집중 조명한 데 있다. 기존의 관련 논픽션 르포 장르가 주로 다루던 전통적 빈곤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르포는 중산층 지식계층의 몰락과 그들의 이후 행보에 주목하고 많은 장을 할애한다.

"노매드랜드" 원작 도서 이미지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도서 표지

이들은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으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르포에선 매력적인 몇몇 대상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자신의 전락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힘닿는 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하에서 모색을 거듭한다. 그런 지점-환경에 속박되면서도 그에 얽매인 이들의 비참을 폭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군상을 부각한-이 타 관련물과 차별화를 이루며 베스트셀러가 된 핵심 원인일 테다.

영화-방송-연극계에서 모두 마에스트로 급 활약을 펼치는 명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판권을 구입해 제작을 맡고, 중국계 이민자 클로이 자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노매드랜드>는 2021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석권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가 수상한 트로피는 현재까지 거의 200개에 달하며, 앞으로도 더 추가될 예정이다.

 

2. 영화 <노매드랜드>의 색깔

 

2_1. 영화의 전개와 이야기 얼개

네바다의 오래된 공장 도시 엠파이어의 겨울, 영화가 시작된다. 오랜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쇠락해가던 도시는 2008년 세계적 불황의 결과로 모기업이 철수하며 도시 자체가 소멸하는 운명을 맞는다. (마이클 무어의 데뷔작 <로저와 나>부터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감독의 고향 플린트 시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상징적으로 도시의 우편번호가 삭제된다. 이제 근 한 세기 가깝게 몇 세대가 일하며 살던 공간은 유령도시의 운명을 맞는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정확히 <노매드랜드>는 그 지점에서 출발하는 로드무비다.

영화는 그 주민들 중에서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 ‘펀’의 여정을 따르기 시작한다. 엠파이어에서 사별한 남편과 함께 평생을 살며 사무직과 교사로 일했던 그녀는 따로 갈 곳이 없어졌다. 유일하게 남은 낡은 밴을 타고 출발한 펀은 구 산업이 붕괴된 자리를 메운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아마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트레일러 파크에서 기거하게 된다. 새로운 일터와 거처에서 그녀는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한적한 소도시에서 고즈넉한 삶을 살던 펀으로서는 신세계인 셈이다.

 

"노매드랜드"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이미지

원작에서와 같이 유사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지금부터 발휘된다. 펀의 새 친구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 문제 등 여러 골치를 안고 있지만 몇 푼 안되는 복지기금에 의지하기보다는 어찌해서든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다양한 인생 궤적을 가진 이들은 개방적으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다. 동료들에게서 펀은 새로운 길 위의 공동체를 소개받는다.

밥 웰스가 선도한 이 공동체는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현대판 유목민 부족이다. 이들은 유목민의 전통-손님을 환대하고 서로 보살피는-을 현재에 복원한 듯한 집단의 면모를 보인다. 그곳에서 펀은 어쩌면 새 친구들을 사귀고 각자의 인생과 경험을 공유하며 ‘노매드’로서의 삶에 익숙해진다. 벌레가 들끓고 부족한 것 투성이긴 하지만 사막 한복판, 별빛이 쏟아지는 고즈넉한 공간은 미국의 빈곤을 다룬 여러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대도시 근교 빈민가 트레일러 파크보다는 60-70년대 서부 해안지대 히피 공동체에 가까운 모습이다.

물론 이 공동체에서의 삶은 영화 속에서 꽤 낭만적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위험투성이다. 부족한 물자를 아끼고 나눠 쓰는 공유의 지혜와, 임기응변으로 고치고 만들어 쓰는 DIY 습관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대도시에서 극도로 분업화된 삶에 익숙한 이들에겐 새롭게 도전해야 할 것투성이. 차가 고장이 나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겨울철에는 동사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마실 물과 용변 처리부터 연료 수급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영화는 펀이 ‘체험! 삶의 지혜’를 익혀 나가는 소소한 재미와 그녀가 만나는 이들의 다채로운 풍모를 조밀하게 잘 조합해 느린 전개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언급한 바대로 영화화된 <노매드랜드>는 원작의 기본 골격 중에서 노동의 소외보다는 디지털 유목민, 미니멀 라이프 태도에 더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네바다, 애리조나, 네브라스카 등 북미 대륙의 드넓은 풍광이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웅혼한 기운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매드들은 자동차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 대중교통이 빈약하고 출퇴근에 자동차 없이는 일자리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미국이란 사회의 공간적 특성 때문이다. 광대한 북미 대륙은 극도로 과밀한 곳곳의 점과 이를 연결하는 선, 그 외의 광활하게 비어 있는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대도시의 주거를 포기하고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따른 등급별 삶을 벗어나는 순간 ‘고귀한 야만’ 혹은 ‘고결한 빈곤’의 아주 작은 틈이 열릴 수 있는 셈이다. 만약 <노매드랜드>의 등장인물들이 미국 대도시에서의 삶을 고수했다면 상당수는 노숙인으로 전락했을 테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들에겐 삶의 필수 요소로서 ‘집’ < ‘차’다.

밥 웰스는 캠프에 모인 이들과 자신들의 삶이 전락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자주 토론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탐욕이 평생 열심히 일한 이들을 모욕하고 짓밟는 현실에 대해 개탄하고, 자신들의 삶이 미국 초기 개척자들의 정신적 후예처럼 그런 자본의 압제에서 벗어나는, ‘탈주’의 범주에 속함을 열정적으로 제기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몇 안 되는 체제 비판의 장이다.

 

"노매드랜드"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이미지

한 장면 더 있다. 펀이 자신의 낡은 밴을 포기할 수 없어 부유한 삶을 사는 동생에게 돈을 꾸러 갈 때 만나는 동생의 이웃과 친구들은 경제 불황 과정에서 새로운 부동산 붐과 투자처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한다. 노매드로서의 삶에 친숙해진 펀은 그 자리가 몹시 불편해진다. 이미 세상을 보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도 노매드가 미국 역사 속 개척민과 유사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꺼낼 만큼 영화는 그들의 대안적 전망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어느덧 완전히 노매드화된 펀. 길에서 만난 친구가 그녀에게 다시 안정된 삶을 제안하지만, 이제 그녀는 밴에서의 쪽잠이 더 익숙하고 편안해져버렸다. 넓은 방 깃털 침대에서의 적막한 평안보다 비록 위험투성이에 불편하지만 눈뜨면 문 열고 커피를 끓여 옆자리 밴에 커피 한잔 하실래요? 라고 스스럼없이 던질 수 있는 그런 삶. 그 여정의 중간, 영화의 마지막에 펀은 자신이 떠나왔던 엠파이어에 다시 들른다. 세간을 보관한 창고에서 그녀는 평생 추억이 깃든 집의 가구들을 미련 없이 처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이제 그녀의 삶에서는 다시 쓰일 데가 없을 테니깐.

 

2_2. 명배우와 실제 ‘노매드’들의 조화가 이룬 연기 합

제작자이자 주인공 격인 ‘펀’ 역할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202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이 영화로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원작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판권을 구입한 후 감독 클로이 자오를 영입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배우로선 크나큰 보람일 테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 배역을 위해 실제 노매드들의 생활 현장을 찾아 그들과 한데 어울리며 생활했다고 한다. 나중에야 그녀가 배우라는 걸 알고 놀랐다는 후문이 들려올 만큼 명배우는 그에 걸맞은 몰입도를 통해 영화 속 인물과 혼연일체의 연기를 선보인다. 이 부분은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에는 아무리 상찬을 해도 실감이 덜할 테다.

하지만 영화의 리얼리티 측면에서 더 놀라운 건 단 두 명의 배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실제 노매드라는 점이다. 밥 웰스나 린다 메이, 샬린 스완키 등 펀과 교감을 나누는 주요 배역진은 펀을 자신의 동료라 생각하고 격의 없는 대화와 태도로 그녀를 상대했기에 영화 속에서 진솔한 장면들이 연이어 나올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아님에도 노매드의 삶이 저렇겠구나 하는 실감 나는 순간들은 실제 노매드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왔기 때문일 테다. 작품 속에서 생면부지라도 라이터를 나눔 하고 수프를 나눠먹는 그들의 태도가 온전히 전해지기에 미국의 빈곤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 중 <노매드랜드>는 가장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노매드랜드"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이미지

3. 가난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숙제

 

<노매드랜드>는 충분히 좋은 영화다. 뛰어난 원작을 잘 각색했고 연기와 촬영, 음악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 하나의 거대한 풍경화를 선보인다. 영화 속 이야기들에는 성찰해볼 만한 것들이 무수하게 점점이 박혀있다. 하지만 원작에서, 그리고 영화의 발단에서 모든 상황의 원인이 된 2008년 월스트리트 발 세계 불황의 문제나 공공서비스가 퇴보하면서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복지안전망의 붕괴, 사회 시스템의 교란 같은 측면이 영화 전체적으로 축소된 것은 명백하다. 역설적으로 영화가 성취한 휴먼 드라마적 장점 덕분에 그런 문제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노매드랜드>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관련 소재나 배경을 다루려는 영화와 감독들에게 큰 전범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특히 사회적 배경이나 조건이 비슷한 듯 퍽이나 다른 국내 현실에서 무비판적으로 <노매드랜드>가 선보이는 이미지를 직수입하려는 시도가 낳을 부작용이 꽤나 있겠다는 우려도 든다. 우리의 현실은 영화 속 노매드들처럼 유목적 삶을 위해 머물 수 있는 (비록 사막일지언정) 여유로운 빈 땅도 제공될 일 없고, 일할 만큼만 일하고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극한의 사회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렴풋한 기억 하나. IMF 당시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자가 폭증하고 이들이 곳곳에서 노숙자로 전락하던 때, 서울역 등 공간이 이 문제로 홍역을 앓는 가운데 국내에서 누군가는 이들을 ‘노매드’라 칭하며 이들이 보이는 삶의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었다. 물론 그 논자가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원해서 노숙의 삶을 택한 이가 그중 얼마나 되며 다른 대안이 있을 때도 그 자유로워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할 이가 과연 몇이나 남을지, 결국 그 주장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매드랜드>가 세련되고 우아하게 현대의 유목민을 다루는 방식에 혹해 우리 곁의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가난을 대하는 관점, 특히 영화에서 가난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선 아무리 고민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해도 부족하다. <노매드랜드>의 성공은 그런 측면에서 부작용과 숙제를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 정보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미국, 드라마, 사회, 로드무비

2021.4.15. 개봉, 108분, 12세 관람가

감독 클로이 자오

제작 프란시스 맥도맨드

주연 프란시스 맥도맨드(펀)

출연 데이비즈 스트라탄, 린다 메이, 밥 웰스, 샬린 스완키

원작 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 :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

음악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2020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2020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2020 시카고국제영화제 관객상

2020 크리틱스초이스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색상·촬영상

2021 전미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촬영상

2021 새틀라이트시상식 여우주연상·작품상·감독상

2021 골든글로브시상식 작품상·감독상

2021 미국감독조합상 감독상

2021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촬영상·작품상·감독상

2021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작품상·감독상·편집상·촬영상

2021 아카데미상 시상식 감독상·작품상·여우주연상

 

"노매드랜드" 영화 포스터 이미지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