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시민이다! 2021 경북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식” 열려
“수용정책은 제도적 학대”…수용정책 폐지하고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공적 책임 강화해야



경북지역 장애인시설과 특수학교 등 인권유린 문제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수용정책은 제도적 학대”라며 장애인과 가족들이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한 차별철폐투쟁을 선포했다.

27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이하 경북장차연)는 ‘2021 경북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식’을 열고,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 경북교육청, 경북도청을 순회하며 규탄 기자회견과 투쟁 선포식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투쟁 선포식 첫 순서로 경상북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이하 발달센터)를 찾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발달센터는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달장애인에 대한 개인별 맞춤 지원 및 권익 옹호를 위해 설치된 기관으로,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위탁운영 중에 있다.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경북장차연

이날 참여자들은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개인별 자립지원과 권리옹호 기능을 상실했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장애인시설 영덕사랑마을과 포항시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사례에 대하여, 발달센터가 지역사회 안정된 생활을 위한 개인별 자립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예경 경북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발달센터가 설치되고 전국의 장애인 부모들이 환호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리옹호와 생애주기별·개인별 지원에 대한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우리가 처절하게 싸워서 만든 발달센터가 오히려 지역에 산재한 장애인 인권 현안에 대해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우성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최근 민원을 이유로 한 발달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 강제 입소된 사례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황우성 활동가는 “발달센터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의무가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다. 지역 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뒤늦게 자립을 위한 체험홈 입소라며 변명했을 뿐”이라 지적했다.

이어 “지역사회의 비판으로 시설장 후견인 교체는 진행되고 있지만, 발달센터는 또 다른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참여자의 전동휠체어 뒤에 ‘발달장애인 종합지원정책 마련!’이 적힌 깃발이 꽃혀있다. 사진=경북장차연

김종한 경북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발달센터와 같은 기관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들을 요구하고 공적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하지만, 오히려 책임을 미루는 지자체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지원체계 마련에 발달센터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대표단은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과 면담을 갖고, “발달센터가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과 공적 지원체계 마련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 학대에 내몰린 당사자들이 시설로 격리되거나 또 다른 인권침해에 내몰리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후 참여자들은 오후 1시 경북교육청으로 장소를 옮겨 구미혜당학교 사태를 규탄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사립 특수학교 ‘구미혜당학교’의 재학생이 의식불명 상태로 6개월째 입원 중인 가운데, 현재 담임 교사 및 학교법인에 대해 ▲과실치상 및 장애인복지법위반과 ▲장애인복지법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몸 곳곳에 난 상처와, 동생의 ‘멍석말이(체육용 매트로 돌돌 마는 것)’ 목격 증언이 나오면서 피해 학생의 가족과 단체들은 단순 과실이 아닌 학대로 인한 상해 사건임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참여자들은 해당 사태가 단순 사고가 아닌 ‘학대 피해’임을 지적하며, 경북교육청이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북장애인부모회 구미시지부 조현자 지부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박순우 지부장, 경북장애인교육권연대 배예경 공동대표 등이 발언자로 나서 경북교육청의 교육행정을 규탄했다.

참여자들은 “구미혜당학교 사태는 특수교육 현장의 시설화 결과”라며, “경북교육청이 혜당학교 사태의 대책으로 신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수학교 인권실태에 대한 성찰 없이 진행되는 추가 설립은 분리 정책을 강화하고 장애인 학생을 또다시 통제와 집단 격리의 공간에 내몰 뿐”이라 지적했다.

 

구미혜당학교 사태 규탄 및 경북교육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경북장차연

또한 “경상북도학교안전공제회가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병원비 압박을 가하며 2차 가해성 괴롭힘과 협박을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경북교육청에 "피해 학생과 부모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조속한 진상 규명 및 피해 구제와 함께 장애인이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참여자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경북도청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발언자로 나선 이경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안동에 오고 싶어도 병원 목적이 아니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며, “왜 장애인은 시설과 병원에서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동권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며 경상북도의 이동권 현실을 비판했다. 각계각층의 현장 발언 속에, 참여자들은 “수용정책 폐지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 선포식이 열리는 경북도청 본관 앞까지 이동했다.

오후 2시 30분, 경북도청 본청 앞에서는 본 행사인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시민이다! 2021 경북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참여자들은 수년째 장애인시설 인권유린과 학대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경상북도가 시설 폐쇄와 탈시설·자립생활 지원과 관련한 근본적인 조치는 손을 놓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북장차연은 “그동안 국가와 사회가 ‘복지’라 불러온 수용정책은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시민의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적 학대’에 불과했다”며, “혜강행복한집, 경주푸른마을, 영천팔레스, 다원공동생활가정, 영덕사랑마을, 성락원에 이르기까지 경북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는 시설 인권유린은 이 제도적 학대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본질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을 배제하고 쌓아 올린 시스템 속 장애인은 시설로 격리되거나, 혹은 지역사회 안에서 고립되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 꼬집었다. 또한 “경상북도가 더 이상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살길을 찾지 못해 시설로 쫓겨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온갖 장벽 속에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공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2021 경북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선포식 모습. 사진=경북장차연

김신애 경북시민인권연대회의(준) 대표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과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정되면 우리 딸이 지역사회에서 멋지게 살 것 같았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행정이 중앙사무만 담당하는 기관인가?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 경상북도가 23개 시군의 장애인 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예산을 확보하고 권리를 보장할 때까지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당부했다.

정경애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경산시지회 대외협력국장은 탈시설 당사자로서 시설에서 살았던 경험과 수용정책의 폭력성을 증언했다. 정경애 활동가는 “우리에게 시설은 행복하고, 안락하고, 따뜻한 집이 아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도 없이 평생 살아가는 감옥일 뿐”이라며, “경상북도가 책임지고 우리와 같은 당사자들이 겪었던 피해를 보상하고, 시설을 없애야 한다”고 발언했다.

경북장차연은 “시설 인권유린 문제의 이면에는 사회적 돌봄과 책임의 부재가 있다”며, “가족과 여성에게 쏠린 돌봄의 무게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혐오나 격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경상북도가 탈시설·자립생활을 권리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지적했다.

이들은 경상북도에 ▲범죄시설 폐쇄, 수용정책 폐지, 완전한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 ▲발달장애인의 안전하고 존엄한 자립 생활 권리 보장 및 공적 지원체계 마련, ▲활동지원서비스 권리 보장 및 공공성 강화, ▲이동권 차별 철폐 및 완전하고 평등한 이동권 보장, 공공성 강화, ▲코로나19 불평등·차별철폐 및 장애인 감염병·재난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또한 “범죄 시설 폐쇄와 조치,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의 보장, 혜당학교 사태 해결과 장애인 교육권 문제는 결국 연결되어 있다”며, “장애인을 권리를 가진 주체,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수용정책을 폐지하고 근본적인 탈시설·자립생활 공적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420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북장차연
“당신의 이웃이 되고 싶다. 함께 사는 시민이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사진=경북장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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