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봉화-영월-정선-평창-횡성-홍천-양평-가평 220km 구간에
440기 초고압직류송전(HVDC)탑 건설 추진 중

 

한국전력이 신울진에서 신가평까지 220km 구간 440기의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송전탑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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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탈핵신문 정수희

500kV 송전탑 사업은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확정에 따라 ‘신울진-북경기 765kV 초고압교류송전(HVAC)’으로 시작되었다. 신울진 1~4호기 건설로 인한 전력 송전과 기존 765kV 송전선 고장 및 발전 정지로 인한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보조 송전선 계획으로 시작된 것이다. 
 
신울진 1~4호기 염두에 둔 송전사업으로 시작
 
그러나 2014년 밀양송전탑 싸움으로 영향으로 송전방식을 재검토하고, 2016년 ‘신울진-신가평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한전이 송전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전자파 발생이 적고, 철탑의 규모도 작은 500kV 송전탑을 변경해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한전은 한전과 용역회사 관계자를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제외하고, 지역주민과 지자체‧관련전문가를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가시켜 입지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송전선 구간도 ‘신울진-북경기’에서 ‘신울진-신가평’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그사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신울진-신가평’ 송전탑 사업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삼척화력발전소 등 동해안 지역의 대규모 발전전력 수송을 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작=탈핵신문 정수희

한전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울진-신가평’ 송전탑 구간을 ‘동부구간’과 ‘서부구간’으로 나눴다. 동부구간은 신울진핵발전소가 있는 울진군을 시작으로 삼척시, 봉화군, 영월군, 정선군, 평창군을 경과한 140km 구간으로 280기의 송전탑이 예정되어 있다. 서부구간은 횡성군과 홍천군, 양평군, 가평군의 90km 구간으로 160기의 송전탑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한전은 동부구간과 서부구간을 또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서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동부구간은 다시 7개 권역으로 나눠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들 동부구간은 송전탑 경과지가 모두 확정되어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동부지역 1‧4‧6‧7 구간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공람이 완료되었고, 현재 공청회가 예정 중이다. 2‧3‧5 구간은 조만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서부권역은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경과대역을 지난 3월 17일에 확정하였고, 차기 회의를 통해 경과지가 확정될 예정이다. 경과대역이란 송전탑 경과지 선정을 위한 광범위한 후보 지역을 뜻한다.

밀양송전탑 싸움의 영향으로 입지선정위원회의 주민참여 등의 제도개선은 이뤄졌다. 하지만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대표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부권의 홍천과 횡성, 동부권의 봉화 등에서 송전탑 건설을 전제로 운영되는 입지선정위위원회를 반대하며 참여를 거부했지만, 회의는 무리 없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입지선정위위원회 운영규범이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동부권과 서부권이 서로 다르게 정해져 있어 고무줄 규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밀양송전탑 싸움 이후의 제도개선은 면피용에 지나지 않았다.
 
정족수 부족에도 경과대역 확정

한전은 제도개선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주민참여를 통해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역에서의 현실은 달랐다. 서부구간의 경우 입지선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입지선정 위원은 경과지 지자체 1인, 의회 1인, 지역주민 3인 등 총 5명의 지역사회 구성원이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가하게 되어 있다. 경과대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과반수 이상 참여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2~3개의 경과대역을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홍천군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진행된 12차 입지선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찬성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에도 경과대역을 확정했다. 2~3개의 경과대역을 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1개의 경과대역을 확정하여 발표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심각했다. 나아가 경과지를 선정하는 방식도 경과지 지자체가 반드시 2인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을 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홍천군과 횡성군이 입지선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상황이라 사업 진행을 위해 규정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주민 모르게 진행한 동부구간 경과지 선정

경과지 선정까지 모두 마무리된 동부구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가하는 주민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봉화군의 경우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가한 군의회 의장(이전 봉화대책위 위원장)은 송전탑반대대책위 위원장으로 입지선정위원회 참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대책위원장 태도가 돌변해 직접 합의를 진행했고, 올해 1월 합의 선언과 동시에 대책위 해산을 선언했다. 주민들의 판단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봉화군민은 참여 결정 자체를 박탈당하고, 군의회 의장이 단독으로 한전과 합의하고 대책위를 해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동부구간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공개되지 않은 지자체는 경과지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 못 하고 있다. 이는 경과지 논의를 시작하는 서부구간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해부터 경과지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며, 먼저 합의한 주민은 인센티브를 포함한 특별보상비를 더욱 많이 받을 것이라며 지역공동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지역은 밀양에서처럼 담보대출이 되지 않는 등 송전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역공동체 뿌리째 흔들린다
송전탑 건설 필요성부터 재검토 필요

 
신한울 핵발전소 1~4호기 건설사업으로 시작된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송전탑 건설사업은 건설 필요성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가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외되었고,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은 이제 동해안 지역의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들 신규 화력발전소 역시 기후위기 대응 정책 시행 및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전은 이들 사업이 폐기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단지 추진으로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보기에 이는 억지 논리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류호정(정의당, 산자위)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765kV 송전탑 이용률은 2020년 기준 16%밖에 되지 않고, 이 기간 동안 월간 최대 이용률은 33.6%에 지나지 않는다.

 

제작=탈핵신문 정수희 편집위원

만만치 않은 싸움
지역 대책위 공동 전략과 연대의 힘 절실

 
경과지역 주민들은 명분도 없고, 과정 또한 비민주적인 신울진-신가평 500kV 송전탑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싸움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전은 송전탑 경과지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각기 다른 속도로 송전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과 마을을 쪼개 사업을 관리하며 지역과 주민 간 불신의 싹을 틔우고, 갈등을 유발시켜 결국 합의에 이르고자 한다. 주민들은 명분도 없고, 과정 또한 비민주적인 신울진-신가평 500kV 송전탑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이러한 쪼개기 전략을 돌파할 공동의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신울진-신가평 지역 대책위의 공동 전략과 이에 함께 하는 연대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글 / 정수희 탈핵신문 편집위원

 


출처 : 탈핵신문 2021년 4월 (87호) https://nonukes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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